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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숭이 Aug 08. 2021

2021080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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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토요일,

오늘이 입추란다.

아직 날이 무덥기만 한데 가을은 우리 몰래 다가오고 있었다. 무궁화꽃이 피웠습니다 놀이를 하는 것처럼 술래 몰래 슬금슬금. 금방 또 더위가 식고 찬바람이 불어오겠지. 신기한 마법의 절기. 시간아 천천히 가주겠니. 절기 못지 않게 잘 가는 게 또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아기의 시간이었다. 엊그제 세상에 나와서 먹고 자고 꼬물꼬물거리던 나무는 어느새 잡고 일어서고 세상을 탐색하는 씩씩한 아기가 되었다. 우리 아기도 천천히 자라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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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노는 것만으로는 부족한지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거실로 나가 노는 동안, 잠깐 아기 발달단계 책을 꺼냈다. 그 중에서 조금 놀란 부분은, ‘7~10개월경의 아기가 칭얼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심심하기 때문이다. 이미 집 안 구석구석을 기어 다니면서 탐구한 아기에게 더 이상 집은 재미있는 놀이터가 될 수 없다. 초보 부모에게 7~10개월의 아기는 매우 어린 아기로만 여겨질 테지만 인지적인 능력이나 운동 능력은 이미 좀 더 넓은 세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와우. 심심하다고? 집은 더 이상 재미있는 놀이터가 될 수 없다고?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어떤 새로운 자극을 해줘야 할 지 고민이 생겼다.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힘든 세상이지만, 너무 모르는 세계에는 작은 정보 하나가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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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나물 무침에 빠진 남자 한 명이 있었으니..

비름나물 대잔치. 두 팩을 무치고, 집 앞 슈퍼에 가서 또 나물을 사 왔다. 그러고는 데치고 무치기를 반복 반복. 자, 이제 대청소를 해볼까? 아기를 업은 채 청소기를 돌렸다. 남편이 물걸레로 바닥을 닦는 동안 창틀 청소와 거울과 창문을 닦는다. 그가 화장실 청소를 하고 나는 빨래를 널고 나무는 그런 우리를 구경하고. 이 정도만 해도 바쁜데 구석구석 대청소를 어찌하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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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재우고 있을 때 남편은 안경점을 다녀왔다..

‘안경의 저주’가 드디어 풀리는 구먼. 너무 스펙타클했던 며칠이었다 휴우. 이제는 다시 평화가 찾아올 거라 믿고 우리는 잔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콩물을 사 왔지만, 먹는 건 바깥음식이지! 국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다른 걸 먹을 수밖에 없네 아이참. ‘호래기 먹을래?’하고 물어보길래 갑자기 호래기가 먹고 싶은 줄 알았더니, ‘호랭이치킨’이었다. 호래기랑은 너무도 다른 반응에 둘 다 껄껄껄 웃어버렸네. 호랑이치킨과 함께 보내는 우리의 꿀맛휴가. 돌싱글즈 프로그램도 재미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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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프는 야밤에 야채죽을 끓였다.

부디 아이템이 힘듦을 줄여주기를 바라면서 차퍼에 야채를 넣고 갈갈갈. 너무 쉽게 잘 갈려서 만드는 시간도 한참을 아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무는 잘 생각이 없지.. 눈은 비비면서 눈을 감는 타이밍은 좀처럼 찾기 어렵나 보다. 그래도 내가 씻고 온 사이에 아빠 품에 포옥 안겨 꿈나라로 떠났네. 내사랑들 잘 자고 꿈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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