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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ori Oct 19. 2021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 그리고, 안녕 미얀마!

동남아 배낭여행 - 미얀마


오후 5시, 호스텔 친구들 그리고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양곤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양곤에서 방콕 가는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나이트 버스를 탔다.

인레에서 양곤까지는 거의 12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나의 비행기는 아침 8시이니, 공항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남고도 남는다.


성격상 버스나 기차 비행기 시간은 아주 여러 번 살펴보고 가서 기다리더라도 미리 가서 앉아 있는 스타일이다. 내 인생에서 무언가를 놓쳐본 적은 없다.



야간 버스에서 이어폰을 꽂고 잠을 청하는데 버스가 자꾸 선다. 버스 문이 열릴 때마다 찬 공기가 새어 들어온다.

화장실에 서나? 아닌데, 버스에 문제가 생겼나? 창 밖을 바라보는데, 어떤 서양인 아주머니가 커다란 시가를 꺼내서 핀다고 차를 세웠다.

한 두 번이 아니다.

자꾸 버스가 서서 괜히 불안해서 구글맵과 도착 시간을 체크해봤는데, 새벽 4시에 도착하기로 예정된 버스인데, 아직도 양곤까지는 3시간이나 남았다.

안 되겠다 싶어서 기사님께 말을 걸었는데, 이런.. 영어를 못하신다.

이때부터 잠은 다 잤다. 계속 주시했지만, 또 버스는 멈춘다..


새벽 6시쯤 어딘가에서 멈추길래, 구글맵을 다시 확인해 봤다. 아직도 1시간이나 남은 것이다.

택시를 잡으려고, 정차한 곳에서 물어보니 $40이나 달라고 한다. 나는 돈 없는 여행 잔데 $40은 너무 큰돈이다.


안절부절못하고 있으니, 한 독일 친구와 아프리카 친구가 다가온다.


-무슨 일이야?

-나 8시 비행기 타야 하는데, 아무래도 못 탈 것 같아. 아까부터 자꾸 버스가 서서 기사님한테 말을 걸어도 영어를 못 하시는지 말을 못 했어.


이야기를 듣던 독일 친구가 자고 있는 젊은 현지인 친구를 깨운다. 상황을 설명해주니, 이 친구가 기사님께 가서 상황을 전달했다.

독일 친구가 같이 가서 같이 탄 우리는 괜찮으니 나를 공항에 먼저 데려다주라고 했다. (양곤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길에 공항이 있다.)

그러나 기사님은 그건 안되고, 그 근처에 내려주시겠다고 했다.

그래도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나에게 아프리카 친구가 말을 걸어온다.


-너 인스타그램 해?

-응

-우리 팔로우 하자! 나 사진 찍는 거 좋아해서 인스타그램에 사진 많이 올리거든

-응..? 그래 ( 이 상황에 무슨..)

-너 공항에 도착하거든 내가 편법을 하나 알려줄게.  원래 공항은 짐이 있으면 1시간 전에 게이트 닫는다고 하는데, 짐이 없으면 그냥 티켓을 주는 경우가 있어. 네 짐을 저기 던져놓고 티켓만 우선 받는 거야. 어때?

-그게 뭐야~~


자꾸 나를 진정시켜주려는 친구의 말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일부러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계속 말을 걸어준 덕에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때 버스가 섰다.

기사님이 소리를 뭐라고 큰 소리를 내셨는데, 아마도 내리라는 소리 같았다.

내리자마자 가방을 쏜살같이 빼고, 그 사이에 기사님은 택시 기사님을 섭외해주셨다. 차마 배낭은 메지 못하고 들고 택시로 달려 아니 뛰어들었다.

기사님도 엄청난 속도로 운전을 해서 공항까지 달려가 주셨다.


체크인 카운터는 1시간 전에 닿는데, 이미 7시 10분이다. 가지고 있는 돈을 다 기사님께 던지다시피 드리고 공항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세상에나 짐 검사를 해야 한단다. 내가 커다란 배낭을 안고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나 8시 비행기야!!


갑자기 직원이 내 짐을 검사기에 막 밀어 넣는다. 그리고는 가방을 다시 내 손에 안겨 주신다.


-녹에어 어디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알려주며 얼른 뛰라고 한다.

다행히 미얀마의 공휴일이라 공항에 사람들이 많아서 체크인 카운터가 일찍 닫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체크인을 하니, 체크인 카운터 직원들이 웃으며 이제 세이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었다.


다행히 내 인생에 비행기를 놓쳤던 경험은 아직 한 번도 없다.


비행기를 놓칠 뻔했던 경험은 있지만, 이 일은 정말 잊지 못할 순간 중에 하나였다.

티켓을 받고 입국 수속까지 마치고 나서 인스타그램으로 아프리카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헤이!!!!! 나 거의 비행기 놓칠 뻔했지만 다행히 놓치지 않았어

-다행이다! 터미널 가기 전에 멈춰서 정말 다행이야. 조심해서 여행하고, 싱가포르에서 볼 수 있으면 보자.

-응. 고마워 :)


사연이 많은 비행기 티켓이라 사진 찍어놨다. 감사해요 녹에어! 카운터를 15분이나 더 열어줘서




비행기를 타고 창 밖을 내다봤다.

'나 정말 이제 미얀마 떠나는구나.'

계획에도 없던 미얀마, 이곳에 오기 전에 나는 기대는 없고 긴장만 가득했다.


햇살보다 아름답고 수줍은 미얀마 사람들, 가슴을 웅장하게 하는 파고다, 정성이 가득했던 호스텔에서의 추억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서 미얀마에서의 나는 항상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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