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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완 Jan 06. 2022

생각의 주인이 생각을 대하는 태도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저 태도를 바꾸면 되는 일

 생각이 내 것이 아니라는 말은 나를 오랫동안 사로잡았다. 내 인식 바깥의 이해였으므로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생각은 내 것이 아니라고 믿어도 끊임없이 내 안에서 생겨나는 생각들을 마주하며 나는 노인이 한 말을 되새겼다.


생각의 주인이 되겠다고 결심하면 된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저 태도를 바꾸면 된다.



 상상해보자.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거리를 나선다. 복잡한 거리에 눈이 내린다. 그런데 눈의 모양이 특이하다. 어느 눈발은 하얗고, 어느 눈발은 초록색이며, 어느 눈발은 모양이 특이한 결정을 갖고 있다. 어느 눈발은 빗방울과 비슷하며 어느 눈발은 사람의 얼굴 모양을 하고 있다.

 눈의 모양이 특이한 나머지 눈발 하나하나를 쫒는다. 초록색의 눈발, 저기에 보이는 빗방울 같은 눈발, 처음 보는 특이한 형상의 눈발에 하나하나 주의를 빼앗기며 거리를 방황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목적지는 잊은 채, 거리를 나선 이유도 잊은 채, 어딘지조차 알 수 없는 거리의 구석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의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 그저 눈발이 내리는 것일 뿐,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우리의 머릿속에 내리는 눈. 때로는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 근거 없는 두려움, 도움이 되지 않는 망상이 끝없이 퍼붓는 곳이 바로 우리의 머릿속이다. 그 눈발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어떻게 된단 말인가.

 많은 사람들이 눈발을 쫒으며 삶을 허비한다. 중요한 것은 목적지를 찾아가는 일일 뿐인데, 특이한 눈발을 쫒느라 그것을 잊어버리고 만다. 눈발을 쫒으며 외친다. '이것은 정말 중요해!', '이런 눈이 내리다니, 정말 큰일 나겠어!' '어떻게 이런 눈이 내릴 수 있지? 그 이유는 과거에 겪은 트라우마에 있지 않을까?' 이런 외침 속에 삶은 지나가버리고 만다.


 생각의 주인이 되려면 생각을 그저 바라보아야 한다.

 생각은 당신이 아니다.


 여태껏 생각은 곧 나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안타깝게도 내가 하는 생각의 대부분은 나의 힘을 빼앗아가는 것뿐이었다. 끝없는 자기 회의,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를 향한 불안, 사람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두려움까지.. 그 생각들은 너무나 짙어 나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생각들에 엉겨 붙어 생각과 하나가 되어버리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생각은 내가 아니었다. 생각은 내 것이 아니었다. 생각은 그저 거리에 내리는 눈발과 비슷하다. 생각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퍼붓는 생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것을 그저 바라보는 연습을 꾸준히 하게 되었다. 


 생각과 하나가 되지 않는다.


 단순한 인식의 변화는 생각을 대하는 태도를 변하게 했고, 결국 삶의 방식을 바꾸게 되었다. 나는 흩날리는 눈발 대신 내가 걷고 있는 거리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내 삶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나의 현재를 바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지나가버린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에 주의를 빼앗겨 혼란스러워하는 대신, 지금, 여기, 현재에 존재하며 생각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생각은 내 것이 아니다. 

 이해할 수 없어도 좋다.

 그저 태도만 바꾸면 된다.

 비로소 생각의 주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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