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넷
2017년 9월 27일
“앨버트로스를 아세요? 세상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에요.
바보 새라고도 하고. 나그네새라고도 하죠.”
넷님은 오십대 초반의 남자분입니다. 제가 굳이 남자분이라고 밝히는 건 글초상화에 중년남자분들이 참여하는 게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관심을 갖지만 정작 인터뷰를 하라고 하면 사양하거든요. 제가 느낀 대한민국 중년남자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익숙하지 않습니다. 특히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물으면 한동안 대답을 못 하셔요. 그런 것은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하시죠. 일에 치여 살고, 일상에 치여 살다보니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것 아닐까 싶네요. 그런 모습이 참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넷님은 조금 달랐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아주 잘 풀어내셨죠 자기 성찰이 잘 되신 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넷님은 현재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경비 일을 하고 계시데요. 도서관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러 오셨답니다. 일을 하면서 공부하는 건 정말 보통의 의지로 안 되는 거죠. 정말 대단하십니다. 더 대단한 것은 그 바쁜 와중에도 봉사 활동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죠. 남을 도와주는 게 큰 기쁨이라고 하셨어요.
넷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개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를 물으니 처음엔 7을 대답하더니 이내 1이라고 정정하십니다. 처음엔 사람들이 말하는 행운의 숫자인 7이 먼저 떠올라서 이야기했는데, 사실 자신은 1이 좋다고 했습니다. 첫번째라 좋데요. 뭐든지 처음이 중요하다고. 처음을 강조하는 모습에 굉장히 신중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꼼꼼히 따져보고 시작하는 사람 같았죠. 좋아하는 색을 물었더니 보라라고 말하더니 이내 노랑이라고 정정했습니다. 처음엔 차분한 느낌의 보라가 떠올랐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산뜻한 노랑도 좋데요. 넷님의 사고 패턴이 보이시나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 그리고 그 다음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씀하셔요. 아마도 늘 타인을 배려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찐 모습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여전히 타인의 시선을 먼저 의식하는 것 같았어요.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된장찌개와 회를 이야기 하셨어요. 시골에서 자라 된장찌개를 먹을 때마다 고향 생각이 난다고. 그리고 회는 바닷가에 사셔서 낚시를 자주하셨데요. 대나무로 구멍낚시를 했는데 그때 먹은 낙지 맛을 아직도 잊지 못 한다고. 음식도 두가지로 말씀하시죠? ㅎ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하며 좋아하는 동물을 물었더니 새를 좋아한데요. 새 중에서요 알바트로스를 특히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처음 듣는 새였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죠. 세상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더라고요. 나그네들의 친구이기도 합니다. 많은 나그네, 여행객들이 알바트로스를 보고 항해를 한다고 해요. 순간 넷님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나고 목소리가 들떠 신이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게 넷님의 진짜 모습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죠. 하여 알바트로스를 소재로 글초상화를 써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