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초상화란?

글작가의 버스킹 프로젝트

by 홍작

글초상화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말 그대로 글로 초상화를 써드리고 있습니다. 이상하다고요? 맞습니다. 초상화라는 게 그림을 의미하는 건데 그림을 그려주는 게 아니라 글로 써준다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글초상화라고 부르는 이 프로젝트는 짧은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이의 내면의 초상화를 써주는 작업입니다. 2013년도 9월 뜻을 함께 한 작가들이 모여 거리작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 해체되고 지금은 혼자 활동하고 있습니다.


글초상화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1단계 – 작가와 인터뷰이가 만나 15여분 정도 짧은 인터뷰를 합니다.

2단계 –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다섯줄 초상화를 타자기로 쳐줍니다(15분 소요).

인터뷰이는 다른 곳을 구경하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합니다.

3단계 – 글초상화가 완성되면 인터뷰이에게 전달합니다.


오래된 타자기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고 살아있는 이야기를 담아내자며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막상 거리로 나오니 막막하더라고요. 거리의 음악가들은 기타와 같은 악기로, 화가들은 붓과 종이를 들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었죠. 글작가에게도 뭔가 무기가 필요했습니다. 하여 글작가를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죠. 요즘 많은 작가들이 쓰는 노트북이 좋을까? 아니면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쓸 만한 타자기는 어떨까? 고민하다 타자기로 결정했습니다.

왜냐하면 ‘글초상화’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자기 성찰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누구에게도 하지 못 하던 비밀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 놓으시는 분들도 있고, 바삐 살아오느라 자신이 무엇을 좋아 하는지 싫어하는지조차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지금에야 자신을 돌아본다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하여 인터뷰이들에게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함께 했던 시간을 곱씹어 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더 드리고 싶어 수정이 어려운, 그래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또 자신만의 시간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아날로그적인 타자기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살면서 자신을 아는 일보다 더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은 없으니까요.

타자기를 결정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소리이기도 해요. 탁탁탁탁 타닥탁탁. 거리에서 타자기를 치면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과거로 추억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이거 엄마도 옛날에 쳤던 거야.' 라며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로 삼더라고요. 또 어떤 분은 타자기와 대화라도 하듯 타자기 소리에 맞춰 적극적으로 리액션을 해주시기도 했답니다. 하여 타자기를 고집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인터뷰를 한다고 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인터뷰라고 하니 많은 분들이 거창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자신이 대답을 잘 못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많이들 하십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세요. 말 그대로 짧은 인터뷰에요. 말을 잘 할 필요도 거창한 인생철학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일상에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 봅니다. 굉장히 쉬운 질문들이라 이제 막 말을 시작한 아이들도 할 수 있어요. 대체로 여섯 개의 질문을 하는데. 구체적인 질문을 가르쳐 드리면 미리 준비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알려드리지 않습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먼저 체험해 본 친구가 알려준 질문을 듣고 준비해 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인터뷰는 잘 되었지만 글이 잘 써지지 않아 고생한 적이 있었어요. 뭔가 진솔한 이야기가 아니라 예쁘게 잘 꾸며진 이야기를 들었던 느낌이라 초상화가 잘 써지지 않더라고요.

‘글초상화’의 매력은 즉흥성에 있습니다.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이라 생각해요. 조금은 어설프고. 조금은 미완이더라도. 그게 우리네 삶의 모습이고 그게 더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본다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우리가 거울을 보는 건 거울보기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잖아요. 외출을 위해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며 준비하는 것처럼. 다른 단계를 위해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 자신을 준비하는 시간이라 생각하면 될 거 같습니다.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독자들을 만나 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 들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거라 상업성을 배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함께 했던 작가들에게까지 민폐 아닌 민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이 투자하는 시간에 대한 보상은 물론 타자기나 엽서 등 필요한 기구를 사는 비용을 제 개인 돈으로 지불해야 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다행히 2015년 콘진원 아이디어융합공방에서 우수상을 수상해 프로젝트에 필요한 경비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프로젝트 수행 시 작가들 페이에 대한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찾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결국 작가 팀을 해체하고 말았죠.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작가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하고 싶은 걸 계속하기 위해선 상업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걸. 그때부터 예술과 상업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책을 내는 것도 그 고민에서 나온 것입니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이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 같아서 노력 중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서 이야기 한 대로 글초상화는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 들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기획대로 많은 분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인터뷰를 해주신 많은 분들 역시 이런 시간들을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시더라고요. 단 한 번도 이야기 해본 적이 없다면서 어렵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도 있었고, 이야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오히려 저에게 고맙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 분들 때문에 힘이 들어도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또한 15분 내에 인터뷰를 하고 15분 내에 글초상화를 완성해야 해서 매순간 긴장하고 집중해야 했습니다. 작업 당시 매순간 힘든데 돌아보면 그 힘든 시간이 뿌듯하고 행복하더라고요. 이 과정을 통해 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고, 개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요. 좀 더 단단해진 저 자신을 만났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변화할지 지켜보고 싶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한마디 해주세요.

일단 저와 글초상화로 만나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짧은 인터뷰가 어떻게 글초상화가 되는지. 저와의 긴밀한 교감이 없다면 결코 좋은 글이 나오지 않다는 걸. 간혹 제가 여러분들을 너무 좋게 본다고 말 하시는데 인터뷰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 보시면 여러분이 뱉은 말을 토대로 쓰여 졌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전 여러분들이 뱉은 말을 제가 느끼는 대로 조화롭게 배열했을 뿐이에요. 그러니 글초상화가 좋게 표현되었다면 그건 여러분 안에 좋은 것들이 너무 많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또 여전히 여러분들의 꿈을, 일상을 응원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초상화를 경험하지 못 한 분에게는 글초상화가 공감되지 않는 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혹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고민해서 읽는다면 초상화의 인물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모르시겠다는 분들은 연락주세요. 글초상화를 경험하고 나시면 다른 이들을 상상하는 것도 쉬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