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24(수)
오늘의 주제는 '고사리'다. 2023년에 제주입말음식연구회를 통해, 제주 고사리에 대해 깊숙히 아카이브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늘 모자른것이 공부라는 생각이든다.
식재료 아카이브 하는날은 오전부터 손과 마음이 바빠진다. 멤버들에게 제주의 식재료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개인적으로 아카이브 한 자료들을 또 찾고 찾게 된다.
이렇게 아카이브가 한차례 진행되고 나면 제주와 육지의 식재료를 비교할 수 있게 되고, 연결된 식문화도 함께 알아볼 수 있어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제주 고사리는 곳간열쇠이다
제주는 제사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사리'다. 제주에서 제사를 물려준다는 의미는 집안의 재산도 함께 물려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사를 지낼 때 필요한 식량은 곳간에 보관되어 있고, 제사를 받는 자식은 곳간열쇠를 내림 받는다. 이 곳간에 제사에 가장 중요한 고사리가 있기 때문에 제주에서는 "고사리는 곳간열쇠"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고사리의 최상품은 꼭 제삿상에 올린다.
고사리는 산 자의 음식이 아니다
제주식탁에 양용진 셰프님을 통해 제삿상 위의 고사리 의미를 알게되었다.
고사리는 제사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나물이었다고 한다. 제주의 제사는 제일 먼저 고사리 한두가닥 정도를 제삿상 앞 그릇에 놓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이는 무덤에 있는 조상을 집 안으로 모시는 의미라고 한다.
제사가 끝난 뒤에는 조상이 넓적한 느르미전(고사리전)에 제사음식을 싸고, 기다란 고사리 탕쉬로 묶어 어깨에 짊어지고 가도록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애틋하면서도 조상을 섬기는 데 정성을 다하는 제주 사람들의 생활사를 엿볼 수 있다.
고사리는 제삿상에서 왜 그토록 중요한 존재가 되었을까
<그리운 제주 풍경 100> 책의 내용을 인용해보면
"고사린 꺾어도 꺾어도 아홉 번 열 번을 악착같이 싹이 도나거든. 그치룩(그렇게) 자손이 악착같이 끊어지질 말게 해줍센(해주세요) 조상님께 올리는 거."
'고사린 아홉 성제(형제)다'라는 제주어 속담과 같은 맥락이다.
고사리 vs 고비
그동안 고사리를 꺽으러 다니면서, 꽤 고비를 자주 만났었는데 나의 잘못된 지식으로 고비를 꺽지 않았다.
고사리 아카이브를 통해 고비가 얼마나 맛이 좋은지 알게 되었으니 경험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고비는 손을 전부 다 제거하고 먹고 고사리와 고비의 맛을 비교해보면 고비의 식감이 더 좋다.
고비는 더 습한 지역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곶자왈 같은 곳에서 보통 서식한다.
먹고사리 vs 볕고사리
먹고사리는 그늘진 곳에서 자라 고사리 줄기가 갈색이고, 볕고사리는 반대로 햇볕을 보고 자라 연한 녹색을 띈다. 여러 사람들에게 먹고사리가 맛있는지 볕고사리가 맛있는지 여쭤보았지만, 모두의 대답이 달랐다. 미식은 역시 개인의 취향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먹고사리가 고사리의 향이 더 짙은 느낌이라 좋아하는 편이다.
고사리 손 부비기
제주 여성농민회 오연숙 선생님을 통해 고사리의 진짜 제 모습을 알게된것 같다. 오래전부터 제주는 고사리를 손질할 때 부비는 작업을 꼭 했다고 한다. 고사리 손을 부비는 이유는 2가지인데
1) 제주도의 날씨때문에 부비고 (고사리 장마로 고사리손이 습해져 있는 상태)
2) 고사리손의 사각거리는 거친맛을 제거하고 맛을 부드러워지게 하기 위해 부빈다.
부빌때는 고사리손 위쪽을 반듯하게 맞춘 후에 가볍게 부비면 되고 너무 세게 부비면 고사리 전체가 상처를 입으니 천천히 부벼야 한다.
고사리 음식
<고사리전/느르미전>
1) 쪽파, 고사리, 당근을 같은 크기로 썰어준다
2) 계란물을 만들어서 후라이팬에 동그랗게 부어주고 쪽파, 고사리, 당근을 순서대로 올려준다.
고사리 탕쉬(나물) / 자연친구 생태텃밭 레시피
- 재료 : 삶은 고사리 200g, 식용유 1T, 흰뿌리만 다진 대파 1/3T, 쫑쫑썬 쪽파 1뿌리, 집간장 1T, 참기름 1T, 유기원당 1T, 볶은 깨 1T
1) 고사리는 제사 명절 등 귀하게 올리는 나물이라 반드시 청정하고 정갈한 곳(오염된 곳이나 산소등은 피함)에서 윗부분만 부드럽게 꺽어온다.
2) 꺽은 고사리는 이물질을 분리하여 손질하고 끓는물에 약 7분간(살이 살짝 눌러질 정도) 앞뒤로 뒤집으며 삶아내고 바로 찬물에 담궈 여러번 깨끗이 씻어낸 다음 하루동안 여러번 물갈이 하며 쓴맛을 우려낸다.
3) 고사리를 생으로 삶은 경우 바로 먹을 수 없으므로 마트에서 사온 고사리는 쓴맛이 잘 우려졌는지 살짝 맛을 본 후에 쌀뜨물이나 소금물로 한번 더 우려도 좋다.
건고사리는 전날 밤 불려서 삶고 냄비 채 두었다가 아침에 새 물로 여러번 헹구어 준비한다.
4) 고사리는 물기만 털털 털고 양념을 조물조물 무쳐 잠시 간이 배도록 두었다가 조린다
5) 냄비에 식용유와 대파로 파기름을 낸 다음 센불로 한번 김이 오르면 약불로 줄여 조림 물이 다 줄도록 은근히 졸인다(여러번 뒤적거리지 않고 두어번만 간이 골고루 배도록 뒤집어 준다)
6) 마지막으로 간을 보며 취향대로 추가 간을 해 주고 참기름 한 방울과 깨를 뿌려 내놓는다(제사나 차례상에는 파, 마늘 등은 안 쓰지만 잔치상에는 써도 무방함)
고사리 노래
오연숙 선생님께서 불러주셨던 노래
꼼짝꼼짝 고사리 꼼짝 / 제주도 한라산 고사리 꼼짝
장필순 '고사리 장마'
부슬부슬 비가 오길래/ 홀로 숲으로 나갔어/ 그대와 늘 함께 걷던 길/ 놀랍게 달라 보여/ 그토록 찾아봐도 안 보이더니/ 어느새 소리 없이 솟아 올라온 고사리들/ 당신을 보내고 난 뒤/ 이렇게 훌쩍 자랐네….
https://www.youtube.com/watch?v=dKwnymltTo8
그 외의 아카이브
제주의 소리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327861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4303336Y
제주 고사리 재배 현황 https://www.jejuilbo.net/news/articleView.html?idxno=226361
참고자료
제주식탁 / 양용진
그리운 제주 풍경 100 / 김순이 글·김동연 그림
할망 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음식이야기 / 허남춘·허영선·강수경
섬사람들의 음식 연구 / 문순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