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식자들의 식당개점 허가에 대한 국회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식자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격리소 또는 병원이 아닌 이식자들을 위한 첫 상업시설이라는 점에 일반 국민들 역시 국민청원을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강경파 이식자 대표인 구동만 의원은…”
“진짜 미쳐 돌아가는구나. 대놓고 식인 레스토랑을 만들자는 거야 뭐야.”
“그니까 아빠. 진짜 저 좀비 새끼들 미친놈들 같아. 아니 저게 국회까지 갈 꺼야? 범죄를 합법적으로 하겠다는 거랑 뭐가 달라 저게.”
소파에 누워있는 광훈과 그 앞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희지가 뉴스를 보고 말했다. 막 화장실에서 나온 세현도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한 듯 거실로 오더니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TV에 시선을 꽂았다.
“희지 아빠, 희성이 전화 좀 해봐 언제 들어오나.”
“아, 당신이 해.”
“내 전화는 받지도 않아 요새~”
“하 참… 스무 살 넘었으면 늦게 들어올 때도 됐지 뭐.”
“아, 빨리 전화해봐!”
세현의 닥달에 광훈이 소파 멀리 떨어져 있는 핸드폰을 가져와 전화를 걸었다.
“어. 어디냐? 아 그래. 빨리 들어와. 엄마 걱정한다. 어. 어~”
광훈이 몇 마디 안 되는 통화를 하는 사이 세현은 광훈의 핸드폰에 귀를 들이밀었다.
“뭐래?”
“아 곧 들어온대.”
“요즘 얘가 왜 이렇게 늦지…. 이상한 애들이랑 어울리는 거 아니야? 원래 늦는 애가 아닌데…”
“이상한 애들이랑 어울릴 애 아니야. 자기 아들을 그렇게 몰라?”
“아니… 요새 이식자 놈들이 포교도 한다잖아. 애가 뭣도 모르고 그런데 따라가면 어떡해.”
“포교?”
“응. 아니 뭐 자기네는 이식자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다. 그냥 우연히 사고처럼 식성이 바뀐 건데 우리 인권도 생각해줘야 하지 않냐 이러면서 회유한데.”
“아니 그걸 믿는 애들이 있어? 아니 믿고 말고가 아니지. 뭔 개소리야 그게.”
“근데 그 포교하기 시작하면서 그냥 사람인데도 이식자 옹호하는 애들이 생겼다니까?”
“좀비 새끼들 때문에 나라에 망조가 드는구나 아주.”
“아, 나 토 나오려 그래. 그 얘기 그만하면 안 돼?”
세현과 광훈의 이야기를 듣던 희지가 구토하는 시늉을 내며 말했다. 희지는 아까부터 계속된 뉴스가 보기 버거웠는지 광훈의 발치에 있던 리모컨을 가져가 채널을 바꿨다.
-
광훈은 이식자 이야기만 들어도 몸서리를 쳤다. 이식자와 관련된 소식을 들을 때면 어머니의 장례식이 생각났다. 광훈의 어머니가 죽었을 때, 회사에서 가장 친했던 동료인 성찬이 식장을 요구했다.
1년이 지난 일이지만 광훈은 아직도 성찬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미안한 듯이 팔자로 일그러진 눈썹 아래 눈물을 적당히 머금은 눈, 이상하게 자꾸 벌렁거리는 코, 그리고 가끔 손으로 닦아내는 침으로 범벅된 입술. 어머니의 시신을 앞에 두고 입맛을 다시고 냄새를 맡아 대는 그 앞에서 광훈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3년간 함께 일해 온 추억이 모두 잊혀지고 한순간에 공포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처음 성찬이 이식자가 되었을 때, 광훈을 포함한 팀 동료들은 그를 위로했다. 하지만 1달 뒤부터 성찬은 같이 일반식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점차 그를 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런데도 광훈은 자신의 팀원이었던 성찬이 다른 팀원들과 어울릴 수 있게 최대한 도왔고 성찬도 다른 팀원들이 무서워 보이지 않으려 다분히 노력했다. 그렇게 가장 아끼던 팀원이자 동생 같았던 성찬이 바로 그 표정으로 식장을 요구하는 순간 이식자들에 대한 광훈의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역겨운 좀비새끼들.’
아들 희성을 제외하고 가족들은 광훈의 이런 변화를 반겼다. 아내 세현과 딸 희지는 대부분 사람들처럼 이식자들을 증오했다. 그들은 다행히 광훈처럼 가까운 사람 중 이식자가 된 사람은 없었지만, 인육을 먹는다는 행위 자체를 혐오스러워했다.
반면에 희성은 이식자들을 혐오하진 않았다. 대개는 이식자들과 자기 삶이 무관하다며 무시했으며 가끔은 동정을 표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머지 가족들은 희성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몰아붙였고 희성은 논쟁을 하기보단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라며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희성의 이런 행동들에 세현은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온건파 이식자들의 포교 활동이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서 걱정거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
“아니 그거 들었어?”
“뭐요 뭐요?”
“아니 요새 이식하는 놈들이 순진한 애들 꼬드겨서 자기들 앞잡이로 세운다는 얘기!”
“앞잡이요? 아니 애들이? 멀쩡한 애들이?”
“그렇다고 하더라니깐!”
“아니 뭘 어떻게 포교하길래요?”
성호 엄마가 말하는 온건파 이식자들의 포교 활동은 세현을 걱정시키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이식자들의 포교활동은 뻔하기 그지 없었다.
‘우리가 살아있는 인간을 먹지 않는 것은 일종의 배려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우리가 배려하는 만큼 이식자들을 위한 환경도 조성되어야한다.’
포교활동이라기 보다는 협박에 가까웠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온건파 이식자들의 주장은 조금 달랐다.‘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논리가 아닌 동정의 논리였다.
‘우리는 외국인,장애인,성소수자처럼 또 다른 인간일 뿐이다. 식성이 다른 것 뿐이다.’
그들이 말하는 이식자들의 인권을 존중해 주어야 하는 이유였다. 사회적 약자인 척 동정의 논리를 이용한 포교. 그들은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사람들부터 설득하고 포섭하기 시작했다. 최근 일반인에 대한 포교도 시작하면서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이식자에 대한 혐오를 함부로 드러내가 조심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
강의를 듣고 집으로 향하던 희성은 지하철 출구 앞에서 한 여성과 마주쳤다. 여성은 뜬금없이 학교 가는 길을 물으며 희성을 붙잡았다. 인상이 좋다는 몇가지 덕담을 건넨 그녀는 희성에게 이식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지 물었다.
“사람 먹는거요.”
그녀는 당황했지만 희성의 손을 잡으며 다짜고짜 5분만 얘기를 들어줄 수 있냐고 말했다. 평소의 희성이었으면 지나쳤을 제안이었다. 하지만 환생이라거나 전생같은 종교얘기가 아니 었던 점, 친구들과의 약속에서 애매하게 시간 뜬 점때문에 희성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희성이 이어폰을 빼는 동안 여성은 생각지도 못한 동의에 기뻐하며 그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네, 말씀하세요.”
“아, 저희가 이식에 대해서 설명해드리려고 하는 이유는 일단 오해의 소지가 커서이고. 혹시 프랑스에서는 달팽이를 요리로 먹는 거 아시나요?”
“알죠.”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 달팽이를 왜 먹는지 이해를 못 했대요. 동물 학대 아니냐 그러면서.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 사람들은 개를 먹는다더라 하면서 또 한 번 엄청 난리가 났었죠.”
“보신탕이요? 요새는 잘 안 먹지 않나.”
“네네 맞아요. 반려동물이라는 말 나오면서 요새는 아예 안 먹기는 하지만 그 당시에 그런 말이 있었다는 거죠.”
“네네.”
“여기서 저희가 말하고 싶은 거는 외국인들이 우리가 보신탕을 먹는다고 혐오하고 욕했지만? 막상 저희는 아무렇지 않게 먹어왔던 거잖아요? 그렇죠?”
“그렇죠. 뭐 옛날 분들이 먹던 거니까 먹어온 거죠.”
“그래서 사실 그게 잘못된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거죠. 그냥 우리가 보신탕을 먹는 식성이 있는 것뿐이었다. 그냥 그 사실 자체만 보면 죄를 지었다고 보긴 어렵다. 외국인들은 개를 식용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뿐이지.”
희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잠깐의 끄덕임을 발견한 여성은 곧바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저희도 똑같아요. 아, 이름이 뭐라고 하셨었죠?”
“신…희성이요.”
“저희도 똑같아요 희성님. 그냥 어쩌다 보니까 식성이 바뀐 거예요. 저희가 바라지도 않았는데.”
여자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억울하다는 말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저희가 원하지 않았는데 인육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식성이 되어 버린 거예요.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꼭 살아있는 사람을 먹지 않아도 돼요. 여러분한테 피해 안 주고 살 수 있는 거예요.”
“그런…건가요?”
“그럼요. 저희도 그렇고 희성님도 그렇고 서로 배려만 하면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어요. 그냥 저기 멀리 외국에 사는 또 다른 식성을 가진 외국인으로만 생각하면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거예요.”
여자는 흥분한 듯 희성에게 한 발짝 다가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말이 끝난 이후, 들고 있던 가방에서 서류 더미를 꺼내 들었다.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이식자들을 위한 상업시설 허가를 위해서 일반인 분들 동의서를 받고 있어요~ 혹시 시간 되시면 서명 한번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지금요?”
“혹시라도 너무 갑작스러우시면 서류만 가져가셨다가 지하철에 있는 수거함에 넣어주셔도 돼요.”
“아니 근데 이거는…”
여자가 서류를 건네면서 빤히 희성을 쳐다봤다. 희성은 당황한 눈빛으로 여자와 서류를 번갈아 쳐다보다 서류 모서리 끝을 양손으로 집었다. 희성의 손이 서류에 닿는 순간 여자는 서류를 놓아버리고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제가 한다는 게 아니라…”
희성이 말을 마치기 전에 그녀는 이미 뒤돌아서 지하철역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희성은 그 자리에서 성명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갔다. 여자가 말한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서류의 끝에 ‘위 성명서에 일반인으로서 동의함.’에 체크하는 공란과 서명란이 있었다.
희성은 성명서를 가방에 넣었다.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다. 지하철역 앞에서 받던 전단지는 항상 구겨서 근처 휴지통에 버렸었지만, 그 서류만큼은 가방에 빳빳하게 펴진 채로 넣어 놓았다. 희성은 이전에도 사이비 종교 신자에게 잡힌 적이 있었다. 그때도 거리에서 붙잡혀 꽤 오랜 시간 얘기를 들었었지만 방금 이식자의 주장은 그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우리 종교를 믿으라는 포교가 아니라 본인들의 생존, 행복을 위한 몸부림으로 느껴졌다. 희성은 지하철역에서 주변의 눈치를 보며 성명서 수거함에 서류를 넣는 사람들을 보며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