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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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토요일,
아추 아추!!! 통영은 쿨하다.
선풍기가 없어도 시원하다. 밤새 살랑살랑 들어오는 바람에 이불을 얼굴까지 폭 둘러쓰고 잤다. 대구에서도 에어컨 덕분에 덥지 않은 밤을 보냈지만, 차원이 다른 온도였다. 어쨌든 덥지만 덥지 않은 여름을 잘 보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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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뜨면 바늘이 10시를 넘어가고 있다.
요즘 제대로 잠숭이가 되었다. 짐승인지 짐숭인지, 잠숭인지... 매번 하는 다짐이지만, 다음 주부터는 요가도 잘 나가고 부..부..부지런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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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수면내시경을 했었다.
그러다 통째로 잃어버린 엄마랑 나의 기억을 되찾았다. 셋 중에서 맨 정신이었던 아빠가 우리의 퍼즐 조각을 하나씩 하나씩 맞춰줬다. 아 놀랍고 놀라워라. 셋이서 어이없이 웃겨서 낄낄낄 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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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서 정말 잘 쉬었다.
외출도 하지 않고 그냥 집에서 편안하게 먹고 놀고 쉬는 게 나의 일정이었달까. 늦잠을 자도, 간식을 먹어도, 밥을 많이 먹어도, 늦게까지 폰을 가지고 놀아도, 음악을 듣고 있어도, 낮잠을 자도 다 오케이하고 놔두는 엄마 아빠. 그리고 엄마의 정성을 한가득 싣고 대구로 향한다. 아빠 엄마의 터미널 배웅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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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30분 버스를 타고 내 사랑이 있는 곳으로 갔다.
잠숭이는 2시간 동안 버스에서 쿨쿨쿨.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곧 도착할 시간이 다 됐다. 남편은 터미널로 마중을 나와있다. 여기저기서 사랑을 받고 있는 이숭이. 맛있는 돈까스 데이트를 하고는 콧노래를 사서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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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 아이스박스에는 엄마의 사랑이 가득하다.
깨죽, 미역국, 옥수수, 부추김치, 잡채 등등. 그리고 시댁에서는 복숭아랑 예쁜 자기 그릇. 우리가 할 일은 감사히 먹고, 잘 먹고 잘 사용하는 것.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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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는 동률님 노래가 계속 흘러나왔다.
세탁기가 돌아가고 커피를 홀짝이며, 사과랑 복숭아를 먹는 우리. 그리고 한 편의 영화 ‘소셜포비아’. 시선을 빼앗는 류준열 때문에 웃었지만,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을 내용이라 씁쓸하게 봤다. 무서운 키보드 세상. 나도 sns를 하고 있지만 신중하고 조심히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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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구에 오면서 남편의 황금 자유시간은 종료됐다. 장난에, 나의 부름에, 나의 농담에 ‘성가신데 귀엽다’고 말하는 남편이었다. 와이프가 집에 왔구나.... 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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