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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ori Oct 18. 2021

정성을 가득 담은 호스텔

동남아 배낭여행 - 미얀마, 인레


전 날 새벽바람맞으며 밤을 꼴딱 새우고 돌아다녀서인지, 늦은 점심을 먹고 폭신한 이불 속에 들어가서 누워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새벽 6시다.

조용히 샤워 용품을 챙겨 나와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사람들이 깰까 봐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고만 나왔는데, 새벽 공기가 꽤 차다. 몸을 부르르 한 번 떨고, 얼른 커피를 내렸다. 동남아라고 다 아침부터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배운다. 무조건 경량 패딩은 있어야 한다.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안타깝게도 실외뿐이다. 그나마 바람이 덜 드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뒤따라 나온 친구도 새벽 공기에 깜짝 놀랐는지 많은 자리를 뒤로하고 내 앞자리에 앉았다.

파래져가는 입술을 얼른 커피잔에 대고 몸을 데웠다. 아침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인레에 가는 버스를 탈 시간이다.

사장님께서 얼른 오라며 손짓을 하신다. 사장님이 불러주신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조식을 먹은 친구와 호스텔 사장님께 인사를 하고, 정거장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나름 일찍 도착한 편이라, 봉고차의 앞좌석을 사수했다.

나름의 팁이지만, 동남아에서 도시를 이동할 때나 나라를 이동할 때에 작은 봉고차가 온다면 무조건 앞자리를 사수해야 한다. 뒷자리에 탔다가 험난한 동남아의 도로 사정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비닐봉지에 얼굴을 처 박는 사람들을 아주 많이 봤다.


다행히 길이 아주 험난하지는 않았다.

여행 다니면서 가장 익숙하지 않으면서 금세 또 익숙해지는 게 바로 길가의 동물들이다.

그런데 또 이렇게 도로를 점령한 소 떼들은 또 처음이다.

쉐낭에 내려서 낭쉐, 우리의 목적지 인레까지는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봉고에서 함께 내린 서양인 아저씨와 택시를 쉐어해서 저렴하게 잘 갔다.



도착한 호스텔은 외관이 아주 깨끗했고, 내부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여러 명의 직원들이 리셉션에 있었고, 그중에 한 명이 나를 반겨주었다.

로비에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서 호스텔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매번 바뀌는 조식에 4시에는 간식 타임, 그리고 밖에 있는 자전거는 무료로 대여 가능하고 커피와 티는 항상 무제한으로 제공해준다.

얼리 체크인이 안되면 비어있는 침대를 제공해줘서 체크인 때까지 쉬게 해주는 이 호스텔은 호텔 부럽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일주일치 메뉴가 적혀있고,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이런 호스텔 난 본 적이 없다.
호스텔에서 먹었던 조식,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어서 더욱 더 맛있었던 조식.


저렴한 금액이지만 정말 게스트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호언장담할 수 있다. 괜히 아고다의 평점이 높은 게 아니고, 괜히 로비에 사람들로 가득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이 친절한 직원들 때문에 인레에서는 호스텔에서만 놀아도 즐거웠다.


저녁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다들 외투 하나씩 껴 입고 맥주를 들고 동그란 테이블에 모였다. 스페인, 독일, 필리핀, 미국, 한국, 프랑스 등 정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다 함께 모여서 시간을 보냈다. 여기에서 만난 친구 중 스페인 친구 A가 맥주를 참 좋아해 나도 대낮부터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정성스러운 조식을 먹고 인레호수 투어를 갔다. 인레 호수에 있는 수상가옥에 들러서 그들의 삶을 보는 것보다는 전통 시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드는 옷 등을 보는 게 다 였다. 그런 것에 흥미는 없어서 오히려 시끄러운 엔진 소리에 귀가 먹먹해지지만 호수 위를 쌩쌩 달리는 게 더 좋았다.

그렇게 끝까지 투어를 돌지 않고, 동행친구들과 합의해서 반나절만 보고 돌아와 호스텔에서 또 시간을 보냈다.


인레호수에서 만난 피셔맨, 셔터를 누르기만 해도 그냥 화보였어요 피셔맨!



호스텔 로비에서 한국 친구들을 만났다. 이 호스텔이 좋아서 다시 미얀마에 놀러 온 친구도 있었다. 이 친구들에게서 들은 이 호스텔은 놀라웠다.

 어려운 미얀마 현지인들을 호스텔 직원으로 고용하고, 세계 각국에서 호스텔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호스텔 일을 도와주는 친구들, 그 친구들에게 항상 어떠한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게스트들에게 좋을지 물어보는 호스텔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일렁거렸다.


여행 다니면서 더욱더 호스텔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돈보다는 사람을 더 생각하는 그 호스텔 사장님의 정성에 감동을 받았다.


항상 웃고 있는 호스텔 직원들,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호스텔, 직원들과 손님들의 끊임없는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

이곳은 그냥 하룻밤의 잠자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주는 손님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서비스를 주고 싶은 사장님과 직원들의 정성이 담긴 하룻밤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이 호스텔에서 만났던 친구들, 그리고 같은 날짜에 머물지는 않았지만 이 호스텔을 거쳐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항상 나오는 얘기가 있다. (인레에서 이 호스텔에서 안 머무른 친구들은 안 만난 적이 없다.)


-너는 인레에서 뭐가 가장 좋았어?

-인레? 음.. 당연한 거 아냐? 호스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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