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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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일 월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7시에 일어난 남편과 10시에 일어난 우리 둘.
연휴 마지막 날에는 뭐하고 놀까. 뭐하고 보낼까. 일단 나무 맘마부터 먹이자! 응가했으니까 조금 일찍 줘야겠다. 분유 100ml을 먹고 소고기애호박적채죽 150ml을 비웠다. 둘이서 아기를 볼 때 좋은 점은 역할분담이 된다는 거. 예를 들면 기저귀를 갈거나 맘마를 먹일 때 한 명은 핵심적인 일을 하고, 다른 한 명은 아기의 시선을 사로잡는 역할을 한다. 그럼 수월하고 편하게 착착착 일을 처리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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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요새 잘 보고 있는 ‘환승연애’.
첫 편을 보고 남편은 별로 재미없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몰입을 하더니 옆에서 궁시렁궁시렁 소리가 들린다. 출연자 행동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에 한 마디를 더 보탠다. 낄낄낄. 되게 재밌게 보시는 것 같은데요? 흐흐흐. 집에 남은 빵들은 우리의 브런치가 되었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스 커피도 한 잔 마셨지롱. 잠깐 자고 일어난 나무랑 하는 촉감놀이. 처음 해 보는 국수놀이는 과연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 쌀국수를 삶고 방수매트를 깔고 접시에 국수를 한 가득 올려두었다. 나도 마음의 준비가 되었으니 시작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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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부담스럽지 않도록 국수를 앞에 두고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느낌이 낯설어서 그런지 국수 한 가닥을 만지다가 멈칫하는 나무. 신나는 동요를 틀고, 내가 직접 만지고 노는 모습을 보여주고 먹어도 보는데 큰 반응이 없다. 그래도 입을 벌려 오물오물 받아 먹긴 하는데, 면발 특성상 미끄러지니까 먹고 싶어도 계속 놓치고 마네.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고 보니 맘마시간이 다 됐구만. 부랴부랴 분유를 먹여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다시 놀이 시-작. 아까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이긴 하지만, 큰 흥미는 없는 것 같았다. 찡찡찡에 떡뻥으로 평화를 되찾고, 목욕을 하러 떠났다. 목욕이랑 뒷정리가 어마어마하지만.. 그래도 40분이나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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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고구마랑 단호박이 출동했다.
생각난 김에 고구마랑 단호박을 쪄서 큐브를 만들기로 한다. 타이머를 맞춰놓고 고구마를 찌고, 남편 간식으로 고구마를 에어프라이어로 굽는다. 단호박 씨를 빼고 몇 등분을 해서 몇 개는 찌고, 몇 개는 단호박칩을 만드는 우리. 레시피를 찾다가 알게 된 꿀팁. ‘단호박을 자르기 전에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를 돌려라. 그러면 자르기 쉬울 것이다’. 유레카. 너무 멋진 꿀팁이잖아. 그렇게 해서 만든 큐브에 정량을 담고 냉동실에 넣었다. 다시 든든해진 단 맛의 재료들. 나무야 맛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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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한 번 나가려는데 할 일이 많네..
고구마랑 단호박도 삶아야 하고, 뒷정리도 해야 하고, 나가려니 나무 맘마시간이고. 결국 우리는 6시 반을 넘기고 밖으로 나갔다. 집 근처 반찬가게에 가서 선지해장국과 밑반찬 몇 개를 담았다. 그리고 걷는 시간들. 대구에서 에어컨을 안 튼 적이 언제였더라.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선선했던 오늘 하루. 바깥은 얼마나 상쾌한지, ‘너무 시원하다’ ‘걷기 좋아’ ‘진짜 선선해’ 등 신바람 이숭이가 되었다. 석류가 물들어가는, 초록대추가 영글어가는 계절, 여름의 끝자락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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