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빠른거북 Apr 23. 2021

커트 커트! 이발하는 날!

떡갈 고무나무 - 드디어 가지치기하다

오늘은 우리 집 떡갈 고무나무 이발하는 날!


비슷한 듯, 미묘하게 다른 4년간의 작은 변화.

변화가 보이는가...?


2018.12.09 2019.05.26  2021.04.21

애써 부정해보지만...


잎이 덜 싱그러운 느낌.

(내 눈엔 보이는)키가 더 자람.

잎과 잎의 공간이 좀 더 빽빽해졌다랄까..?



커다란 고무나무 화분을 볼 때면 답답했다.

분명 손길이 닿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지.


'가지치기'를 키워드로 어지간한 블로그는 다 검색해봤었다.

유튜브도 봤지만 그래도 나에게 와 닿는, '이거다!' 하는 정보를 찾지 못해 늘 화분 아래에서 삐죽 튀어나오는 녀석만 잘라 가지치기했었다.

 


그러다무슨 마음이 들어서 일까.

날이 너무 좋아서 일까.

올해를 넘기기 싫어서일까.


오늘 다시 한번 검색하고 싶어 졌다.


'떡갈 고무나무 가지치기'라는 키워드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검색했다.


요즘은 유튜브가 훨씬 정보가 많아져 이것저것 선택하며 정보를 검색해봤다.



우리 집 고무나무 잎이다.

잎이 구부려져 있거나 커지지 못한 채 잎들 속에 끼어있는 애들이 간혹 있다.


빽빽한 잎들끼리 부딪쳐 서로 상처가 생긴 잎도 있고 다른 잎들에 묻혀 땅을 보고 자라는 잎도 있다.

그러니 빛을 잘 볼 수 있겠는가..



식물 그대로의 아름다움.


그 자연주의를 생각해보면 식물을 그 자체로 그냥 두는 것이 옳은 것 같다가도,

공적인 가지치기, 순 따기로 식물의 외형을 바꾸는 게 인간의 이기심 같다가도,


점점 키만 커지고 맨 아랫부분 잎들이 생기를 잃는 모습을 볼 때면

마치 쭈구리가 된 양 잎의 크기가 손바닥보다 작은 상태에서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모습을 볼 때면 무언해야겠다생각이 들었.


유튜브를 검색하다 보니 나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발견했다.


어쩌면.


조금 더 식물을 외면적으로 아름답게 하고 싶은(=사실 그 아름답다는 것도 내 기준이니) 나의 이기심을 합리화할 정보를 찾았을지도 모르겠다.


[가지치기 목적] (출처 : 유투버 florist if)

1. 나무의 건강을 위해 (기능상 목적)
2. 나무의 수형조절을 위해 (미관상 목적)
3. 꽃이나 열매 유도 (기능상 목적)


가지치기는 심미적 기능 이외에도 기능적 목적으로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가지치기로 길게만 자라는(=웃자라는, 또는 위로만 자라는) 줄기를 잘라줘야 잘라낸 줄기 밑에 양옆으로 새로운 줄기가 나와 풍성해진다고 한다.


식물의 줄기가 쭉쭉뻗어 길게 자라게 그냥 두면 맨 처음 나왔던 잎들이 시들해지거나 하엽(떨어짐)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난 실제 저런 현상들을 경험했다.


가지치기는 대부분 식물이 휴면기에 빠지는 겨울이 지난, 봄에 이뤄진다. 물론 이 시기를 놓치면 가을에 해도 된다고 한다. (유투버: 예푸른)

 

그런데 많은 블로그를 보면 

결국 가지치기란 '원하는 수형'대로 자르면 된다고 한다.

 말은 마치 초보 요리사인 나에게(초보 요리사는 눈에 보이는 정확한 양! 이 나온 레시피만 이용한다.) 엄마가 요리 비법을 전수해주겠다말하는 '요만큼', '적당히'의 느낌과 똑같았다. 막연하고 추상적 느낌.


유튜브의 세상에서 가지치기를 검색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둥근 모양이 되게" 이 말을 발견하게 됐다. 드디어 추상적인 그림을 이해하고 내 방식으로 눈 앞에서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지치기 tip] (출처 : 유투버 예푸른)

1. 가지치기할 때 밑에 잎이 남도록 잎 부분은  남기고 자르기.
→ 그래야 식물이 남은 잎을 보고 잎을(줄기를) 뻗어야지 생각한다 함.
2. 나무 전체가 둥그런 느낌 되게, 뒤쪽은 좀 더 길어도 됨.
3. 가지치기 후 유액은 물티슈로 닦고 덮어놓기. 줄기 끝에 딱풀, 촛농 녹여 흘리기.
→ 혹시나, 줄기가 썩어 죽지 않기 위해 (두께가 적은 것은 굳이 안 해도 된다고 함)


결심이 서자 손은 금방 움직였다.

가위를 소독했고 물티슈를 가져왔고 심호흡 한번 크게 했다.


비슷한 높이를 맞추되 전체적으로 좀 둥글게!

상처 난 잎도 잘라내기.


댕강댕강, 시원하게 잘라냈다.


고무나무를 시원하게 자른 나였지만 고무나무 액이 뚝뚝 흐르자 괜히 한번 잎에 대고 미안하다 사과했다.


1차 가지치기 후

고무나무 액이 뚝뚝 흐르는 건 물티슈로 지혈하듯 눌러두고 닦아냈다. 

자른 줄기 단면은 딱풀을 발랐다.(또는 촛농 떨어트려도 됨) 혹시 모를 병해충 예방차원이었다.




이로써 조금은 둥글해진, 그러나 뭔가 어색한 우리 집 고무나무.

누구나 처음은 어색하고 서툴지 않은가!!

용기를 가지고 4년 만에 드디어 가지치기를 했다는 것에 셀프 칭찬을 해본다.



이제 조금은 조화로워 보인다.(라고 생각했다.)


고무나무 가지치기로 분양할 고무나무가 5개나 더 생겼다.


2021.04.21


퇴근 후 고무나무의 자태를 마주한 남편이 말한다.

"왜 이렇게 헐벗은 것 같지..?"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 않은가.

서툰 초보 가드너로 인해 앞머리가 삐툴빼툴 잘못 잘린 것 같지만 그만큼 더 애정 가득 키워줄게!





매거진의 이전글 또다시 물꽂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