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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anebro May 09. 2022

레퍼런스의 늪


 어떤 콘텐츠이든 기획을 하다보면 레퍼런스를 찾기 마련이다. 경쟁사 레퍼런스부터 제품 카테고리는 다르더라도 기획이 좋은 레퍼런스까지 다양하게 찾다보면 자신만의 기획력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레퍼런스의 늪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레퍼런스의 늪이란 ‘괜찮은 레퍼런스를 찾으면 그대로 우리 브랜드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기획을 처음 해볼 때에는 썩 괜찮은 접근 방식이지만 익숙해지는 순간 크리에이티브 능력의 적이 될 것이다. 




 같은 카테고리 상의 경쟁사 레퍼런스부터 생각해보자. 기획이 익숙해지고 담당해야하는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얼마나 빠르게 기획하느냐가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생각한 방향과 조금 다르더라도. 퀄리티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제작시간을 고려하면. 등등의 연유들이 하나씩 고개를 든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기한이 촉박하다면 위의 이유들이 납득이 간다. 중요한 건 이런 이유들이 편하고 익숙해지는 순간 넉넉한 기한에도 레퍼런스에만 기대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경쟁사 레퍼런스를 찾아봐야 하는 이유는 딱 2가지다. 첫째, 모방하지 않기 위해서. 위에서 말한 이유와 정반대의 이유로 경쟁사의 레퍼런스를 봐야한다. 경쟁사가 아무리 획기적이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거 같은 기깔난 기획을 가지고 와도 그것을 참고하는 이유는 따라하기 위함이 아니라 따라하지 않기 위함이어야한다. 경쟁사의 기획을 따라하는 것은 자진해서 후발주자가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둘째는 경쟁사의 현황이다. 세계적인 복싱선수 마이클 타이슨의 명언이 있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맞기 전까진.”


 갑자기 이 명언이 왜 나왔을까? 기획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획을 주제로 이 문구를 바꿔본다면 아마 이렇게 될 것이다. 


“누구나 그럴듯한 기획을 가지고 있다. 찾아보기 전까진”




 사람들의 생각은 생각보다 거기서거기다. 쉽게 나온 기획은 그만큼 쉽게 눈에 띈다. (물론 콘텐츠의 비주얼 퀄리티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경쟁사의 레퍼런스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우선이 되어야한다. 특히 동일한 카테고리에서는 이런 기획의 중복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꼭 경쟁사의 레퍼런스가 아니더라도 레퍼런스의 늪에 빠지는 경우. 첫 문단에서 말한 것처럼 모방이 익숙해지는 경우이다. 애초에 영단어 ‘Reference’의 뜻은 ‘참고’다. 레퍼런스는 참고 그 이상도 이하도 돼선 안된다. 레퍼런스의 모방으로 자신의 기획력을 대신한다면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창조 없는 모방은 끝까지 모방이다. 진정한 기획력을 키우고 싶다면 나의 의견, 나의 생각, 브랜드 정체성을 단 하나라도 녹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모방의 문제는 주로 당장 지금의 기획을 위해 레퍼런스를 찾을 때 많이 발생된다. 이런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좋았던 콘텐츠를 개인적으로 메모하고 저장해두는 습관을 들여 놓는 것이 좋다. 필자는 이 방법으로 하나의 레퍼런스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2가지 또는 3가지의 레퍼런스를 조합하면서 자신만의 기획력을 키워보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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