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그루 Sep 20. 2023

파악과 판단은 다르다

니가 뭘 알아

나는 MBTI가 좋다. 스몰 토킹에 약하기도해서 쉽게 주제를 꺼낼 수 있고 그 사람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MBTI는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도구가 된 듯 하다. 다들 한 번 쯤은 겪어본 경험이 있을테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술하지 않겠다.


‘파악’과 ‘판단’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은 불필요한 경험을 줄여주는 순 작용이 있다. 예를 들어 님이 길을 가다가 알록달록한 버섯을 발견한 상황이라고 쳐보자. 그 버섯을 보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돼. 저 버섯도 사실은 따뜻한 녀석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며 한 입 먹는다면 당신은 이미 뒤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자연계 카테고리고, 인문계로 오면 조금 어려워진다구.


당신은 일기를 쓰는가? 나는 지금 보시는 것과 같이 자주 글을 쓴다. 예전의 나의 글을 보면 느끼는 점이 있다.


 ‘오… 나 존나 일관성 없는데?’


송적송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듯 나도 나를 잘 모른다. 나도 나를 '판단'하긴 어렵고 '파악'할 수 만 있을 뿐이다.


나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편이다. 그리고 보통은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위치에 자주 있다. 음악부터가 그렇고. 그래서 사람과 부딪칠 일이 많은 편이다. 그러다보면 어쩔 수 없이 서로를 '파악'하거나 '판단'하는 일이 많아지는데, 내가 그럴 때마다 가장 예의없다고 생각하는 말투는 다음과 같다.


너는 ㅇㅇ이다. (2형식 문장)


 

물론 특정 상황에서는 2형식으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유용하고 편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을 대할 때는 2형식으로 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저런 말투를 쓰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주로 20대 남성에 조금 많이 분포되어 있다. 흔히 말하는 '너 대화법'을 쓰는 사람들이다. (제발 나 대화법 좀 쓰자)


ㅇㅇ이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보통은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이 그 사람을 제일 모를 확률이 높다. 당신은 당신을 잘 아는가? 나는 날 잘 모른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확률이 높다. 내가 누군지도 잘 모르면서 남을 안다고 하는 것은 오만이다. 애초에 판단이라는 단어에 들어가는 '단'부터가 '끊을 단'이다.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은 그 사람을 끊어내는 과정과도 같다. 파악은 '잡을 파' '쥘 악'이다.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에 대한 감을 잡는 것, 그게 그 사람을 잡는 방법일 수도 있다. (쓰고나니 아저씨같다.)






작가의 이전글 23.09.1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