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인육

by 유광형

“아빠?”


등 뒤에서 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뒤부터 척추를 타고 소름이 흘렀다. 광훈은 바로 돌아볼 수 없었다.

“아빠 여기서 뭐 해?”


목소리가 점점 다가오자 다리까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지만 계속 이러고 서 있으면 더 의심받을 것이란 생각에 떨리는 상체를 애써 뒤로 돌렸다.


“어…어…! 희성아. 아빠 잠깐 일 때문에 들렸다가…”

“아…”

“너는 여기서 뭐 해?”

“아, 나 대학교 친구들이랑 이 주변에서 술 마셔서.”

“너 엄마가 늦는다고 맨날 걱정하는데 아주. 오늘도 새벽까지 어휴.”

“그래서 지금 집 가잖아. 아빠도 갈 거지? 뭐 일이 남은 거야? 더 있다 와야 하는 거야?”


사실 광훈이 하는 일은 암시장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이다. 차라리 광훈이 기자였다면 그럴싸한 변명이었겠지만 개발자가 일 때문에 인육 암시장에 왔다니. 광훈이 생각해도 형편없는 변명이었다. 광훈은 생각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구나. 내가 떨면서 뒤를 돌아본 순간, 일 때문에 들렸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순간에 이미 희성이는 내가 이식자가 됐다는 걸 알았구나. 그래서 나에게 더 있다 오고 싶은지 선택지를 주는 거구나.


‘집에 가야 한다. 아무리 이식자가 되었더라도 욕구를 참지 못하는 어른답지 못한 모습은 보이기 싫다.’

“어… 아빠는 조금 더 있다 갈게.”


머리는 아무리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입 속의 말은 그렇게 나오지 않았다. 당장의 본능에 충실한 입은 머리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어…?”


광훈의 대답에 당황했는지 희성의 얼굴 근육이 잠시 멈췄다. 희성은 눈을 빠르게 깜빡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몇 번 끄덕이면서 알았다며 뒤로 돌아섰다. 광훈은 어두운 골목으로 점점 옅어지는 희성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완전히 희성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나서 광훈은 온 힘을 다해 주먹을 쥐고 얼굴을 찌푸려드렸다. 희성을 마주쳤을 때 흘렀던 식은땀이 척추를 타고 허리춤까지 흘러내렸다. 성명서를 들고 희성에게 소리치던 순간들이 생각났다. 광훈은 꽉 쥔 주먹으로 자기 이마를 몇 번이나 세게 내리쳤다. 어느 순간부터는 멍이 든 것처럼 아파졌지만 때린 곳을 때리고 또 때렸다.


한참 뒤, 눈물이 살짝 고인 채 꼭 감았던 눈을 뜬 광훈은 다시 암시장을 바라봤다. 희성에게 보인 모습으로 절망적인 광훈과는 달리 시장은 처음 봤을 때보다 더욱 활기차진 것 같았다. 광훈은 시장으로 발을 디뎠다.


시장은 인육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 원재료들을 판매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정육식당이 즐비한 시장 초입. 얼핏 보면 마장동 축산시장과 다를 것이 없었다. 광훈은 눈에 걸린 정육점 앞으로 다가가서 냉장고에 진열된 고기들의 이름표를 하나씩 확인했다. 갈빗살, 뚝살(팔뚝), 복살(복부), 사태(허벅지). 정육점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하얀 판에 파란색 보드마카로 적혀진 이름표들. 치마살, 꽃등심, 삼겹살과 같은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광훈이 살짝 찌푸린 얼굴로 진열대를 보고 있자 안쪽에서 고기를 손질하던 정육점 주인이 다가왔다.


“사시게요? 아니면 드시고 가세요?”

“아, 아니에요! 그냥 보기만 하는 거예요.”

“처음이죠?”

“네?”

“여기 처음 온 거죠?”

“네.”

정육점 주인이 광훈의 대답을 듣고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다시 살 분리 작업실 쪽으로 들어갔다. 얼마 안 지나 뚜껑이 덮이지 않은 플라스틱 포장재 하나를 들고나온 주인은 웃으며 광훈에게 포장재를 건넸다. 포장재 위에는 갓 썰어낸 육사시미 같은 것이 놓여있었다.


“먹어봐요.”

“이게… 뭔데요?”

“사시미. 복살에서 뗀 거.”

“저…저는 산다고 안 했는데요…”

“처음 왔으니까 기념으로 주는 거요. 처음 온 사람들은 매번 겁 먹고 아무것도 안 먹고는 집 가서 후회하거든.”


주인이 다소 께름칙한 미소를 지었다. 광훈은 침을 한번 크게 삼켰다. 분명히 구경만 해보고 갈 생각이었는데. 나도 여느 처음 온 사람들처럼 겁먹고 아무것도 안 먹고 집으로 조용히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는데. 그러기엔 눈앞의 새빨간 유혹이 너무 강했다.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소의 육사시미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맨눈으로는 전혀 인육임을 구분할 수가 없었다. 광훈은 눈을 질끈 감고 주인이 준 육사시미를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처음 인공육을 먹은 느낌이었다. 인공육을 먹었을 때, 세상에 이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 있을까? 라고 생각했던 광훈이지만 지금 이 육사시미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광훈의 뒤통수를 때리는 기분이었다. 아! 더 맛있는 음식이 있구나. 얼마든지. 인공육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광훈이 육사시미를 씹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졌다. 고기를 씹는 와중에도 더 빨리 육즙을 느끼고 싶어 씹은 곳을 또 씹고 또 씹었다.


“이래도 보기만 할 거요?”

주인이 다시 한번 음흉하고 께름칙한 미소로 쳐다봤다. 육사시미를 건넨 것은 선의가 아니었다. 한번 맛보면 멈추지 못할 것을 뻔히 알고 있는 베테랑에게 신입 이식자 광훈은 속수무책이었다. 광훈은 주인을 노려보고 화를 내려 했지만 희성에게 했던 것처럼 머리와 몸은 다르게 반응했다.


“이게 어느 부위라고요?”

“복살이요.”

“복살이 어디 살이에요?”

“배, 복부. 거기가 제일 살이 많이 나와요. 사태랑. 잡는 놈들이라고는 죄다 배 이만큼 나온 깡패 새끼들이다 보니까. 마르고 날랜 애들은 잡기도 어려워요.”

“아…예….”

주인은 신참에게 설명해주는 게 꽤 재밌었는지 어느 부위가 맛있네, 암시장 공급체계가 시원치 않네 등 시덥지 않은 얘기를 더 늘어놨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인 광훈은 그렇게 10분을 진열대 앞에서 주인의 얘기를 듣다가 결국 말을 끊었다.

“아… 저 이거 복살 2인분만 주세요.”

“오케이 복살 2인분~”


진열대에서 주인이 복살이라고 적힌 고깃덩이를 꺼내 가더니 안쪽에서 칼로 서걱서걱 잘라내는 소리가 들렸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깃덩이를 냉동고 위 저울계에 몇번 올리던 주인은 검은 비닐봉지에 고기를 싸서 광훈에게 건넸다.


“원래 근데 이렇게 피가 많나요?”

“아 일반 정육이랑은 달라. 인육 정육은 피가 넉넉하게 남아있어야 맛있는 법이야~”

“아… 네 알겠습니다.”


막상 눈앞에 피가 흐르는 고기를 보니 속이 조금 거북해졌다. 저 피가 지금 내 살갗을 찢어도 나오는 피와 같은 피라니. 광훈은 어색한 인사를 마치고 다시 시장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안쪽에는 더 다양한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직 이식 레스토랑에 대한 건이 국회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지만 암시장이라는 불법이 통용되는 사회에서는 이미 이식자들을 위한 레스토랑이 버젓이 시장 한가운데 있었다. 시장 초입이 마장동 우시장처럼 정육점 위에 고기를 굽는 식당 느낌이라면 안쪽은 오히려 번화가 느낌이었다. 라멘, 만두, 피자, 햄버거, 국밥까지. 단순 스테이크뿐만이 아니라 그전에 고기를 활용했던 모든 음식들이 인육을 활용한 버전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그곳을 지날 때의 냄새가 여간 황홀한 게 아니었다. 광훈은 지나가는 동안 종종 불편함에 얼굴을 찌푸리다가도 다음에는 꼭 빈속으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장의 피날레는 광훈이 처음 예상했던 암시장의 모습과 비슷했다. 가죽 자켓을 입은 사람들이 벽에 기대어 오가는 사람들에게 돈 봉투를 받았고 온몸에 문신이 도배된 사람들이 계속해서 대형 SUV에 오르고 내렸다. 간판도 점점 바뀌었다. 식당 이름이 아닌 생전 처음 보는 건물의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명단확인소’. 가게 앞에는‘인육화 가능 명단 확인해드립니다.’라는 입간판이 서 있었다. 명단확인소의 뒤편으로는‘인육 공급 인력사무소’라는 이름을 가진 빨간 간판들이 줄지었다. 광훈은 잰걸음으로 가게들 사이를 지나쳤다. 그가 가게들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골목 벽에 기대고 있던 사람들이 그를 쳐다봤다. 시장 밖으로 나오자 다시 칠흑 같은 어둠. 새벽 3시다. 2시간을 어린아이처럼 시장 구경을 하며 돌아다닌 것이었다. 광훈은 손에 들린 검은 봉지를 눈높이까지 들어 올려 한번 쳐다봤다. 한숨이 나왔다.


‘무슨 생각으로 이걸 산 거야. 신광훈 이 미친놈아.’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한 광훈은 냉장고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세현이 절대 발견하지 못할만한 곳에 숨겨두어야 했다. 혹여 이 복살이 발견되어서 세현과 희성, 희지가 먹는 것은 정말 상상도 하기 싫었다. 광훈은 검은 봉지를 이리저리 옮겨보며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복살을 잘 숨겨놓았다.


복살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쉽게 찾아왔다. 그 주 주말, 가족들 다 같이 늦잠을 자는 오전에 막 잠에서 깬 세현이 광훈에게 달라붙으며 드라이브를 가자고 제안했다. 아직 방에 있는 애들에게 소리치며 동의를 구하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희지는 멀리서 좋다고 대답했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희성은 별 대답 없이 하던 게임을 이어 나갔다. 30분쯤 더 누워있다 보니 몸이 찌뿌둥했던 세현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희성의 방으로 향했다.


“희성아, 엄마랑 아빠랑 드라이브 한번 갔다 오자~ 게임은 어제도 많이 했잖아~”

“…알았어. 이 판만 하고.”

“그럼 가는 거다? 엄마 준비한다?”

“아 알았어. 나 안 간다고 안 갈 것도 아니면서 뭔 허락을 맡아.”

“어어! 그거 지금 안 간다는 거 아니지?”

“아 갈게 간다고.”


세현은 게임을 하는 희성의 옆모습을 보며 씩 웃더니 희지의 방으로 향해 어디로 가면 좋을지 논의하기 시작했다. 광훈은 처음 일어났을 때는비몽사몽 한 채로 동의했지만, 평일에 이식자가 되면서 끝내지 못했던 업무가 떠올랐다. 당장 월요일 오전에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가 한 무더기였다.


“여보. 잠깐만…”


광훈이 희지의 방문 틀에 기대 세현을 불렀다. 한창 희지와 떠들던 세현이 갑작스러운 부름에 본인의 들뜸을 막지 말라는 듯 눈을 부릅떴다. 광훈의 사정을 들은 세현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지만 다행히 희성이 20살이 되면서 바로 면허를 따두었던 상황이라 드라이브가 무산되지는 않았다. 광훈을 제외한 나머지 셋은 느긋하게 준비하고 점심이 한참 지난 후에야 드라이브를 나섰다.


“저녁은 어떻게 해?”

“아마 먹고 오지 않을까? 냉장고에 내가 어제 장 봐 온 거 있어. 챙겨 먹어.”

“알았어. 잘 다녀와. 희성이는 운전 조심하고.”

“네.”


오후 4시, 광훈은 평일 간 처리하지 못했던 업무들을 마치고 소파에 누웠다. 창문만 열어도 느껴지는 텁텁하고 습기 찬 바람은 뒤로하고 에어컨을 틀고 책 한 권을 들었다. 집은 책장 넘기는 소리와 가끔 에어컨 바람이 광훈의 앞머리를 스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희지, 희성을 낳고 나서는 세현과 광훈 모두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일이 없었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는 어렸을 때대로 컸을 때는 컸을 때대로 걱정되고 마음 쓰이는 존재였다. 광훈이 보고 있던 책의 글자들이 조금씩 흐려졌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기분이었다. 책을 읽다가 스르르 잠드는 기분. 펴놓은 책을 배 위에 올려 두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이식자가 되면 이런 감정들은 느낄 수 없는 존재가 된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이식자가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식자도 산들거리는 바람에 기분이 좋을 수 있고 차분하게 책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진정되는 거였다. 광훈은 얼마나 자신이 무지했고 이식자들을 인간 이하 취급해왔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똑같은 인간인데 식성이 바뀐 것뿐이다. 그게 맞았다.


저녁쯤이 되자, 냉장고로 향했다. 꼭꼭 숨겨두었던 복살을 꺼내려다가 다시 고이 넣어두었다. ‘복살을 먹어야지’라는 생각보다 ‘어떻게 먹어야 더 맛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그의 뇌리를 스쳤다.


‘스테이크로 먹을까? 삼겹살이랑 비슷하다고는 했지만, 삼겹스테이크도 만들려면 만들 수 있으니까…아니면 진짜 삼겹살처럼 비빔면 하나 끓여서 같이 먹을까? 김치찌개를 끓여 먹을까? 두루치기로 해 먹어볼까?’


삼겹살로 해 먹었었던 모든 요리들이 머리 속에서 떠다녔다. 문득 이식지원센터의 강의에서 들은 이름이 생각났다. 성치원. 그는 이식자가 되기 전까지 공중파 진출까지 했던 유명 요리 유튜버였다. 이식자가 되고 나서 1년간 영상이 올라오지 않다가 최근 이식자들을 위한 요리 채널로 탈바꿈했다.‘성치원의 이색이식’. 인육이나 인공육을 생고기로 먹는 것이 아닌 일반인들이 먹는 것과 같이 더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연구하여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었다. 일반인들은 볼 리가 없을 테니 이식자인 구독자만 153만. 일반인이었을 시절 구독자가 70만이었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이식 유튜버가 되고 나서 더 성공한 케이스였다.


“역시 사업은 블루오션을 잘 파야 해.”

광훈은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복살’을 검색했다. 성치원의 놀라는 표정들이 담긴 자극적인 썸네일이 나열됐다.


‘삼겹살 두루치기보다 맛없으면 신고하세요.’

‘죄송합니다. 너무 맛있습니다.’


목록을 내리며 잔잔하게 웃던 광훈은 비빔면과 같이 먹는 복살 콘텐츠를 확인하고는 영상을 재생했다. 복살이라고 딱히 다른 점은 없었다. 삼겹살 굽듯이 굽지만 시즈닝을 좀 독특하게 하는 정도. 이식자가 아닌 사람이 따라 하기에도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광훈은 팬에 불을 올리고 냄비에 물을 올렸다. 복살이 팬 위에서 치이익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다. 촉촉한 핏기가 아직 가시지 않아 살짝 회색빛이 돌았다. 그는 연신 입맛을 다셨다. 고기 냄새가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냄새가 아니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거나 회식 자리를 가면 도착 장소에 가는 동안에 길에서 마주하는 고기 굽는 냄새들이 있다. 정말 맛있는 집은 지금 모임 장소를 이곳으로 바꾸고 싶을 정도로 고기가 먹고 싶어지게 만든다. 팬 위에서 나는 냄새가 그랬다. 배고픈 사람을 더 배고프게 만들고 앞뒤 안 따지고 당장 들어가고 싶은 그런 고깃집에서 나는 냄새.


삑…삑…삑…삑.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녁을 먹고 오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저녁 6시,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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