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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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 금요일,
불안과 피로를 잠에게 맡긴다.
눕자마자 잠든 나무랑 나, 혼자 조용히 놀다가 나중에 자러간 남편. 새벽 3시와 아침 8시 40분에 맘마를 먹이고 다시 잠을 잔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의 시작이다. 합격/불합격 연락을 기다리는 심정일까.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도 말로 못할 긴장과 ‘혹시나’하는 생각에 검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드디어 10시, 남편 폰이 먼저 울렸고 덩달아 내 폰도 문자가 도착했다. 결과는 셋 다 음성. 그제야 한시름을 놓는다. 체하지도 않은 몸임에도 체증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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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바로 외출을 했다.
그동안 열심히 모은 우유팩을 바꾸러 행정복지센터로 향한다. 집에 아이스팩도 있지만 크기가 모두 달라서 이건 못 바꿀 것 같네. 많이 모은 것 같은데 2kg 밖에 채 되지 않았다. 쓰레기 종량제봉투 3장을 얻고 동네 도서관으로 장소를 옮긴다. 도서관에서 하는 북스타트 책나눔행사. 우리 아기 이름을 등록하고 책꾸러미를 선물 받았다. 귀여운 책 두 권이 생겼다. 책을 꾸준히 읽어주는 엄마였으면 좋겠는데, 이 꾸준함을 지속하는 게 쉽지 않네. 아이참. 햄버거나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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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괜찮아졌는지 죽이 아닌 음식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햄버거의 유혹은 참을 수가 없지. 그렇게 우리는 빅맥세트를 사 들고 집으로 왔다. 감자없는 햄버거세트라니.. 아기에게 눈을 떼지 않고 맥너겟을 먹는다. 그래, 너도 먹고 싶었니. 간식처럼 담아둔 이유식 30ml을 먹이고 분유를 연달아 먹였다. 며칠 사이에 혀를 계속 낼름낼름거리는 나무. 아직 아랫니는 아닌 것 같은데 이유를 모르겠다. 그러다 웃음이 터지고 장난기가 제대로 발동했네. ‘지호 잡으러 가야지’하고 웃으면서 소리를 내면, 기쁘게 도망가는 시늉을 하는 나무. ‘장난을 친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우리는 꽤 장난을 주고 받는다. 반복도 할 줄 알고, 아기의 성장은 매일 매일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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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자리를 잡고 꿈나라를 떠났다.
30분만 자고 벌떡 일어나서 아쉬웠는데, 눈을 비비고 있길래 내 품에 안아서 재웠더니 또 잠이 들었다. 낮잠을 나는 두 시간, 나무는 세 시간이나 잤다. 남편은 방에서 아주 편하게 폰을 가지고 놀았단다. 장을 봐와서는 대패삼겹살로 콩불을 만들어 준다고했다. 또 그렇게 맛있는 저녁을 먹고, 도쿄올림픽 배구 준결승을 틀었다. 경기에 집중하고 싶어도 자꾸만 찡찡찡 보채는 나무를 달래느라 경기 절반을 놓쳤다. 씻기고 안아주고 놀아주면서 여자배구 대표팀을 응원했지만 지고 말았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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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던 나무는 계속 눈만 비볐다.
결국은 바닥에 내려놓고 누워서 놀아주기로 한 우리. 오늘도 내 몸에 팍!하고 날아왔다가 남편 쪽으로 몸을 날리는 나무는 지치지도 않는다. 혼자 어찌나 바쁜지.. 너가 우리집 체력 대장이라는 걸 아니. 내게 장난을 치며 다가오고, 까르륵 까르륵 도망가는 나무를 붙잡는다. 얼마 전만 해도 혼자 놀아준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제는 같이 놀고 같이 웃는 시기가 오니까 더 재미있고 웃을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 진짜 진짜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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