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배낭여행 - 미얀마, 껄로
미얀마에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트레킹 투어를 한다. 여러 트레킹 루트가 있지만 껄로에서 인레까지 1박 2일 또는 2박 3일 투어가 꽤 유명하다.
그러나 미얀마 여행을 할 생각이 없었던 트레킹 운동화도 없는데 괜히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고 싶지 않았다.
남들 다 하는 트레킹을 하지 않는 대신 나는 껄로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껄로는 다 거쳐가는 루트라서 따로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쉬어가자 라는 마음으로 호스텔만 예약했다.
껄로에 도착하니 새벽 2시다. 트레킹 투어 샵이 열리려면 아직 3~4시간이나 남았다.
어둠이 깔린 도로 건너편에 작은 식당이 열려 있다. 식당에 들어가니 이미 도착한 사람들도 몸을 녹이고 있다.
버스에서 함께 내린 일행들과 함께 식당에 들어가서 티를 한잔씩 시키고 이야기를 나누며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
피곤한지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해가 저 멀리서 뜨고 있다.
일행들은 트래킹을 떠나고 시간을 보니 아직 6시 반이다. 아직 호스텔 체크인 학기에는 이른 시간이라서 근처 시장을 둘러봤다.
이른 새벽인데도 시장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신선한 야채들부터 과일들까지 시장 바닥이 내 눈을 끌었다. 힐끔힐끔 쳐다보니 얼굴에 미얀마 천연 선크림인 타나카를 귀엽게 바르신 아주머니가 환히 웃어주신다.
-밍글라바
미얀마 인사다. 나도 웃으며 ‘밍글라바’ 하고 손으로 귤을 가리키니, 봉지에 잔뜩 담아주시려고 하길래 손을 내 저으며 조금만 담아달라고 했다. 여행 중에 무언가를 살 때에는 항상 적당히 산다. 조금만 사도 짐이라고 생각이 되니 항상 부담스럽다.
빨간 토마토도 맛있어 보여 함께 담아달라고 했다. 기분 좋게 귤과 토마토가 든 봉지를 들고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네고 돌아섰다. 과일을 손에 들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괜스레 상쾌하다.
시장을 구경해도 이제 9시길래, 안 되겠다 싶어서 우선 호스텔로 향했다. 호스텔은 껄로 시내에서는 쫌 떨어진 곳이었다.
저 멀리 작은 집이 보였다. 아침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스텝들이 환하게 맞아주었다.
커피도 마시면서 몸을 녹이고 있는데, 세상에 같이 만달레이에서 투어를 했던 친구를 만났다!
세상에 반가워라
반가운 마음에 한참을 얘기를 하다가 친구는 씻으러 들어갔다.
커피 한 잔을 다시 내려서 숙소를 둘러봤다. 대문 옆에는 감나무가 심어져 있고, 웃음 가득한 스텝들이 일하는 걸 보고 있자니 꼭 시골 할머니 집에 온 듯한 그런 친숙함이었다.
쌀쌀한 바람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볕을 맡으며 마당에 앉아 있으니, 친구들이 옹기종기 저마다 햇볕 아래로 다 모인다.
마당에 앉아서 다 함께 이야기를 하고, 호스텔 직원분이 감 따는 것도 구경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에게는 트레킹을 시작을 위해 거쳐가는 곳이라지만, 세상에나! 나에게는 이곳이 힐링 캠프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렇게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다니.
한 달 반의 여행 중에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운 쉼표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