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프포스트코리아 Nov 07. 2018

왜소증 배우 김유남은 스스로 "난쟁이 배우"라고 말한다

넷플릭스 'YG 전자',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의 작은 배우

″난쟁이는 하이파이브 안 좋아합니다.”


‘난쟁이’는 쓰면 안 되는 말이다. 왜소증, 공식 명칭으로는 연골무형성증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YG전자’에는 이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캐릭터가 나온다. YG전략자료본부로 발령받은 새 직원인 왜소증 장애인 김유남이다. 예일대를 졸업한 후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다는 그는 YG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 ”제가 난쟁이여서 어렸을 때부터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라며 ”저희 어머니도 서커스단에 30년 동안 잡혀 계셨다”고 말한다. (”물론 농담입니다.” ) 김유남이 등장하는 YG전자 6회를 보던 사람들은 김유남 때문에 뻘쭘해질 것이다. 이건 웃어도 되는 유머인가?


‘YG전자‘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김유남 캐릭터와 관련된 논란은 유독 눈에 띄었다. 극 중의 김유남이 키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면서 장애를 불행한 것으로 표현했다는 지적이었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봤다. 극 중의 김유남이 콤플렉스도 없이 자신감으로 가득한 인물로만 묘사됐다면, 그럼 우리는 편하게 웃을 수 있었을까? 김유남을 연기한 배우 김유남이 왜소증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실제 왜소증을 가진 장애인이기 때문에 더 궁금해진 질문이다. 캐릭터의 성격이 어떤가와 상관없이 왜소증 장애인이 TV나 영화에 등장한 순간, 관객은 낯설음과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그것은 곧 자신에게 숨겨진 편견과 맞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평소 장애인을 마주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왜소증 배우 피터 딘클리지가 연기하는 ‘왕좌의 게임’의 티리온 라니스터 같은 캐릭터도 있지만, TV와 영화는 주로 그들을 감춰왔다. 보여주지 않으니 편견이 드러나는 일도 없다.


배우 김유남은 최근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에 출연했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톰섬 장군’이다. 실제 왜소증을 가진 캐릭터이지만, 톰섬장군을 진짜 왜소증 배우가 연기한 사례는 드물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처음이다. 그동안 연극과 공연무대를 거친 김유남은 넷플릭스와 대형 뮤지컬 무대까지 올랐고, 어쩌면 이제 TV와 영화에도 등장할지 모른다. 그런데 김유남은 ‘YG전자‘와 ‘바넘, 위대한 쇼맨’등의 작품이 자신의 힘으로 얻은 기회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겠지만,) 수많은 오디션을 전전했을 거란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다. 코미디언과 배우를 꿈꾸던 왜소증 장애인으로서 그는 여러 다큐멘터리나 TV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알렸다. 그를 통해 왜소증을 가진 배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콘텐츠 제작자들은 왜소증 장애인 캐릭터를 만들어놓고 김유남을 선택했다. 그렇게 김유남은 오디션을 보지 않고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왜소증 장애인인 김유남은 앞으로 피터 딘클리지 같은 위상의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그건 알 수 없지만, 김유남이라는 배우가 한국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배우 김유남에 대해 좀 더 많은 걸 물어보고 싶었다. 스스로 사람들의 눈에 띄기를 원했던 왜소증 장애인이 그동안 넓혀왔고, 앞으로 넓혀갈 영역은 어떤 것일지 상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 최근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의 공연이 끝났습니다. 이런 대형뮤지컬에 출연한 건 처음이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작품을 끝낸 기분이 어땠나요?

= 96회 동안 혼자 원(One) 캐릭터로 달려서 조금 힘들기도 했죠. 그래서 후련하기도 한데, 5개월 동안 사람들이랑 만나온 게 있어서 아쉽기도 합니다. 작품이 또 공연되는 날이 오면 다시 만날 수도 있겠죠. ‘바넘, 위대한 쇼맨’의 공무원이 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더 열심히 노력을 해야 (그런 기회가) 있지 않겠습니까.(웃음)


- 톰섬장군 역은 어떻게 맡게 된 거죠? 오디션을 봤나요?

= 운이 좋았고, 하나님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언더그라운드‘라는 뮤지컬을 하고 있었어요. 그 작품에 함께 출연하는 선배님이 ‘바넘, 위대한 쇼맨’의 음악감독님과 여러 작품을 같이 하셨어요. 그래서 음악감독님이 저희 공연을 보러 오셨다가 저를 보시고 연락을 주신 거죠. 낙하산입니다. (웃음) 너무 감사했고, 영광이었어요. 저에게 확실한 배역이 주어진 거니까요. 제가 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 이번 공연을 하면서 들었던 평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 친구가 리뷰를 보다가 캡처해서 보내준 건데, ”이 작품에서 감동의 80%는 톰섬장군이 한다”는 게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많이 소통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했습니다.


- 예전에 출연한 TV 다큐멘터리를 보면 어머니와의 관계가 애틋했습니다. 어머님은 공연을 보시고 어떤 말씀을 하셨나요?

= 어머니는 그런 걸 감추고 싶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저에게는 별말 안하셨어요. 그냥 ”(친구들 사이에서) 내 어깨가 너무 높아졌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다른 친구분들이랑 함께 공연을 보셨거든요. 제가 유명한 분들과 공연을 하고, 이 정도 배역으로 나오니까 어머님 친구분들이 ”아들 잘 키웠다” 이런 말씀을 하셨대요. 효도하고 있습니다.(웃음)


자신을 ‘난쟁이 배우’라고 말하는 왜소증 장애인 배우 

- 개인적으로는 ‘YG전자’를 통해 처음 김유남씨를 알게 됐어요. 이 작품에는 어떻게 캐스팅된 건가요?

= PD님이 아마 다큐멘터리를 보고 저를 알게 되신 것 같아요. 저희 집 근처까지 찾아오셨어요. 이런 내용이고, 이런 캐릭터인데, 어떻게 보면 장애를 희화화시키는 걸 수도 있지만 절대 그런 의도는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제가 이해가 잘 되게 설명을 잘 해주셨어요. 캐릭터 자체가 제가 하고 싶던 거였어요. 스마트한데 유쾌한 캐릭터? 오히려 나머지 사람들이 조금 떨어지잖아요. 분위기를 휘어잡는 역할이라고 해서 ”감사합니다”하고 하게 됐죠.


-‘YG전자’ 속 김유남 캐릭터의 행동과 대사를 만드는 과정에 의견을 더한 게 있었나요?

= 그쵸. 캐스팅 제안을 받았던 날 편하게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도 알려드렸죠. 그걸 수렴하셔서 대사에 많이 넣어주셨어요.


- 예를 들면 어떤 부분인가요?

= ”난쟁이는 하이파이브 싫어합니다” 같은 대사요. 평소 친구들이랑 그렇게 장난쳤거든요. 남들이 보면 친구들이 저를 괴롭히고 놀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친구들이랑은 정말 장난으로 서로 욕하고 그러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살려주셔서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했어요.


- 또 다른 장면이 있다면요?

= 제가 일하는 장면을 분신술을 부리듯 찍은 장면이 있어요. 거기서 제가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낼 때 힘들어하거나, 그 외 여러 상황이 보여졌죠. 원래 대본에는 없던 장면인데, 현장에서 만들어졌어요.

- ′ YG 전자‘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장애인인 김유남 캐릭터가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로 묘사됐다는 거였어요. 또 하나는 ‘난쟁이‘란 장애인 비하 발언이 나왔다는 거였습니다. 일단 ‘난쟁이’란 표현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궁금했습니다.

= 그 단어가 대사에 나오게 된 건, 제가 (연출진과) 이야기를 하면서 한꺼풀 벗어던진 거였어요. 제가 다른 사람들과 공감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식 조건이 맞아야 하고, 쉽게 부를 수 있는 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왜소증 장애인‘이란 말은 안 쓰잖아요. 다 ‘난쟁이‘라고 하지요. 검색할 때도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난쟁이, 이렇게 검색하잖아요. 그때 대화를 할 때도 제가 먼저 ‘어차피 다 똑같은 난쟁이인데...’ 이런 식으로 말했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은 ”내가 그거 되게 위험하게 생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뭐가 어떠냐고 했어요.


- 평소에도 배우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건가요?

= 네.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많이 어려워하니까요. 장애인 앞에서는 더 긴장해서 말을 하고, 같은 말도 돌려서 표현하죠. 저는 그런 불편한 상황에서는 편한 대화나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장애인인데 뭐 어때요”라거나 ”장애인을 장애인이라고 하는 거지 뭐.” 이런 식으로 터놓곤 했어요. 사람들하고 어울릴 때도 그래요. 제가 평소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니는데, 같이 있으면 재밌어 보이나 봐요. 그래서 타보라고 해요. 그래놓고 저는 아스팔트에 누워서, ”저 인간이 장애인 괴롭힌다!” 이런 장난을 치기도 하죠. 그렇게 제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보여주는 편이에요.


-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적정한 선을 알 수 없기 때문일 것 같아요.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먼저 배려를 해야하나? 너무 많이 배려하는 게 오히려 상처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 그 선이 어딘지는 개개인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저는 솔직히 배려해주는 게 좋거든요? 그래도 상대방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그러면 그때는 ”이 정도는 나도 해요. 의자 놓고 하면 되지” 이런 식으로 말해요. 저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 대해서 먼저 어떻게 하는 게 편하게 해주는 걸까? 이런 생각은 안 하셔야 한다고 봐요. 저는 장애인이 먼저 자신의 적정선을 알려주는 게 맞다고 봐요. 비장애인은 장애인의 입장을 모르고 장애인을 대하니까요. 일단 저는 그렇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평소 자신을 소개할 때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 배우 김유남입니다. 이 수식어를 많이 쓰려고 하고요. 분위기나 상황에 따라서 다를 때도 있죠. 이번 작품(‘바넘, 위대한 쇼맨‘)에서는 제 키가 132cm인데, 톰섬 장군은 90cm이니까. “90cm를 연기하는 난쟁이 배우 김유남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사람들이 뇌리에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쉽게 알게 하기 위한 것도 있어요. 사람들이 ‘김유남 알아?’ 이러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 난쟁이 배우 알아?’ 그러면.. ‘아, 그 배우!‘라고 한번에 알겠죠. 난쟁이, 난쟁이 배우로 불리고 싶어요. 여차하면 드워프(dwarf)? 아니면 ‘피터 딘클리지 짭?’(웃음)


-피터 딘클리지가 나오는 ‘왕좌의 게임’을 봤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 학교 선배 추천으로 보게 됐는데,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지만, ‘감사한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왕좌의 게임‘이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하잖아요. 그분 덕분에 제가 시작하는 단계가 하나 더 올라간 것 같아요.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그 (왜소증) 배우는 외국인인데, 한국에도 이런 배우가 있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관종’이었던 사람 

- 어렸을 때는 ‘코미디언’이 꿈이었다고 들었어요.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여러 방법과 직업이 있는데, 코미디언을 꿈꾸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 능동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에요. 원래는 ‘치료’하는 일에 꿈이 있었어요. 의사가 꿈이었다가, 공부를 많이 하고 잘해야 한다고 해서 접었어요. 다음에는 목사님이었는데 또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해서 접었고, 그 다음에는 화가를 꿈꾸기도 했는데 그 꿈은 정말 오래갔죠.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담임선생님이랑 진료상담을 하는데 저에게 ”너는 친구들이랑 위트있게 지내고, 선생님들에게도 위트있게 개긴다”며 개그맨 쪽으로 가보는 건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그때 저한테 확 온 거죠. 코미디언이 되면 웃음 치료를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수술을 많이 받아서였나요?

= 워낙 어린 나이에 수술을 했는데, 수술하고 병원에 있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잖아요. 그래서 병원에서 ‘미술치료’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그런 걸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고 나중에는 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한 거죠.


- 코미디언 시험도 여러 차례 봤나요?

= (지상파) 3사를 한 번씩 보고 다 떨어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안했어요. 왜 떨어뜨렸는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어요. 그냥 저는 제거 보여드리고 시험이 끝난 거죠. 학교 선배 중에 왜소증 장애인 배우가 있는데, 그분도 코미디언 시험을 봤었대요. 그런데 심사위원분들이 ”아직 방송계에서 너를 받아들이기는 이르다”고 하셨대요. 세상은 변하는데, 어렵기는 어렵구나라고 생각했어요.


- 이런 질문도 비장애인에 장애인에게 가진 편견일 거예요. 비장애인이 생각하기에는 장애인들은 아무래도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꺼리지 않을까 싶거든요. 드러낼 수록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야 하고, 때로는 조롱받고 상처받는 일도 많을테니까요. 김유남씨가 코미디언을 꿈꾸었다는 건, 곧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 의지를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요즘 말로 제가 관종이에요.(웃음) 계기라는 건... 솔직히 누구나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지는 않잖아요? 내가 이런 성격이어서 이렇게 된 거고, 이렇게 자라서 이렇게 된 거죠.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이 사람은 몸이 불편하니까 계기가 있겠지? 하는 것도 편견이에요. 저는 딱히 그런 게 없어요. 사람을 많이 만나왔고, 그러다가 관심을 받는 게 좋아서 이런 성격이 된 거죠.


- 어떤 사람들을 주로 만나왔나요?

= 어머니가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셨어요. 저를 치료하려고 여러 단체를 다니셨거든요. 복지단체가 아니면 교회도 갔고, 또 병원도 가고... 그러면서 단체에서 야유회 같은 걸 하면 또 거기에 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랬어요. 그러면서 제가 관심받는 게 좋아지고 그랬나봐요. 엄마가 저를 ‘관종’으로 만든거죠.(웃음) 


- 코미디언, 혹은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어떤 반응이셨나요?

= 반대하셨어요. 왜 그렇게 어려운 길을 택하냐, 그런 일 하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잠도 못 자고 그럴텐데... 그러셨죠. 다리 안 아픈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 그런데 나중에는 어떻게 받아들이신 거예요?

= 저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연기를 안 시키면 제가 자살할 거 같았대요. 나는 그냥 원래 놀던 대로 놀고, 학교 가기 싫으면 아픈 척 하면서 안 간다고 하고, 애들이랑 더 놀고 싶으니까 밤늦게 까지 놀고 그랬는데 말이에요. 저희 집 아파트가 5층인데, 5층에서 떨어질 것 같았대요. 그래서 허락을 했대요. 아마도 본인이 반대하신 것 때문에 내내 마음이 쓰이셨겠죠. 


 “왜소증은 저에게 가장 좋은 핸디캡입니다”

- 연기자가 되겠다고 한 이후, 여러 연극과 공연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의 노력이 많았을 것 같아요.

= 자랑이 아닌 게, 제가 기회를 만들어서 기회를 잡은 적이 없어요. 처음 대학로에서 한 작품은 저와 같은 왜소증 장애인인 학교 선배가 왜소증 캐릭터를 놓고 희곡을 쓴 작품에 출연한 거예요. 이후에도 오디션을 봐서 출연한 작품이 없어요. 저를 알게 된 분들이 저를 쓰면 효과가 크겠다? 그런 생각을 하시고 지인을 통해 연락을 해주신 경우들이죠. ‘바넘, 위대한 쇼맨’이 끝나고 이제 백수인데, 그래서 고민이 엄청 많아요. 아직 오디션이라는 게 너무 무섭고, 제가 잡았던 기회는 없었으니까.


- 지금은 김유남이란 배우를 더 많이 알려야 하는 단계일 거 같아요. 

= 그렇죠. 저같은 배우들이 있다는 걸 아셔야, ‘왜소증’을 가진 캐릭터를 만들테니까요.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배우가 없어서 일반인을 캐스팅한다면 리스크가 크잖아요. 왜소증 배우인 김유남이 있다, 난쟁이 배우인 김유남이 있다는 걸 알려야죠. 그리고 정말 연락을 받으면 감사합니다! 하고 해야죠.


- 배우로서 작은 키가 유리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나요?

= 확실합니다. 딱 이미지가 있으니까, 사람들의 기억에 더 크게 남죠. 또 같이 하는 분들도 배려를 많이 해주시니까, 덜 힘든 것도 있습니다.(웃음) 감정을 전하는 효과면에서도 다른 것 같아요. 비장애인이 억압받는 상황보다 장애인이 억압받는 상황은 효과가 다르잖아요. 제가 저의 이미지로 대사를 하면 관객들은 감정동요가 더 크게 되요. 앞으로 제가 더 공부를 해야하는 부분이지만, 일단 저에게는 가장 좋은 ‘핸디캡’이라고 생각합니다.


- 배우로서 롤모델이 있다면요?
= 저 사람을 따라잡고 싶다, 이런 느낌으로는 정말 ‘감히‘라고 말할 수 밖에 없지만 김윤석 선배님이에요. 그 분의 연기를 내 스타일로 따라잡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는 ‘타짜’... 정말 최고에요. 제가 전라도 출신인데, 그 분은 전라도 사투리 연기를 어쩜 그렇게 소름돋게 하시는지...


- 배우가 아닌 사람 김유남의 꿈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 지지율이 높은 대통령 같은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고, 정치도 잘해서 누구나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만큼 많은 사람과 공감하고 싶어요. 언제나 생각하는 꿈이 있다면, 효도에요. 효도해야죠. 어머니가 이렇게 잘 키워주셨으니까요.

글 : 강병진(허프포스트코리아 에디터)

사진, 동영상 촬영 및 편집 : 윤인경(허프포스트코리아 비디오 에디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