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TV토론

by 유광형

토론회는 강경파 대표자의 발언으로 시작되었다. 강경파 대표는 마치 7년 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보는 것처럼 소리 지르면서 일반인 대표를 겁박했다. 오죽하면 진행자가 상대 토론자에 대한 이식 행위 비유는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일반인 대표는 강경파 대표의 폭언에 무서워하면서도 은근히 본인 할 말은 다 하는 스타일이었다.


“지금 이게 그렇게 겁박한다고 될 일이 아니잖습니까. 두 대표자님도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을 거 아닙니까. 어떻게 같이 살 부대끼고 살아가는 사람을 먹으려 하세요.”


“아니 그럼 우리는 뭐 먹고 삽니까! 인육 말고는 못 먹는 사람이 됐는데 그럼 우리 보고 어쩌라는 거예요! 굶어 죽으라는 겁니까?”


“그건 이미 정부에서 지원되고 있는 인공육이…”

“당신이 먹어봤어? 당신이 그 인공육 먹어봤냐고. 먹어보고 얘기해. 그쪽은 앞으로 죽을 때까지 뻑뻑한 닭가슴살만 먹고 살 수 있어? 당신네들이 뭔데 우리가 맛을 즐길 권리를 뺐냐 이 말이야.”


“강경파 대표자님, 과격한 언행은 조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호칭도 ‘대표자님’으로 명확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은 맘만 먹으면 저도 먹을 걸로 보인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 맞습니까?”

“아, 내가 언제 그렇게 얘기했어요! 아 진짜 확 씨…”


강경파 대표자가 언행으로 경고받고 발언 금지 시간을 부여받자 이번에는 온건파 대표가 나섰다.


“강경파 대표자님께서 조금 과격하게 말씀하셨는데 사실 저희는 상생의 개념으로 이 현상을 조금 보고 싶습니다. 저희도 이식자가 되기 전까지는 여러분들의 가족이었습니다. 아닌가요? 이식자가 되는 순간 나를 키워준 엄마가, 10년간 키워 온 딸이, 갑자기 남이 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일반인 대표가 오히려 온건파 대표의 말에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저희가 대표자님 말씀하신 것처럼 잘살고 있는 친구, 가족들을 먹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식 레스토랑은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나 경찰협조 하에 인육화가 가능한 분들에 한해서만 인육이 활용될 겁니다. 엄연히 법과 규율이 있는데 저희가 당장의 욕구 때문에 일반인 분들을 덮치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리고 저는 이 이식 레스토랑이 오히려 이식자들의 범죄율을 줄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숨어서 해왔던 범죄를 대놓고 하는 범죄로 바꾸는 것뿐이죠. 면죄부를 부여하는 거랑 뭐가 다른가요? 그리고 고인 모독은 생각 안 하세요? 고인이어도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함부로 다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요!”


한참 동안 진행된 토론은 별다른 결론을 짓지 못한 채, 진행자의 멘트로 마무리가 되어갔다.


“그럼 마지막으로 각 대표자님, 1분 동안 시청자분들에게 발언 기회 드리겠습니다. 현재 이식 레스토랑 건설에 대한 허가. 즉, 이식 상업시설건축 허가법에 대한 발의는 완료되어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7일 후 국회 법안 통과 절차에 따라 해당 법안의 통과 여부가 결정될 텐데요. 각 대표자분은 이에 대해 간략하게 의견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국민당 대표 김정식입니다. 여러분 지금 바로 옆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 딸, 아들 그리고 친구들을 봐주십쇼. 이식 상업시설건축 허가법은 지금 그 사람들이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법입니다. 이식자를 차별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자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식자들의 식권을 생각하는 동정보다는 우리들의 주권을 챙기는 명민함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국민 청원의 찬성 수가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저희가 움직이지 않으면 이대로 법안이 통과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시고 도와주십쇼.”


“안녕하십니까. 강한나라당 대표 구동만입니다. 아까 온건파 대표자께서 아주 잘 말씀 주신 게 있습니다. 저희는 어찌 됐든 인육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욕구가 계속되는데 그걸 억제하면 결국은 폭발하기 마련입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그게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식 상업시설건축 허가법이 통과된다면 저희는 오히려 범죄 저지를 시간에 식당으로 달려간다 이 말입니다! 저희가 온건파랑 다르게 항상 말하는 거 있죠? 맘만 먹으면 살아있는 사람 먹는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 욕구를 줄여주시는 게 여러분 입장에서 안전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예.”


온건파 대표자가 잠시 강경파 대표자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자신의 차례가 되자 헛기침하며 목을 다듬고 화면을 정면으로 주시했다.


“안녕하십니까. 온평화당 대표 유한성입니다. 먼저 구동만 대표님의 과한 언행에 대신 사죄드립니다. 저희가 인육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 토론 중에 지겹게 얘기했듯이 살아있는 분을 먹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식이라는 병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원인도 모르고 퍼지고 있다면 서로가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나요? 그게 사회고 국가 아닌가요? 단지 후천적인 변화 때문에 지금도 이식자들은 버림받고 따돌림받고 그간 살아온 인생에서마저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원해서 이식자가 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지금 이 방송을 보고 계시는 일반인 분들도 이식자가 되실 수 있습니다. 원인도 모르고 감염률도 모르는 병은 언제든 자신도 걸릴 수 있는 법이니까요. 본인이 이식자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지금이라서 할 수 있는 행동들이 될 겁니다. 이식자가 된 이후에는 무엇을 주장하든 이기적이고 잔인한 행동들로 치부되기 마련입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식자분들 중에서도 아직 이식 상업시설건축 허가법에 찬성 투표를 해주지 않으신 분들이 계십니다. 여러분들, 일반인 분들께는 저희가 동의를 구하는 것이 맞지만 저희는 움직여야 합니다. 사회가 어떻고 시선이 어떻든 저희는 저희 살길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아직 투표하지 않으신 이식자분들이 계신다면 꼭 투표 부탁드립니다. 이상입니다.”


토론이 끝난 후 가족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토론 중에는 이식 대표자들에게 온갖 욕이란 욕은 다 퍼부었지만, 막상 토론이 끝나고 나니 다들 힘이 빠졌는지 멍한 표정으로 흘러가는 광고만 쳐다보고 있었다. 정적을 깨고 희성이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야, 신희성. 너는 누구 쪽이야. 누구 말이 맞는 거 같아?”

희지가 비꼬는 말투로 희성의 등에 대고 말했다.

“…”

“왜 말을 못해?”


희성이 희지를 향해 돌아섰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세현과 광훈은 그런 희성을 올려다봤다. 둘 다 희성이 희지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길 바랐다. 희성은 원래 그런 아이였으니까. 희성은 자신의 주관은 뚜렷하되 남과 부딪히는 건 죽도록 싫어했다. 그래서 항상 그런 희성을 희지는 자극했고 그때마다 오히려 반응이 없는 희성에 희지가 더 열불 나 했다. 방금 희지의 말도 지금까지와 같은 꾀임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희성이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간다면 조용하고 평화로운 주말로, 모두가 각자 방에 가서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주말로 끝날 수 있었다.


“이식자들 말 하나 틀린 거 없는 것 같은데 나는.”

“뭐?”

“누나 저 사람들 말하는 거 들으면서 이해 안 간 거 있어? 난 없는데.”

“이해!?”

“한쪽 편에 서서 토론을 볼 거면 뭐 하러 봐. ‘무조건 우리가 맞아’ 할 거면 토론을 왜 하냐고. 네가 그렇게 말하면 멍청해서 이해를 못 한 건지 그냥 이해를 하기 싫은 건지 알 수가 없잖아.”

“뭐 이 새끼야? 너?”

“이거 봐. 이 와중에도 반말한 것밖에 안 들리지 너는?”

“신희성. 그만해.”

비스듬히 누워있던 자세를 일으키며 광훈이 말했다.


“아니 아빠는…”

“신희성!”

“아빠는 저기 동조하면 안 되지 아빠. 그냥 자식이라고 다 감싸주면 다야? 누나라고 다 져주는 게 맞아? 저렇게 말하는데도? 아니 아빠도…!”


짝!


광훈의 손이 날아와 희성의 뺨에 꽂혔다. 희성은 아프다기보다 놀란 나머지 눈을 몇 번씩이나 깜빡였다. 한쪽 손으로 뺨을 감싸 쥔 희성은 광훈을 올려다봤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광훈의 콧김이 느껴졌고 그가 어금니를 꽉 깨물 때마다 볼 언저리가 울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바닥에 앉아 상황을 올려다보던 세현, 광훈의 등 뒤에서 희성을 노려보던 희지가 모두 광훈을 나지막이 불렀다.

“여보…”

“아빠…”

“들어가. 신희지 너도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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