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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zeze Oct 03. 2022

대화가 금지된 곳 :: 비밀스러운 와인바 마이시크릿덴

낮에는 서재로, 저녁에는 와인바로

 서울 중구 덕수궁길9, 401호(현진빌딩, 간판x)

 매일 9:00 - 22:00

 주차불가

 #공간대여 #무소음카페 #사색의공간 #프라이빗공간 #1인작업실 #와인바 #1인서재

 @my.secret.den




오래전부터 이런 공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온전한 나의 시공간을 보장해 주는 곳. 조금만 괜찮은 곳을 가도 인파에서 오는 피로함을 느꼈다면 누구든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과연 어떤 형태로 사람들에게 다가올까 궁금할 무렵 서울 중앙에서 덕수궁 돌담 길의 낭만을 나누는 사색의 공간을 만났다.


집도, 회사도, 카페도 아닌 나의 아지트

오늘 소개할  '마이시크릿덴'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온전한 카페나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공간을 통째로 빌려 혼자 공간을 점유하거나 사진을 찍는 곳도 아니다. 이 모든 게 혼합되어 각자의 필요에 맞게 공간이 제공될 뿐이다.


100% 예약제로 이루어지며 낮엔 주로 서재로, 저녁시간 때는 와인바로 운영된다. Tip, 주말에 간다면 일요일 오전 시간이 한가하다;)



대화가 금지된 곳

낮에는 서재로 이용되며 각자 필요에 맞게 공간을 이용한다.

마이시크릿덴의 낮 타임을 이용할 땐 조금 특이한 룰이 있다.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낮에는 대화가 철저히 금지된다. 전화를 받을 땐 밖으로 나가야 하고, 가끔 노트북 타이핑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할때도 있다. 실내는 저조도 조명을 이용해 어둡지만 오히려 이 조건들이 풍경을 돋보이게 한다. 가구의 소재와 컬러도 아지트 답게 아늑하면서 통일감있게 배치했다.


이 모든 조건들이 어우러져 창밖으로 펼쳐지는 돌담길 풍경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기에 좋은 조건들이 되었다.


큰 창으로 들어오는 빛과 덕수궁 풍경은 머리속까지 선명하게 해준다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의 행위는 제각각이다. 사람들은 각자 찾아온 목적에 맞게 책을 읽기도, 음악을 듣기도, 다이어리를 쓰기도, 창밖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행위는 공간의 쓰임을 풍부하게 해준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오롯한 공간을 찾아왔으리라. 결국 같지만 다른 목적으로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로 채워진다.


덕수궁 정문 '대한문'

시청역 1번 출구 앞 협소 건물 4층에 위치한 이곳은 코앞에서 덕수궁 돌담길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계절만 잘 맞추면 은행나무 잎이 흐드러지게 필 때 가도 장관이겠다. 한옥(덕수궁)과 돌담길이 주는 고즈넉한 멋을 그대로 실내로 들였다. 사람들은 잠시 핸드폰을 내려두고 자연이 주는 경치를 감상하며 공간에서 나만의 흐름을 찾아나간다.



요즘 분들이 많이 지치신 거 같단 느낌을 받아요. 혼자 있고 싶은 순간들이 필요해진 거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긴 하지만 또 가끔은 혼자의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
집에서는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을 집 밖에서 혼자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라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 genie interview, '마이시크릿덴' 김재윤 -

창가 자리가 사색에 잠기기 좋다면 소파 자리는 좀 더 편안하게 쉬다 갈 수 있다. 아무래도 긴장이 느슨해지는 저녁 타임에 더 인기가 많은 건 소파 자리다.



덕수궁의 야경과 대화로 보내는 아늑한 저녁

밤 - 가볍게 와인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서재 겸 와인 바

시크릿덴은 낮과 밤의 매력이 다른 곳이다. 밤에는 좀 더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데, 낮과 다르게 대화가 가능하고, 좋아하는 안주를 직접 사들고 오거나 배달하는 등 외부 음식의 반입이 가능하다. 퇴근길 편안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하려는 운영진의 마음이 아닐까.


공간의 특이성보다 컨텐츠의 차별화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탄 곳이다.  덕수궁, 청계천, 서소문역사문화공원, 서울시립미술관 등 즐길 거리가 많은 중구 일대에 또 하나의 새로운 컨텐츠를 품은 공간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공간을 사는(buy) 시대

'누가 조용한 곳에 고작 몇 시간 있자고 돈을 써?'라는 말은 옛날에 '누가 물을 사 먹어?'라는 말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공간적 욕구는 점점 세분화될 것이고 이에 맞추어 공간 대여를 해주는 곳의 성격도 다양해지고 있다.


시대는 변하고 사람들의 니즈도 변한다. 머지않아 공간의 소비를 넘어 산다는(buy)말이 더 와닿는 날이 올 것 같다. #공간대여 라는 한정된 개념에서 누군가에겐 조용하게 공부할 공간으로, 나만의 사색에 잠길 공간으로 혹은 독서를 하거나 방해받지 않고 쉴 공간으로 확장되고,  #1인바, #1인카페 #1인집무실, #1인서재, #개인독서실 등의 이름으로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에 의해 즉시 정의되고 또 바뀌기를 반복한다.


이곳은 예약제로 운영되니 인파에서 오는 피로감과 코로나에 대한 걱정도 조금은 덜어내고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조용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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