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델라 Dec 01. 2019

28. 요양원에서 두 손 두 발 든 할머니의 곡소리

    요양원에서 저녁 7시, 원장 수녀님이 할머니를 당장 데리고 가라고 하셔서 갑작스럽게 강제 퇴소하게 되었다. 둘째 삼촌은 혼자 격해 있는 할머니를 감당하지 못한다며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에게 연락해 집에서 만나자 약속했다. 삼촌이 요양원에 도착한 시간은 약 8시. 원장 수녀님은 할머니를 데리고 나오셨고 어떤 절차 없이 할머니를 태우고 가라 했다. 차를 타고 오며 할머니는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삼촌은 농부 셔서 새벽부터 일을 하고서 캄캄한 저녁까지 운전을 하니 고단하셨지만 할머니를 달래야겠다고 생각하셨단다. 삼촌은 갓길에 차를 세우셨단다.     


    둘째 삼촌 : 엄마 좀 진정해. 지금 집에 가잖아요.

    할머니 : 아이고... 아이고...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너희가 나를 버려!!!

    둘째 삼촌 : 엄마 그냥 우리 여기서 다 죽자! 엄마가 이런 식으로 계속 뒤에서 소리 지르면 나 운전 못해! 운전하다가 사고 나느니 그냥 우리 여기서 모두 다 같이 죽자!

   할머니 : 흑흑흑...     

    다 같이 죽자고 하신 삼촌의 마음은 어떠하셨을까. 할머니는 그제야 조금은 조용해졌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흐느끼셨다. 그리고 집에 올라가자며 차에서 내리라 하는데...   

  

    할머니 : 나 안 내려! 여기는 또 어디야! 나 어디다가 또 버리려는 거야!

    둘째 삼촌 : 엄마, 어디긴 어디야. 여기 집이잖아!

    할머니 : 나 안 갈래. 나 안 들어가. 나를 또 속이려고. 나 안 들어가.     


    할머니는 주차장에서 드러누워 주차장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쳤다. 장난감 코너에서 드러누워 집에 안 간다고 하는 아이처럼 행동했다.      


    할머니 : 나 안 갈래. 어디다가 나를 버리려고. 나 안가. 안 들어갈 거야.     


    삼촌은 대화가 안되자 할머니를 일으켜 억지로 엘리베이터에 태웠다. 집에 도착하자 다른 가족들은 다 도착해 있었다. 현관으로 우르르 달려 나와 할머니를 맞이했다. 할머니는 충격이 크셨는지 가족들을 못 알아보셨다.     

    할머니 : 누구세요? 여기는 어디야? 나 왜 또 여기로 데려왔어? 나 또 버리고 갈 거지? 여기 왜 온 거야?

    둘째 삼촌 : 엄마 정신 좀 차리세요! 지금 아들들 다 와있는데 뭘 또 어디로 간다는 거야! 여기 집이잖아!

    할머니 : 아이고... 자식새끼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자식새끼들이 자꾸 나를 버리고... 아이고...     

    가족들은 작은 방에 모여 할머니가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어떻게 하면 달래 질지 의논하며 한 명씩 번갈아 가며 달래고 또 달랬다. 도저히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잘 때 드시던 진정제가 생각이 나서 잘게 빻아서 두유에 타서 좀 마시라 하면 기가 막히게 알아차렸다.     


    할머니 : 너희 여기에 수면제 탄 거지? 왜 내가 시끄럽냐? 시끄러우니까 그런 곳에다가 쳐 보냈냐?     


    물 한 모금 드시지 않고 계속해서 곡소리를 내셨고 가족들은 조용히 있어봤다가, 불을 꺼서 조명을 은은하게 했다가, 가족 모두가 방에 가서 '이제 괜찮다'라고 그러다가를 반복했다. 그 사이 요양원에서 갑자기 할머니를 데리고 가라 결정하신 건 원장 수녀님의 독단적인 결정이셨고 다른 요양원 직원들은 몰랐다는 간호부장님의 전화가 왔다. 간호부장님은 할머니가 없어진 줄 알고 요양원을 찾고 또 찾았단다.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알렸고, 엄마는 상황을 설명했다. 간호 부장님은 연거푸 죄송하다 하셨고, 사실 요양원 원장 수녀께서 발령받으신지 얼마 안 되셔서 이렇게 독단적으로 결정하신 상황이 처음이라고 하셨다. 모든 가족이 천주교를 믿기에 종교적으로 믿음이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 종교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 둘째 삼촌은 어차피 할머니를 달랠 방도가 보이지 않으니 막내 삼촌과 둘이서 어떻게 해보겠다며 다른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가라 하셨다. 가족들이 다 돌아가자 삼촌은 할머니의 뒤에 꼭 껴안으며 말없이 가슴을 토닥였다. 새벽 4시 곡소리가 중단되고 지쳐 주무셨다.      

    다음날, 농장을 운영하시는 둘째 삼촌이 외숙모에게 오늘은 일하지 말고 할머니의 케어를 부탁했다. 외숙모는 워낙 서글서글한 성격이셔서 할머니에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목욕을 시키고 식사를 하셨다. 할머니는 정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맛있게 식사를 하시고 기분 좋게 샤워를 하셨다. 그리고 낮잠을 푹 주무시고 일어나셨다. 또 전날 밤처럼 끊임없는 곡소리를 내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비 온 후 개인 날처럼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그냥 사건은 기억이 안 나지만 찝찝한 기분으로 우울하게 창밖을 바라보시다가 다시 식사하실 때는 기분이 좋으셨다가를 반복했다. 가족들은 할머니의 곡소리 사건 이후, 이전에 주간보호센터에 다닐 때처럼 안정적이길 바라고 또 바랐다.




*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20대 손녀와의 동거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7. 요양원 입소 4일 만에 퇴소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