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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생 Jul 20. 2024

오랜만에 들고 온 수영이야기

그런데 사진은 고양이뿐인


풀 숲에서 잠이 든 고양이


 지난달에는 수영을 거의 못했다. 글 쓰는 과제가 많아서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았기에 아침 수영은 무리였다. 빨리 자고 빨리 일어나 운동으로 정신을 깨우고 책상 앞에 앉는 게 더 낫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쓰는 걸 시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멈추는 것도 어려워서 밤늦게 쓰기 시작해 새벽을 지새우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 덕분에 과제들은 꽤 좋은 평을 받기도 했으니 후회는 없지만 낮아진 면역력 때문에 피부 가려움증이 생겨 괴롭기는 했다. 신기한 건 한 달 동안 운동을 안 해서 당연히 살이 올랐을 거라 생각했는데(쓰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나는 뭔가를 써야 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단 음식을 입에 물어야 책상 앞에 앉을 수 있다.) 오히려 살이 조금 빠져있었다. 머리를 쓰는 게 정말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체중이 감량될 정도로 머리를 쓰고 싶지는 않다.


투명 우산 아래 잠이 든 고양이


 한 달 만에 한 수영은 숨이 찼다. 남들보다 몇 바퀴 덜 돌았는데도 더 힘들었다. 지금 수강하고 있는 수영반은 연령대가 높아서 젊은 사람이 나 하나인데 내가 제일 뒤떨어진다. 이쯤 되니 힘과 체력의 문제라기보다 효율의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쓰는 에너지보다 덜 나아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걸 의식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 또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나타나서 버벅거린다. 인생에 대해서도 느끼는 바이다. 내가 들이는 노력보다 덜 풀리는 느낌, 어쩌면 노력보다 바라는 게 더 많은 이기적인 마음일 수도 있겠다.


용맹한 고양이들


 수영을 오랫동안 하다 보면 숨이 막히는 이유가 몸보다는 마음의 문제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더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부터 호흡이 불안정해진다. 앞사람을 따라가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나가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수영은 운동보다 명상에 더 가까운 자세로 임하는 게 좋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숨을 바로 쉬고 자세를 바로 하는 게 중요하다. 애타지 말라, 물속에서든 땅 위에서든.


 아마 평생 헤엄쳐도 제자리일지도 모른다. 그걸 알면서도 평생 하고 싶다, 는 마음이 드는 일은 흔치 않은데, 내게는 수영이 그렇다. 어쩌면 내가 바라는 삶은 애초에 나아가기보다 제자리를 맴돌아도 괜찮은 인생일지도 모른다. 나아가기를 멈춰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 목적 없는 애정이 나를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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