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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숭이 Aug 15. 2021

2021081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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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토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1시 반에 눈을 감는다..

10분 전에 맘마를 먹고 잠들었네. 불이 꺼진 방에서 각자 폰을 가지고 놀다가 2시가 되자 쿨하게 폰을 껐다. 우리는 이제 막 꿈나라로 가고 있는데 나무가 깨어버렸다. 나무야 새벽에 왜 눈이 동그래? 왜 눈이 마주쳐? 아기가 말똥말똥한 이유는 배고픔이었다. 분유를 타러 가던 남편이 하는 말 ‘와 신생아가 돼뿟노’. 수유텀 2시간이라니.. 아고고고 아빠 엄마는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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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비몽사몽으로 본 남편은 혼자 패션쇼를 하더니 사라지고 없었다. 보아하니 자전거를 씽씽 타고 갔구먼.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 먹자고 동네빵집에 가서 식빵을 사온다던 그는 식빵빼고 다 사왔네. 12시에 갔는데 벌써 식빵이 다 나갔단다. 오메. 대신에 몇 개 골라온 빵과 다른 빵집 빵들, 마트까지 들러 사 온 먹거리들로 가방이 두둑해졌다. 어제 지나가는 말로 했던 고구마, 단호박을 사야겠다는 걸 기억해서 사 오니 감동이 넘친다. 우유, 꼬북칩, 낙지볶음 밀키트도 있다 오예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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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부터 맘마를 먹인다.

분유 100ml과 소고기애호박적채죽 150ml. 치즈는 오늘도 제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우리도 이제 맘마먹을게. 감자바게트, 초코소라빵, 카넬블레, 할라피뇨치즈랑 마시는 커피. 나는 시원하게, 남퍈은 따뜻하게. 당당하게 커피를 뺏아 먹었지. ‘슬기로운 의사생활’ 6화를 보고 아기랑 놀아주는 시간. 어제부터인가 무섭거나 싫을 때 짓는 표정이 생겼다. 세모입을 벌리고 아랫니를 드러내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갑자기 사운드북에서 들리는 사이렌이 무섭나 보다. 귀여워서 울리고 싶은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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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똥파티를 벌인 나무와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배탈이 난 남편. 그가 지쳐 쓰러져 있을 때 우리는 아주 활동적으로 움직였다. 놀고 놀고 또 놀고. 떡뻥은 또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한 개 뺏아 먹고 싶을 정도였다니까. 통닭이 생각나는 토요일이지만, 우리에겐 낙지볶음이 있다. 그가 맛있게 볶아주고 나는 열심히도 먹는다. 반찬처럼 먹고, 밥 볶아서 또 먹고. 마요네즈 소스에 콕콕콕 너무 맛있다. 이번에 보는 건 환승연애 1화. 나무가 자꾸만 불러수 몰입하기 힘들었지만, 다음 편이 궁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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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집안일을 하고 나는 이유식을 하나 만들었다.

육수도 있고 새로 산 소고기도 있으니 아주 든든해. 미역과 표고버섯 두 가지만 끓이려다 양파를 쇽!하고 넣었다. 육수에 야채큐브도 있고 아주 쉽게 만들었다고 뒷정리까지 다 했는데.. 아차차! 소고기를 안 넣었다. 아주 잠깐 영혼이 탈출했다가 다시 이성의 끈을 잡는다. 다시 냄비를 꺼내 소고기를 삶고 다 만든 죽 위에 토핑처럼 올려둔다. 내 정신 좀 봐.. 그나저나 말똥꾸러기는 10시 넘어서 잠들었는데, 왜 11시에 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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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오늘 총 1,340ml이나 먹었다.

신기록을 세웠네.. 잘 먹으니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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