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ttlesoo Sep 10. 2021

'나'를 찾는 시간

나는 어떤 사람일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면밀히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취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나 또한 그런 사람이다.


다만, 나의 경우에는 타인을 알아가려는 노력은 무던히 하면서도 단 한 번도 나를 제대로 알아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삶을 살아가면서 고단해지고, 흔들리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오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냥 방에 틀어박혀 나를 집어삼킨 이 그림자가 물러날 때까지, 몸을 옹송그리고 하릴없이 이불속으로 더 깊이 파묻히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왜 행복하지 않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이지?'



나는 떠오른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나 자신에 대해 잘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니까. 그건 단순히 좋아하는 음식, 색깔의 문제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나는 집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집순이'인데, 왜 집을 좋아하는지, 집에 머무는 시간 중 어느 순간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지, 왜 그 시간이 마음에 드는지, 좋아하는 조명의 조도는 어느 정도인지, 집에 어떤 향을 입히고 싶은지, 또 집의 어떤 것들이 거슬리는지 등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예민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군가 물어봤을 때나 이유를 생각해보는 정도였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해보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부끄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나는 자주 일기를 쓰는 사람이라, 내 감정을 표출하는 글은 자주 쓰는 편이지만, 그 감정이 생기는 이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는 무엇에 화가 나는지, 어떤 일에 슬픔을 느끼고 기뻐하는지.



이렇게 나를 알아가는 노력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우선, 나는 주관을 가지고 삶을 살아나가고 싶다.

나는 영화를 해석해주는 유튜브를 꽤 자주 보는 편인데, 내가 흥미를 느끼는 지점은 다양한 유튜버들이 하나의 영화를 리뷰해도 모두 관점을 달리한다는 데 있다. 크게 보면 비슷한 갈래이나, 자신만의 언어로 영화의 포인트를 해석하고, 주제를 풀어나가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영화 이야기를 삶에 투영해 본다면, 나는 삶을 살아가는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싶다. 다른 사람의 언어로 이해되는 삶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니, 관점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인생을 나만의 관점으로 이해하고, 나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조금 더 뚜렷하고 입체적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또 다른 이유는 불안에 더 잘 대처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함이다.

나는 굉장히 예민하고, 자주 감정이 흔들리는 사람인데, 내가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그 흔들림이 더 심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일이든 잘해나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준점이 필요한데, 내 삶의 경우에는 나 자신이 그 기준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준점이 없으니 자꾸 내 자신을 의심하게 되었고, 외부에서 충격이 올 때마다 내 잣대는 자꾸만 타인의 시선, 타인의 기대로 옮겨갔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침대로 기어들어가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누구지?' 불안이 심해질 때는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내 이름 자체가 낯설게 들릴 정도였다. 나를 알아가는 노력을 무던히 하다 보면,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으리라.



영상, 음악, 사진 등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은 다양하지만, 단어를 골라 글을 쓰고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나로서는 그 어떤 수단보다 글이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매거진에서는 나라는 사람이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될 것이다. 그 대상은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이 될 수도 있고, 친구와 보낸 시간이나 문득 떠오른 한 줄의 생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내가 어떻게 소화하는지를 면밀히 관찰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나라는 사람은 어떤 마음과 태도로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알고 싶다. 이렇게 나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면 이전에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에도 언젠가 답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왜 행복하지 않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