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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소금 Sep 21. 2021

내 삶을 사랑한다, 내 삶을 사랑한다

친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추석 연휴인데 난 혼자다.

갈 데가 없다.

그래서 우울해했지만 집에 먹을 건 없고 '살아야지' 생각하며 편의점으로 갔다. 무얼 먹을지 고민하다 도시락, 라면, 버터 커피 , 자색 고구마볼을 사 왔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켜놓고 먹었다. 다행히 기분이 나아졌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브런치에 읽은 것에 대해 공감한 것에 대해 적었다. 또 책을 꺼내 들었다. [오늘부터 딱 1년, 이기적으로 살기로했다]라는 책이다. 이 책 60쪽에 당신은 어떤가? 당신을 부르고 있는 그 일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미뤄왔던, 하지만 지금이라도 당신의 매일에 의미와 동력을 부여할 꿈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에 에 '책 쓰기', '책 출간'이 적혀있는데 올해 7월 27일에 그걸 이뤄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책을 냈나 싶다. 지금은 그 에너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글도 내내 못쓰다가 친구의 말 한마디 덕분에 다시 쓰게 됐다. 다들 그렇겠지만 내 인생은 정말 순탄치 못하다. 그래서 쓸게 많아서 쓰게 된 것인데 어디까지 쓸 수 있을지 고민하다 못 쓰기도 했다. 


매번 찾아오는 우울감은 매번 어렵고 그럴 때마다 내가 어떻게 이겨냈지 궁금해했는데, 오늘 우울의 경우 살기 위해 나가서 먹을 걸 사 오고 나니 좀 괜찮아졌고, 책을 읽으니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 쓰게 됐다. 늘 쓸거리가 많지만 못 썼던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과연 이 일을 알아도 될까?' 였다. 그렇게 고민하다 쓸 시기를 놓치면 끝나버린다. 용기를 내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이 경매에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이사를 계획하고 있던 찰나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그것도 내게. 이 오피스텔은 처음부터 오는 게 아니었다. 무엇이든 선택을 할 땐 신중히 해야 한다. 월세가 터무니없이 싼 데에는 의문을 품었어야 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났고, 그렇게 4개월 동안 12층에 살고 있던 나는 매일매일을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했고 12층을 계단으로 다니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단 한 순간도. 여름에는 에어컨을 작동하지 않아서 찜질방 저리 가라 수준이었다. 에어컨 청소를 하면 됐는데 그걸 굳이 안 했다. 꾸역꾸역 찜질방보다도 더한 곳에서 여름을 났다. 


처절히 힘들었던 여름이 가고 바람이 솔솔 부는 가을이 찾아왔다. 이사 가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경매로 이 건물이 넘어갈 위기에 처하다니. 법원에 서류들을 제출하고 친구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는데 친구가 나보다 더 걱정을 하더라. 지금은 초연하다. 보증금 못 받아도 뭐 어때? 까지는 아니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지금까지도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아지겠지.


외로워도 외롭다고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우울해서 와인 한 병 다 마셨다고 말을 터 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

친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엄마가 떠나고 나서 모르는 걸 물어볼 사람이 없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그럴 때 물어보면 척척박사처럼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친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혼자서는 어려운 일

친구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내 삶을 사랑한다, 내 삶을 사랑한다.
애덤 마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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