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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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토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늘어지게 자고 싶은 주말 아침.
어딘가에 갈 때 항상 남편이 먼저 일어났다. 나도 쿨쿨 나무도 쿨쿨. 후다닥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 나무는 맘마를 먹고 내복바람으로 출동! 8시 반에 도착한 시부모님댁. 그가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는 동안 우리 둘은 이 곳을 지키기로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집을 탐색하면서 기어다니며 다 만져보려 해서 잡으러 다닌다고 후후하하. 잘 법도 한데 잘 생각이 없다. 나만 피곤하니.. 주변엔 가지고 온 반찬통, 장난감, 책 등 물건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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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만에 본 나무를 얼싸안고 좋아하시는 시부모님.
그새 잡고 일어서는 건 기본이고 혼자 앉을 줄도 알고, 온갖 재롱을 다 부리는 우리 아기. 할아버지 통화가 신기한지 고개를 들고 보는 것도 귀여운 우리 아기. 점심으로 어머님표 고기볶음을 먹었다. 아버님 사랑 막걸리가 빠질 수 없지.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가 오후 쯤에 집에 간대서 깜짝 놀라시는 두 분. 저녁까지 먹고 가라며, 아기랑 못 놀았다고 아쉬워 하시길래 우리는 계획을 바꿔 외출을 하기로 했다. 가고 싶은 곳도, 당장 생각나는 곳도 없는 상황이라 일단 정처없이 떠돌다 방황을 하고 오겠다고 했다. 혹시나 너무 센 방황이 오면 늦게 올지도 모른다며 행복을 찾아 떠나겠다는 며느리에게 잘 다녀오라며, 잘 놀다오라고 응원을 해주신다. 나무야 아빠랑 엄마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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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어디를 갈지 찾아보다가 결국은 우리가 좋아하는 장스목공방카페에 가기로 했다. 이미 목적지로 거의 정해놓고 검색은 예의상, 호기심으로 찾아본 본 것 같기도. 새로운 카페나 장소에 크게 확 지르는 성격이 아닌 우리는 오히려 갔던 곳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야하나. 두 번째 방문도 기분이 좋았다. 정갈하고 멋진 가구들과 소품들. 우리가 애정하고 관심을 쏟는 원탁에 자리를 잡고 커피랑 크로와상을 먹었다. 막상 나오니까 흥이 차오른다. 슈크림이 들어간 크로와상을 먹으니 더 신나는 이숭이. 한 개를 더 먹겠다고 호들갑을 떨었지 뭐. 쇼룸에 가서 구경을 하고 나무를 구경하고, 주변을 돌아보다 다시 커피를 마신다. 밖에서 보는 우리 아기사진. 오늘도 너무 좋아해 사랑해. 다음에는 꼭 아기 데리고 올게요. 다정하신 여자사장님도 너무 애정해요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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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 가서 빵을 사 들고 돌아왔다.
나무는 쿨쿨쿨 자고 있네. 한 시간 째 자고 있단다. 그리고 우리는 저녁까지 야무지게 먹고 집으로 간다. 소고기국과 사과, 밑반찬들을 가득히 챙겨주신 덕분에 우리 집 냉장고는 든든해졌다. 감사히 잘 먹을게요. 늘 고생많다며 응원해주시는 시부모님 감사해요. 흐흐. 오자마자 할 게 많구먼. 짐을 풀고 분유물을 끓이고 나무 목욕과 밀린 설거지들, 열탕소독, 각자 씻는 것까지 하고 나니 11시 반이라고라? 아기는 늦지 않은 시간에 내 품에서 잠들었다. 포근한 잠자리에 눕히고, 우리는 ‘환승연애’를 8화까지 보았다네. 너무 몰입한 나머지 입을 틀어막고 눈이 똥그래졌네. 더 놀라운 건 다 보고 나서 시계를 보니까 새벽 3시였다. 오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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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일된 나무.
뽀송뽀송한 우리 아기. 옷을 갈아 입히고 궁금해서 입을 벌려서 보는데, 어머! 어머! 아랫니 하나가 뿅! 나왔다. 유난히 침을 흘리고 입술을 붙여 쁩쁩하길래 ‘이가 나려나 보다’했는데 이미 뚫고 나왔다니. 그럴 때마다 뒤늦게 짠하고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얼마나 아팠을까. 늦게 발견해서 아플 때 안아주고 달래주지 못 한 엄마는 늦은 반성을 하곤 해. 아이참. 무럭무럭 자란 나무는 이제 이가 7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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