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푸른 건 투명하기 때문

인터뷰 셋

by 홍작

2017년 10월 14일


“배우는 거 재미없어요. 돈 벌어서 먹고 놀고 여행하고 싶어요.”


셋님은 중학생이라 했습니다. 학교생활이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그냥 다녀야 해서 다닌데요. 셋님은 배우는 게 재미없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리곤 졸업하자마자 돈 벌어서 먹고 놀고 여행하고 싶데요. 와우. 리스펙. 이게 요즘 중학생의 스웨그군요. 그 솔직함에 반하고. 그 당당함에 반했습니다. 왜냐하면 전 배우는 게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제가 모르는 게 많고 부족한 게 많으니 삶은 늘 배워야 했습니다. 저 만의 룰이 없이 그들의 룰을 따라야 하니 늘 죄송하고, 늘 절절매고, 늘 조바심이 났어요. 그런데 셋님은 나의 모자람을 채우기 위해 배우기보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걸 하고 싶어, 난 나만의 룰이 있어 그러니 당신의 룰은 따르지 않겠어,라고 선언하는 것 같았습니다. 왜냐면 공부가 싫은 게 아니라 배우라고 강요하는 게 싫다고 한 거거든요. 그런 셋님이 관심이 많은 것이 음악이래요. 음악은 좋아하니 배울 필요가 없더래요. 좋아하니까 저절로 습득이 되는 거겠죠. 정말 멋졌어요.


셋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를 물었더니 숫자 3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안정적인 느낌이래요. 그리고 불현듯 핸드크림이 떠오른데요. 왜 핸드크림이 떠올랐니?라고 물으니 그냥 떠올랐다고 했어요. 숫자 3과 안정적인 느낌과 핸드크림. 묘하게 균형이 맞지 않지만 그래서 중학생 셋님의 모습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글감으로 쓰기에는 아쉬웠어요.

다음으로 좋아하는 색깔을 물었습니다. 파란색이 좋데요. 맑은 날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고. 처음으로 셋님이 웃었어요. 굉장히 시니컬한 태도였거든요. 그 웃음을 보자 비로소 제 나이로 보였죠. 귀여운 구석이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마카롱인 데 달아서 좋아한데요. 너무 달지 않냐고 물었더니 얼그레이랑 먹으면 좋다고 해요. 얼그레이와 마카롱을 먹는 중학생이라. 언뜻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어머니 취향이 아닐까 생각했죠. 좋아하는 동물은 없데요. 그냥 싫데요.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은 살아있는 건 뭐든지 키워보고 싶어하는데 의외였습니다. 좋아하는 식물로 나무, 특히 숲에 있는 나무, 벚꽃이 좋다고 했어요. 예쁘다고.


인터뷰를 한다고 인터뷰가 다 잘 되는 건 아닙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인터뷰가 힘들어요. 좋아하는 숫자가 뭐야?하고 물으면 7! 대답하고 끝이거든요. 왜 좋아해?라고 물으면 그냥,이라는 답이 돌아오죠. 단답형의 인터뷰로는 글초상화를 쓸 수가 없어요. 글초상화는 내면의 모습을 글로 써주는 프로젝트이거든요. 그래서 가급적 나이 어린 아이들의 글초상화는 지양합니다. 셋님의 인터뷰도 잘 된 것은 아닙니다. 살아온 시간이 없으니 자신의 이야기가 없었어요. 난감했습니다. 하지만 배우기 싫다는 당당한 태도에 촛점을 맞춰 글을 썼습니다. 수정이 가능하면 좀 고치고 싶지만. 오타가 나도, 조금 허술해도, 그 모습이 그때의 나였고, 그때의 인터뷰이이기에 고치지 않으니 너그럽게 봐주세요.


4.jpg






이전 04화몸이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