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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Mar 05. 2023

얼굴에 나타나는 삶의 흔적

아이크림과 선크림

마흔이 넘으면 인생의 흔적이 얼굴에 남는다고 합니다. 내 인생, 내 생각, 내 성격이 얼굴에 나옵니다.

지인의 아이는 새 학년이 되면 아이들 관상을 보는데 주름이 많은 아이는 성격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초등학생인 아이가 인생을 아는구나' 싶습니다. 주름이 많다는 이야기는 인상을 많이 쓸 가능성이 많습니다. 인상을 많이 쓴다는 것은 예민한 성격, 화가 많다는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 관상 is 사이언스'의 기초입니다.

우리의 얼굴에 우리의 삶의 흔적이 성향이 성격이 나올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에게도 느껴지는데 마흔이 넘은 우리네 얼굴에 인생의 흔적이 남지 않을 리 만무합니다.

나한테 일어나는 일들도 억울한데 내 얼굴에까지 불행의 흔적을 남기기는 싫었거든.
-남인숙 저,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 (2010, (주)태일 소담)

에세이 속 문장을 만나니  화자가 어떤 마음으로 얼굴에 열심히 아이크림을 발랐는지 절실한 마음이 와닿았습니다. 가만히 거울을 바라봅니다. 이제는 헤어라인 주위로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보입니다. 제 인상의 긍정적인 피드백의 90%를 차지하는 둥글둥글한 눈매가 보입니다. 오뚝하지 못한 코와 작은 입술이 보입니다. 젊은 시절(아직도 젊지만) 얼굴을 함부로 대한 결과로 눈밑에 검버섯이 보입니다. 뒤늦은 후회로 아침마다 열심히 선크림을 바르지만 이미 늦은 후회입니다. '나의 얼굴에 나의 인생의 흔적이 남을까?'란 궁금증에 한참을 바라보아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만났습니다. 벌써 20년이 넘은 인연입니다. 친구들을 지긋이 바라보다 "우리 진짜 고등학교 때와 똑같은 거 같다~너희는 어쩜 늙지도 않아?" 라는 제 말에 큰 아이가 중학교가 들어가는 친구가 웃습니다.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누가 그러더라 우리가 추억 속의 얼굴로 서로 바라봐서 그렇다고. 객관적으로 40대로 보인다고."

제 눈에는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귀 밑 4센티 규정에도 불만 없이 지키던 순종적이었던 여고 시절, 12시간 넘게 학교에 있지만 그 안에서 친구들과 소소한 일에도 깔깔 웃고 쉬는 시간 김치 만두, 소시지 빵 하나로도 행복해하던  그때의 모습으로 보이는데 이제는 흰머리가 나고 눈 밑에 주름이 보입니다. 당연히 김치만두나 소시지빵에 행복해하지도 않습니다.

세월이 지나 우린 세상의 때가 묻었고 조금  속물적으로 변했고  지난달 나온 보일러 사용료에 울분을 토하는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 시절 그 얼굴일리 없습니다. 그 시절에는 성숙해 보이려 노력했다면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어려 보이고 자신감 있어 보이는 얼굴이길 바라는 마음에 눈썹 문신도 하고 피부과를 찾고 아이크림과 선크림을 듬뿍 바릅니다. 아직은 인생이 굴곡져 보이는 얼굴이기 싫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얼굴이 당신의 인생이 보이나요? 조금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 조금 더 나은 얼굴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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