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rse of love
-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최근 영어공부 한다고, 인생 계획 세운다고, 한동안 책을 손에 잡지 않았었는데, 오랜만에 들린 본가 책장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을 발견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부터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제목만 보면 무슨 연애소설 같다. 더군다나 장르가 실제로 소설인지라 여자와 남자가 만나 낭만적 연애를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가 책의 처음 몇 부분을 읽고 나머지를 마저 읽어보겠다는 마음이 든 것은 이 책이 ‘낭만적 연애’ 보다는 ‘그 후의 일상’에 더 초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 The course of love
이 책의 영어 제목이다. 사랑의 차례라니, ‘사랑에 빠지게 되는 차례와 순서를 이야기 하나?’란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과감하게 초반 몇 페이지 이내에 주인공인 남자가 여자를 만나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결국 결혼까지 하는 이야기로 빠르게 진행된다.
그래서 초반 20%의 낭만적 연애 과정을 제외하면 나머지 80% 이상의 이야기는 연애에서 결혼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혼란스러움, 상대방을 진짜로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아이가 생긴 이후 겪게 되는 혼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 책을 다 읽어보니,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항상 사랑이 시작되는 단계에 대해서 주목한다. 당연하게도 처음 만난 사람과 가까워지는 과정만큼 짜릿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어릴 적 읽던 동화 속에서의 엔딩도 비슷하다. ‘그래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 보면, 내가 자라며 만들어온 삶의 패턴과 상대방의 것이 다르기에 다투는 일이 생길 수도, 이쁘게만 보였던 장점이 어느 순간 그 사람의 단점처럼 보일 수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책을 읽으며 이러한 일상적 사랑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은 절대 완벽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이성과의 사랑도 언제나 이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긴 사랑의 과정에서 서로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진짜 상태로 놓여진 나와 상대방 사이에서 서로 맞출 수 있는 것을 맞춰과는 과정이 조금은 날것과 같고 로맨틱과는 거리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또 그만큼 낭만적이고 진짜에 가까운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미혼인 나이지만, 책을 통해 마치 한 번의 결혼생활을 해본 것과 같은 느낌을 선물해 준 작가 알랭 드 보통에게 감사하다.
그가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한 것이 사랑의 현실적인 모습이라면, 나는 그의 말에 힌트를 얻어 사랑을 조금 더 어른스러운 방식으로 대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