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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숭이 Aug 16. 2021

2021081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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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일요일,

우리의 목표는 9시 반에 집 밖을 나서는 것.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목표는 목표일 뿐. 잠깐 외출인데 챙길 건 왜 이리 많냐.. 기저귀, 손수건, 물티슈 이런 건 기본이고 떡뻥과 분유랑 분유물에 장난감까지 넣으니까 참 많네. 남편이 오랜만에 힙시트랑 아기띠를 연결시키는 게 헷갈려서 끙끙끙. 나는 좀 많이 모르는 분야?라서 이런 쪽에 능한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너무 다행이었다. 조금 컸다고 카시트 타는 걸 답답해하는 나무를 데리고 어디가기 쉽지 않지만, 조금만 참자! 우쭈쭈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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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10시에 문을 열었고 우리는 첫 손님이었다.

‘손님들이 오기 전에 치고 빠지기 작전’이 잘 통해야 할 텐데. 좋아하는 구석자리에 짐을 풀고 커피랑 와플을 시켰다. 핸즈커피는 와플이 정말 정말 맛있단 말이야. 오늘 커플룩을 입은 아빠랑 나무, 두 사람 사진을 많이 찍어주었다. 채광이 좋은 자리에서 찰칵찰칵 그냥 서서 찰칵찰칵. 분위기 좋은 곳에서 이렇게 추억을 남길 수 있음에 감사를. 공복에 시원한 커피를 마실 수 있음을 감사를. 우리 밖에 없으니 우리만을 위한 시간, 공간인 것 같아 그저 좋았다. 수다를 떨고, 아기를 재우고, 어제 못 쓴 일기를 적고 맘마를 먹이고. 셋이서 오랜만에 외출이라 더 기뻤다고 해야 하나. 1시 쯤,  점심을 먹고 난 시간이라 손님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했다. 자, 우리는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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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처 반찬가게에 가보기로 했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진다. 빛의 속도로 비를 뚫고 유모차를 들고 후다닥 집으로 들어갔다. 짐을 후다닥 풀고 먼저 씻고 나오니 남편은 아기를 씻기고 있었다. 고마워라, 마지막으로 남편이 씻고, 그가 어제 육수를 내고 남은 소고기로 장조림을 만들었다. 그가   있는 요리가 하나  늘었네 짝짝짝. ‘환승연애’ 2화를 보다가 벌써 맘마시간이   알았다. 오전에 이유식을  먹었으니까 앞으로  번은 연달아 먹여야지. 어째서 분유 100ml 먹고 소고기표고버섯양파미역죽 180ml  먹을 수가 있을까.  먹으니까 고마운데 배가 엄청 부를  같은데 괜찮니?  다음엔  분유 115ml 닭고기청경채당근죽 170ml 비웠다. 어머 어머, 그새 배가 커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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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을 만들면 꼭 바깥음식을 먹더라?

더 이상 통닭의 유혹을 뿌릴칠 수가 없었다. 요즘 호랑이치킨에 빠져 소홀했던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에 후라이드랑 양념 반반을 시켰다. 치즈볼 4개까지 추가요. 환승연애를 보면서 껄껄껄. 나무는 쿨쿨쿨. 깼는데 옆에 우리가 없다고 서럽게 우는 아기는 마냥 귀엽고 짠하네.. 달랠 생각보다는 이 모습을 남기고 싶어서 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아빠랑 엄마. 우리 언제 철들까.. 특히 나말이야 나! 괜히 장난감 뺏고 내가 다 가져가고 아기를 울리고 어쩌냐 어째. 그래도 내가 엄마라고, 울다가도 내 품을 파고 드는 나무를 보면 철은 없어도, 아기를 지켜주는 든든한 엄마가 되고 싶어진다. 그런 의미로 오늘의 이숭이 추천 노래는 ‘홍재목-그늘같은 늘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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