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ttlesoo Jan 25. 2022

늦었지만 새해 계획

나의 페이스대로 일 년 계획해보기


2022년이 밝았다.

 해를 마무리하고,  해를 시작할 때의 나는 일기에 나름다짐을 적어왔는데, 올해는 시간이 흐르는 대로 두었다. '1 1일이니까' 하며 시간에  떠밀려 계획하는 것이 아닌,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차근차근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러 노트와, 아이폰 메모장 등에 끼적인 단편적인 기록의 조각들을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01/

기록으로 선명해지는 한 해 보내기


내 안에 흘러가는 생각, 감정, 감상들은 결국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만다. 결국 남아있고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된 것들일 수밖에 없다. 해서 글이든, 영상이든, 사진이든 여러 수단을 통해 나의 생각을 외부로 확장시키고, 고정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하고 기록하는 과정은 나라는 사람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사진으로 기록한다면 빛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며, 가장 최적의 구도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나의 주관이 담기도록 배치를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정을 통해서는 색감을 또렷하게 살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만약 글로 기록한다면 최적의 단어를 찾을 것이고, 써지지 않는 문장이 있다면 몇십 분이고 끈질기게 풀어내려 고심할 것이다.

누군가 이러한 과정을 두고 사진을 찍을 때 조리개를 조이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렇게 기록의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가, 그리고 고민하는 순간들이 나의 시선을 더 또렷하고 선명하게 만들 것이라고, 성장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02/

다량의 인풋보다는 가치 있는 인풋 늘리기


광고회사, 특히 마케팅 쪽에서 일을 하다 보면 요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빠르게 캐치하고자 많은 노력을 한다. 뉴스레터들을 여럿 등록해 아침마다 읽고, 잠에 들기 전까지 소셜 미디어에서 많은 조회를 얻고 있는 콘텐츠들 사이를 유영한다. 업을 충실히 수행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는 유행을 예민한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하나, 유행은 쉬이 휘발되는 일이 많고, 알맹이나 가치가 담겨있다기보다는 흥미 위주의 현상들이 많다. 때문에 내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주입하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콘텐츠들은 재미있는 만큼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으면 몇 시간이 그냥 휘발되는 일이 많다. 결국 '가치 있는 인풋'은 내 자신이 머리를 사용해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성질의 콘텐츠들이라고 믿는다. 사고를 확장하기 좋은 대표적인 콘텐츠는 바로 책이다. 작년까지는 가볍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출퇴근 시간에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며 E-BOOK을 읽었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너무 간편하다 보니 집중력이 금방 깨졌고, 점점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스크린위에 떠다니는 텍스트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행위에 가까워졌다. 나에게는 책을 실제로 손에 들고 책장을 넘기는 감각까지 '책을 읽는다'는 행위 안에 속하기 때문에, 올해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양질의 인풋을 위해 실제 책을 구매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책 읽는 시간을 저녁 먹은 후 한 시간 정도로 정해두고 있다. 또한 책을 덮고 '좋다'는 감상만 하는 것을 피하고, 책 속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마음에 와닿은 문장들을 필사하며 느리게 읽는 중이다. 길게 보았을 때 책을 빠르게 읽는 행위 자체는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보다 '몇 권의 책을 읽었다'는 숫자에서 오는 뿌듯함이나 우쭐함 정도만 남기기 때문에, 필사를 하며 느리게 읽고 집중력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바로 책을 내려놓고 있다. 그럼에도 새해가 시작한 후 한 달도 안된 지금까지는 꽤 많은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니, 책 읽는 시간을 고정해두는 것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03/

완벽주의에 대한 환상을 반복적으로 내려놓기


완벽주의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중에 얼마 전 읽게 된 황선우 작가님의 책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의 '완벽을 추구할수록 부족한 사람이 되는 완벽주의자의 역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완벽주의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 대체로 과정은 피곤하며 결과는 불만족스럽다.

너무 높은 기준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다 못해 완벽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중상 이상을 해내고 좋은 평가를 받지만 자기 성취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칭찬하면 자학으로 응수하니 주변 사람들로서는 무척 피곤한 일이다. 완벽하지 않은 상황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끼는 이들은 종종 에너지 뱀파이어이기도 하다. 힘들고 지친 기색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면서 “괜찮아”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 이런 말을 계속해줘야 하는 주변인의 에너지를 빨아먹는다. 그러니 본의 아니게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기대치를 적절히 컨트롤하고 만족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 글을 굳이 인용해온 이유는 완벽주의를 버리고자 노력하면서도, 관성 때문에 자주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벽주의를 '반복적'으로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브런치나 인스타그램 등을 꾸준히 하지 못했던 이유는 더 완벽한 결과물을 내고 싶은 욕심과, 나의 부족함이 박제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흐르면 갑자기 모든 것이 완벽해질까? 나는 결코 나 자신의 기준만큼 완벽해질 수 없다는 단언, 그리고 무엇이든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완성할 수 없다는 생각에 미치자 용기가 났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고, 영감이 생기지 않는다고 영영 손을 놓아버리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은 없다. 나에게는 지금 주어진 재료로 최선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일이 필요하다.

스치는 찰나의 영감보다 완성 물로 만드는 꾸준함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믿음을 가지자.



04/

기준을 단단하게 세우는 한 해 되기


갑작스러운 고백이지만 나의 MBTI는 INFJ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적은 유형이라는 이 MBTI는 뚜렷한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기 검열'일 것이다. 최근에 친언니와 대화를 나누다가, 내 얘기를 한참 듣던 언니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검열' 앞에 '자기'라는 단어를 붙여본 적도 없고, 그런 단어를 생각해본 적도 없어."


그 이야기를 듣는데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자기혐오, 자기 검열 같은 단어를 너무나도 익숙하게 쓰고 말하던 내 자신의 사고나 행동이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사실 말이 자기 검열이지, 남의 눈치를 자진해서 보는 행위나 다름없다. 내가 하는 행동, 말, 결과물이 타인에게 잘못 인식되거나, 단편적으로 인식될 것에 대한 두려움. 그러나 두 사람이 나를 바라보면 나는 두 개의 모습으로 비칠 것이고, 100명의 사람이 나를 바라보면 나는 100개의 모습으로 비춰질 것이다. 결국 누구에게도 한 톨의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고 100% 내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남의 시선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나를 잃는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나, 굳이 내 자신의 인생에 내가 여러 사람에게 노를 쥐어주는 일은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준을 뚜렷하게 세우고, 그 기준들에 대한 나만의 설명이 단단하다면 여러 사람의 말이 얹어지거나, 날카로운 시선이 와닿을 때도 덜 흔들릴 수 있을 것이다.




작년까지는 목록의 형태로 목표를 세웠다면 올해는 가치관을 조금 더 뚜렷하게 잡아보기 위해 노력했다.

외부에서 정량적으로 평가하기는 불가능할지 모르겠으나, 한 해가 끝난 후 내 자신은 분명히 무엇을 얼마큼 이뤄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찾는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