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의심

by 유광형

삑…삑…삑…삑.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녁을 먹고 오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저녁 6시,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오~ 뭐야? 아빠 우리 없는 사이에 몰래 아주 맛있는 거 먹네?”

희지가 부엌 쪽으로 들어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저녁… 먹고 온다고 하지 않았어?”

“아 먹고 오려고 했는데 벌써 장마 시작인가 봐. 드라이브 간 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희성이도 불안해하고 해서 그냥 왔어. 뭐 했어?”

“아…나는 업무 마치고 좀 쉬다가 이제 저녁 먹으려고 했지.”

“딱 맞춰서 잘 왔네. 비빔면에 삼겹살 괜찮네. 괜찮아.”

“어… 근데 이거 1인분이라 양이 안 될 텐데… 따로 먹는게 낫지 않을까?”

“뭐야 참나 뺏기는 거 같아서 서러워?”

“아니 그게 아니라…”

혹시라도 세현이 복살을, 아니 인육을 같이 먹게 될까 두려웠다. 광훈은 비빔면이 담긴 냄비를 든 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 싫어.”

세현과 희지 뒤쪽에서 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싫어 고기. 치킨 시켜 먹자. 내가 살게.”

“아… 치킨… 먹고 싶긴 한데. 지금 당장 배고픈 건 저걸로 살짝 달래도 되지 않을까?”

“아빠 고기 뺏어 먹으면 치킨 안 사줄 거야.”

“뭐야? 그런 게 어딨어?”

“내 맘이야. 싫으면 말던가.”


희성은 그 고기가 우리가 원래 먹던 고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냥 삼겹살이라면 아빠가 저렇게 당황하면서 대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암시장 앞에서 아빠를 보지 않았더라면, 지금 아빠를 저 상황에서 구하지 못하고 함께 인육을 먹었을 생각에 목구멍이 간질거리고 헛기침이 나왔다. 희성은 화장실로 달려가 세면대에 기침 섞인 토악질을 몇 번 해댔다. 목구멍을 지나 나오는 이물질은 없었지만 뭐라도 뱉고 싶었다. 숨을 쉬지 못해 벌거진 얼굴로 거울 속에 자신을 쳐다봤다. 이식 식당 성명서를 가지고 왔을 때, 광훈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내일 그거 내 눈에 안 띄게 해라. 아빠는 희성이 너도, 희지도, 하다못해 너희 엄마도 이식자 되면 그 순간 호적에서 파고 집에서 나가라고 그럴 거야. 내가 생각하는 좀비 놈들 위치가 딱 그래. 더 이상 말 안 한다. 같잖은 동정할 시간에 너 인생에 도움되는 생각 하나라도 더 해.’


‘지금 내가 하는 이 행동도 아빠한테 하는 같잖은 동정일까?’


화장실을 나오니 식탁에서 희지와 엄마가 어느 브랜드 치킨을 시킬지 열띤 토론 중이었고 그 옆에서는 삼겹살 같아 보이는 인육과 비빔면을 세팅하고 옆의 두 사람 눈치를 보며 젓가락을 드는 광훈이 보였다. 희성은 화장실 앞 발 매트 위에 서서 광훈이 젓가락으로 그 고기를 집어 비빔면과 함께 입 안으로 넣는 모습을 끝까지 봤다. 한 입 씹을 때마다 눈을 감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광훈이 역겨웠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던 목구멍이 다시 움틀대는 기분이었다.


“아빠, 그렇게 맛있어?”

희지가 말했다.


“아…아냐. 배고팠다 먹어서 그래.”

“그래 당신,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맛있게 먹기 있어?”

“아이, 내가 뭘 또 놀렸다고 그래…”


광훈은 애써 맛있음을 참아가며 기름진 고기를 한 절음씩 입가로 가져갔다. 그 와중에도 화장실 앞에서 가만히 서서 자신을 쳐다보는 희성의 시선은 느껴졌다. 증오도, 동정도 아닌 눈빛. 그 눈빛에 담긴 감정을 알 수 없어서 더 견디기 힘들었다. 희성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고기를 씹던 입은 느려지고 이상하게 젓가락질이 어려워지고 어색했다. 광훈은 고기를 빠르게 입에 욱여넣고 금세 식사 자리를 정리했다. 아무리 맛있는 복살이라도 그 상황에서는 맛이 제대로 안 느껴질 정도였다. 한 시간쯤 지나 희성이 시킨 치킨을 나머지 세 가족이 식탁에서 먹을 때, 세현은 희성이 갑자기 우울해졌다는 등의 말을 꺼냈지만, 희성은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나서 가족들 모두 거실 소파로 하나둘 모였다. 광훈은 소파에 옆으로 누웠고 희지는 반대편 소파 끝에, 세현과 희성은 바닥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댔다. 다들 연신 배부르다며 배를 두들겼다. 가끔 다 같이 보던 주말 예능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쯤이었다. 이식자 지원단체인 DMSO의 영상이 광고 사이에 나타났다.


“아직도 인공육을 구하지 못해 굶어가는 이식자들이 있습니다. 생계가 어려운 청소년 이식자를 발견한다면 지금 바로 이식자 지원단체 DMSO에 연락해주세요. 생계에 꼭 필요한 인공육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식자들을 도와주세요. Different Meal Support Organization.”


피골이 상접한 외국인 아이의 모습이 보이면서 다큐멘터리에서 듣던 감성적인 성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광훈은 성인이기 때문에 이식자가 된 이후에도 인공육을 직접 구매해 먹을 수 있고 가족들에게 버림받더라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미성년자들은 이식자가 된 것을 들키면 부모에게 버림받기 일쑤였다. 그들은 같이 이식자가 된 친구들과 따로 나와 아르바이트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거나 배고픔에 못 견뎌 범죄를 일으키곤 했다. DMSO는 이런 청소년 이식자들을 위해 인공육을 지급하거나 생계유지 체계를 만드는 지원 단체였다.


“이제 이런 게 TV에도 나오네. BBS 불매해야겠네. 이딴 영상을 내보내고.”

“그러게. 밥 맛있게 먹고 기분이 확 잡치네.”

광훈은 자신이 미성년자가 아니란 것에 안도하고 영상에 나온 미성년자들을 안타까워할 때, 세현과 희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욕을 퍼붓고 있었다.


“아씨… 저런 단체가 있으니까 계속 안타깝게 보는 거 아니야.”


광훈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최근 세현과 희지의 의심이 깊어진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세현은 광훈이 야근하는 날이면 항상 샐러드 볼을 들고 기다렸고 안방에서 희지가 새침한 모습으로 나올 때면 광훈의 가방이 흐트러진 모습으로 열려 있었다. 이럴 때 그들에게 동조하지 않으면 그 의심이 언제 어떻게 더 깊어질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앞에 앉아있던 희성이 돌아보려 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침을 튀겨가며 이식자들을 모욕했다.


TV에서 안내 영상이 나왔다. 오늘 토론회로 인해 예능 프로가 결방한다는 내용이었다. 토론회는 강경파, 온건파 이식자와 일반인의 정치계 대표가 나와 이식 레스토랑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이었다. 조금 전까지 BBS는 불매한다고 했던 세현과 희지는 굳이 채널을 돌리지 않았다. 어떤 소리를 늘어놓는지 구경이나 해보자는 심보 같았다. 팔짱을 단단히 끼고는 고개를 삐딱하게 두고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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