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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찬 8시간전

두바이의 삶이 나에게 묻다 3화

아라비안 나날들


처음 두바이를 살게 된다고 했을 때 여행 갔을 때의 설렘을 기대했다.


그러나 일을 하려 온 생활 세계는 지금처럼 더 이상 놀이가 아니었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면 자신이 그 세계밖에 나와 있다는 느낌이 강하므로 동물원 울타리 밖의 풍경처럼 자신이 이 세계 사람이 아닌 완전한 이방인으로 난 방관자이고 구경꾼이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일하러 왔기 때문에 더 이상 나에게 낯선 곳이 아니다. 생활 세계 안의 울타리 안에서 일하는 털 없는 원숭이일 뿐이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느낀 감정들이 이 낯선 곳에서도 똑같이 경험하고 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햄버거가 없었다. 내 침에 고스란히 녹아서 내 목구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벌써 저녁 10시 48분이 된 것은 동료의 전화를 받지 못해서 알게 되었다. 그는 카톡과 전화 온 것을 이제야 봤다고 미안하다는 말로 먼저 인사를 대신한다. 내가 길을 잃고 헤매어서 오늘 고객과의 미팅은 내일로 연기되었다는 얘기로 통화는 짧게 끝냈다. 지쳐 있는 상태이어서 길게 얘기할 힘이 없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은 또 다른 귀성길이다. 아랍에미리트( Arab Emirate)는 7개의 나라로 구성된 토후국(Emirate)이다. 수도는 아부다비로 아즈만, 움 알 카이 와인, 푸자이라, 두바이, 라스 알 카이 마로 연합된 국가이다. 사실상 아부다비와 두바이만 부자이고 그 외 토후국들은 그다지 잘 살지는 못한다.



그들의 조상들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조개와 진주를 캐던 이 척박한 중동의 땅에서 어떻게 지금처럼 세계가 부러워하는 잘 사는 나라가 되었을까?



셰이크 모하메드가 쓴 "나의 비전"의 책 속에 그의 철학과 생각이 응집되어 있다. 두바이의 서점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책이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수입이 되지 않았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마크둠"


 긴 이름을 가진 국왕 덕분이다. 아부다비는 석유등 지하자원이 풍부하여 부유한 국가인 반면에 두바이는 아부다비처럼 석유 매장량도 빈약하다. 그는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선진국들의 발전상을 보면서 졸업 후 고국에 돌아와 미래에 대한 확실한 철학과 비전을 세워 장기적인 계획에 들어간다. 외자 유치를 통한 비즈니스를 활성화하여 자국민들에게 그 이익을 고스란히 분배하여 온 국민이 잘 사는 부자 나라가 되었다. 심지어 다른 중동 국가 국민들도 이 국왕을 존경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지도자들과 많은 면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두바이지만 아쉽게도 나의 숙소는 두바이 경계에 있는 샤르자에 있다. 물가가 비싼 두바이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하고 가까워 많은 외국인 특히, 인도, 파키스탄, 아프리카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로 인해 출퇴근 시간에는 엄청난 교통체증이 있다. 학기가 시작되면 대중교통이 덜 발달하여 유치원, 초, 중, 고 모든 학년들이 스쿨버스로 통학하므로, 가히 도로는 주차장과 다름없다. 교차로가 로터리(Rotary, Round-about)로 되어 있어 진입하기가 처음에는 힘들었다. 좌회전할 때도 우측으로 돌아 ㄷ좌측으로 가기 때문에 한국에서 항상 좌측에서 좌회전하던 습관으로 계속 좌측에 있다가 직진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아부다비에서 샤르자로 퇴근을 하고 있는 나는 오늘은 언제 도착할까 궁금하기만 하다. 구글맵을 통해 가지만 예정 도착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 내가 여태까지 가지고 있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계에 운전을 하고 있다. 아니, 태초부터 상식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며칠 전에도 퇴근 후 쇼핑센터에서 장을 보고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한 내 차를 찾기 위해 2시간가량을 허비한 기억이 떠오른다.


계란, 생수, 주스 등이 들어 있는 무거운 비닐봉지를 양손에 들고 주차장에서 내 차를 찾고 있었던 거다.


6번 정도 마트에서 지하 주차장을 왔다 갔다 하다가 쇼핑센터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그 사람도 모르는 거 같았다. 이렇게 셀 수 없을 정도 왕복하다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양팔의 손가락은 쇠꼬챙이를 달군 것처럼 빨간 게 변해 버려 감각이 없어져 버렸다. 주차장은 이곳 역시 냉방 시설이 안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전혀 걱정이 될 수 없는 이런 소소한 일이 지금 이 순간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아니 이곳 생활 매 순간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살고 있다.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고 살아야 한다.


결국 차를 찾았다. 이 쇼핑센터는 2개의 건물이 이어져 있는 빌딩이지만 지하 주차장의 구조는 서로 연결이 되지 않아 다른 건물로 내려가야 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내가 사는 빌딩 내부 주차는 따로 주차비를 지불해야 하므로, 나는 그 돈을 아끼기 위해 황량한 모래알로 덮인 사막 위에 주차를 한다. 내가 신은 구두는 금세 갈색에서 흰색 백 구두로 변신한다. 자동차도 새 차에도 의미가 없다.  환한 아침이 되면 검은색 차량도 흰색 차량으로 변해 있다.


두바이에 온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어서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북아프리카에서 온  듯한 어린아이가 나에게 다정한 눈빛과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내고 있다. 반면 옆에 서 있는 엄마 같은 사람은 바닥에 눈을 고정하고 시선을 회피한다. 드디어 방에 도착했다. 틱장애처럼 "It's been a long day!"라고 혼잣말로 하면서 샤워실로 향한다.


샤워기의 찬물 방향으로 돌려도 중동의 뜨거운 열기로 물은 데워져서 아직까지도 따뜻하다.


언제나 나를 기다리는 샴푸, 보디워시 그리고 세안비누를 볼 때마다 언젠가는 소진되어 버려지는 삶을 상상할 때마다 내 인생과 오버랩되면서 쓸쓸해진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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