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아들이 묻습니다. 저의 꿈이 무엇이었나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구체적인 직무가 있었기보다 나이를 먹어서도 계속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 제 꿈이었습니다.
"엄마는 커리어우먼이 꿈이었어."라는 대답에 일하는 남자는 '커리어 맨'이냐고 아이가 묻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는 '커리어 우먼'이라는 단어는 써도 '커리어 맨'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습니다. 남자가 계속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커리어우먼을 꿈꿨던 저는 경단녀가 되었습니다.
경단녀를 선택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도 저는 계속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 안에 아이를 계속 스스로 키우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전업맘'을 선택한 케이스입니다. 친정 부모님 옆에 살며 직장 다니며 아이 키우는 것을 도움 받아 '워킹맘'의 생활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원한다면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안에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다는 욕망을 따라 저는 '전업맘'을 선택했지요.
그런데 계속 불안했습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난 후에도 돌아갈 곳이 없을까 불안했습니다. 물론 제 선택으로 전업맘이 되었지만 언제까지고 집에 계속 있고 싶다는 생각은 아닙니다. 하지만 '경단녀'로 불리면 단절된 제 경력에 제가 원할 때 재취업이 가능할까 너무 불안했습니다.
'경력보유여성'이라고 불러 줍니다.
그러던 중, 루트임팩트에서 '경력보유여성'들을 모집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게 교육해 주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에 동참하는 기업들과 연계해 회사가 원하는 프로젝트를 실제 운용하여 실무 감각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3월 중순에 시간에 5월 중순에 끝나는 총 10주간에 프로그램이었습니다. 10주간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괜히 시작했나'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일과 일을 손에 놓은 지 3년 사이에 새롭게 도입된 업무 툴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내가 그동안 쌓아왔던 이력이 꼭 같은 업종에 같은 직무에 재취업하지 않아도 해본 적 없는 직무를 하더라도 '경력'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업력'을 가지고 있는 '경력보유자'였기 때문입니다. 조금 벅찼던 10주를 마무리하고 발표와 수료식을 끝으로 루트임팩트 프로그램은 막을 내렸습니다. 참가했던 분들 가슴속에 '경력보유자'로서의 내가 다시 빛나는 시간이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더 이상 '경단녀'가 아닌 '경력보유자'로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