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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회 Sep 18. 2020

우리 카페는 이렇게 성장한다.

살렘의 비둘기 성장기



카페를 연 지도 어느덧 11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모든 것이 처음인지라 열정만 가지고 시작할 때엔 참 좋았으나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장사의 현실을 깨달을 즈음엔 그때의 열정을 무기력과 등가 교환하게 된다. 이 무기력을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나가고 있는지 과거를 빠르게 훑어보며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카페 살렘 성장기



카페 오픈. 기대와 떨림, 긴장을 안고 카페를 오픈했다. 그 몇 개월 동안은 손님이 북적북적하다. 가족들, 친구들, 그 외의 지인들까지 우리와 관계가 깊거나 관심이 있는 분들이 한두 번씩 찾아준다. 홀은 늘 바쁘고 재료 소진도 빠르다. 정신없는 만큼 실수가 잦고, 처음인 만큼 요령도 없다. 하지만 이 시기를 통해 우리는 실수를 줄이고 요령도 갖게 된다. 몸살을 번갈아가며 앓았고 침대에 누우면 바로 다음 날이 찾아오던 시기였다.





4~5개월 차에 접어들면 소소하게 단골손님도 늘고, 처음 보는 손님들의 비중이 현저하게 높아진다. 이때 첫인상이 아마 다음의 방문을 결정지었을 것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메뉴도 늘려가고 바꿔가며 카페를 열심히 지켜낸다. 인터넷 판매도 해보고 단체 주문도 받아보면서 판매의 경로가 다양하다는 것과 홍보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맛있다고 직접 말로써 사랑스럽게 표현해 주는 손님들 덕분에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주문한 메뉴를 반 이상 남기고 조용히 떠나는 손님들 덕분에 문제점이 있는 건 아닌지 골똘히 생각해보기도 한다.





6개월이 넘어가는 시기. 그래, 이제야 초보 사장 티를 조금은 벗어났다! 그런데 손님이 없다? 아니 사실을 직관하자면 원래 손님은 없었다. 카페 오픈 초반에야 우리를 보러 우리의 지인들이 이 곳에 와준 것이지 카페에 온 손님은 사실상 적었다고 본다. 손님이 없어지면 시간이 많이 남는다. 그러면 우리는 시간을 버리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본다. 유튜브도 해보고 다른 공방에 가서 베이킹 클래스도 배워 본다. 새로운 메뉴도 개발해보고 매장의 가구 위치도 괜히 바꿔본다.





7개월 차. 이렇다 할 반응은 없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유동인구도 급격하게 줄었다. 이때 우리의 선택은 둘 중 하나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던지 위기를 그대로 흡수하던지. 미련하게도 우리는 위기를 아무런 대책 없이 그대로 들이받았다. 적자의 연속이었고 카페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둘이 나란히 앉아 창 밖을 바라보기 일쑤였고, 넷플릭스로 하트 시그널과 이태원 클라쓰까지 시청하기에 이르렀다. 독서시간이 늘었고 사색에 빠지는 시간도 늘었다. 갑자기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주방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졸음을 견디기도 했다. 최저시급만도 못한 금액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힘 없이 칼퇴하고 힘 없이 출근하기를 반복했다.





9개월 차. 불씨가 지펴졌다. 우연히 사업을 하는 지인과의 만남을 갖게 되었는데 그 잠깐 몇십 분을 통해 우리는 강렬한 자극을 얻었다. 우리는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중인데, 저쪽은 이 위기를 발판 삼아 더 큰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진작에 하고 있었다. 사업에 임하는 자세가 우리와 너무 비교되었기에 스스로가 정말 한심스럽게 느껴지던 순간이다. 그 일로 우리는 서로 뒤통수를 쳐주며 열심히 하자고 의지를 다졌다. 이때 우리는 많은 카페를 다니며 손님의 입장으로 감히 카페를 평가해보곤 했고 잘되는 카페와 안 되는 카페를 조금씩 분류해가며 나름의 데이터를 쌓아갔다.





10개월 차. 주력 메뉴 개발에 몰두했다. 살렘의 주력 상품은 휘낭시에. 그런데 이 휘낭시에는 고급 재료를 사용해야만 우리가 원하는 맛과 식감이 나오기에 크기에 비해 비싸게 느껴지는 가격이 조금 문제였다. 또한 보관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식감이 늘 문제였으며 당일 제조, 당일 판매해야 하는 제품 특성상 장사가 안 되는 날에 버려지는 휘낭시에들이 너무 불쌍했다. 오픈 전 열과 성을 다해 연구했던 메뉴이기에 포기하긴 아까웠지만 과감하게 휘낭시에를 잠시 내려두고 새로운 메뉴를 주력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새로운 메뉴는 모두에게 친숙한 쿠키로 정했다. 마침 손님도 적고 시간은 많으니 레시피를 정립하기에 딱 알맞은 조건이었다.





11개월 차. 새로운 주력 메뉴, 쿠키 4종을 완성했다. 그리고 우리는 카페 살렘 역사상 첫 홍보를 준비했다. 인스타, 블로그, 건물 내 전단지로 소소하게 쿠키를 알리기 시작했다. 새롭지만 익숙한 메뉴와 홍보의 콜라보로 점진적으로 손님 유입이 늘어나고 매출도 두 배, 세 배 늘어났다. 참 신기하다 싶었다. 이때 우리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장사는 가만히 앉아있는다고 알아서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교만하고 무지했던 생각을 주먹질하며 깨뜨린 시기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계속 움직인다. 장사란 잘 되다가도 안 되기 때문에 늘 방심하면 안 된다. 그래서 장사가 잘 되는 요즘에도 우리는 계속 무엇인가를 만들고 매일같이 회의하며 하루를 돌아본다. 힘 없이 출퇴근을 반복하던 몇 개월 전보단 개운하게 출퇴근을 하는 요즘이 백 번 천 번 낫다고 느끼기에 이전의 그 무력감이 다시 찾아오지 않도록 수 없이 열정을 주입시키고 있다. "살렘." 평화와 평안을 뜻하는 이 단어를 카페 이름으로 정한 이유는, 오는 분들이 이 곳에 머무는 잠시 동안이나마 평안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육의 평안과 영의 평안은 다르다.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것은 영의 평안을 얻는 것이다. 손님들에게 공간과 음식으로 평안을 선물함으로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내면에 평화를 꾹꾹 채워 넣을 수 있게 된다. 이 신기한 상관관계를 유지하려면 장사가 잘 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성장을 위해 살렘을 지켜나간다. 쉽지 않다. 그러나 하면 된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지혜롭게 판단하는 우리가 되길 오늘도 수 없이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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