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섯
2017년 9월 27일
“관광통역사가 되고 싶어요. 여행도 좋아하고 사람도 좋아하거든요.”
다섯님은 이십 대 중반의 취준생입니다. 관광통역사가 꿈이라고 해요. 여행도 좋아하고 사람도 좋아하기 때문이랍니다. 지금은 그 꿈을 위해 컴퓨터도 배우고, 중국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하네요. 특히 다섯님은 단어 외우는 걸 좋아한다고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사용하고 있는 단어 하나하나가 명확하고 살아 있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다섯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를 물으니 5라고 대답해요. "오~"라고 말할 때 둥글둥글한 발음이 좋다고 해요. 숫자 5를 발음과 연결시켜서 말할 줄은 몰랐어요. 통역사를 꿈꾸는 분이라 발음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어요. 또 손을 쫙 피면 볼 수 있어서 좋데요. 덕분에 저도 처음 숫자 5를 배울 때가 생각났습니다. 손으로 숫자를 세며 "오"까지 셋을 때 손이 쫙 펴지면 저 역시 기분이 좋았죠. 숫자 5를 이렇게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다니. 다섯님은 사물의 모습을 다각도로 보는 호기심 많고 신중한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색은 연두색이래요. 어릴 때부터 좋아해 가방이나 필통이 전부 연두색이었데요. 연두색을 보면 생각이 없어진다고 해요. 무념무상의 상태가 된다는 거죠. 아마도 연두색을 보면서 긴장의 연속이었던 하루를 내려놓고 힐링하는 것 같았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초코우유인데. 가방에 초코우유가 없는 날이 없데요. 혹시나 당이 떨어질까 봐 걱정이 되어서 챙긴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죠. 좋아하는 동물은 샴 고양인데. 사람을 잘 따르는 개냥이 스타일을 좋아한데요. 둥글둥글 솜 같은 느낌이 좋다고 합니다. 다섯님도 자주 쓰는 단어가 있어요. "둥글둥글." 제가 둥글둥글이란 단어를 자주 쓰시네요?하고 물으니. 샤프한 인상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여 둥글둥글 살자가 다섯님의 삶의 모토가 되었데요. 좋아하는 식물을 물었더니 라일락을 꼽습니다. 향이 좋아서 좋데요. 특히 힘들 때 라일락향을 맡으면 위로가 된다고 해요. 흥미로운 것은 라일락의 모양에 대한 묘사였는데요. 라일락을 자세히 보면 작은 꽃들이 옹기종이 모여있는 하나가 되는데, 그 모습이 좋았데요. 혼자가 아닌 것 같아서. 사람 좋아하는 다섯님의 성향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글초상화는 인터뷰이의 내면을 초상화를 그려주는 작업입니다. 말은 그 사람의 영혼을 반영하기 때문에 인터뷰이의 말을 경청하면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죠. 하여 인터뷰가 잘 되면 그분이 하신 이야기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 수가 있어요. 다섯님처럼요. 인터뷰를 하며 불현듯 저희 집 고양이가 떠올랐어요. 저희 집 고양이는 집밖을 나간 적이 없거든요. 그러나 언제나 꿈을 꾸는 듯 창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곤 했죠. 취업 준비를 한다는 수진님도 그랬습니다. 매일 쳇바퀴 돌 듯 집과 도서관이 전부지만 매일 밤 여행 가방을 싸며 꿈을 꾼다고 하셨죠.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곳으로 떠나는 꿈을요. 꿈꾸는 고양이를 중심으로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