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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ori Oct 25. 2021

코끼리를 타본 적 있나요?

동남아 배낭여행 - 태국, 아유타야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한 잔 탔다. 커피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맛이 영 별로다. 숙소 앞 세븐일레븐에 가서 커피 한 잔 사들고 로비에 앉아서 친구 A를 기다렸다. 약속시간까지는 아직 40분 정도 남았다. 핸드폰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문이 열린다.

-끼익

배낭을 멘 한 남자가 들어온다. 로비로 들어가길래 그런가 보다 하고 이어폰 꽂고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이 향했다.

한참을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언제 왔는지 내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그 남자애가 말을 건다.


-나 이거 써도 돼?

-응 그래


어색하게 다시 휴대폰을 보려는데 말을 걸길래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친구의 이름은 P.

치앙마이 코끼리 국립공원에서 봉사를 하고 새벽에 방콕에 도착해 미얀마에서 만나 친해진 스페인 친구의 추천으로 이 호스텔로 왔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미얀마 호스텔 이름을 물어보니, 내가 제일 좋아했던 그 호스텔이었다.

맞다.

P는 A의 친구였다. A가 추천해줘서 온 숙소라고 하길래, 그 숙소 내가 추천해준 거라고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다.

그렇게 P와 A가 올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코끼리 국립공원에서 돈을 지불하면서 봉사를 했다고 했다. 벌목 및 관광 산업에서 구조된 코끼리들을 구조해서 보호하는 곳이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태국에 방문해서 코끼리 쇼, 코끼리 타기 체험 등을 한다. 코끼리가 물감으로 그림도 그리고, 연기도 하고, 만화 속에서만 보던 커다란 코끼리를 직접 탈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코끼리들이 길들여졌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나도 알지 못했다.

야생 코끼리의 수명이 약 60~70세니 사람과 비슷하다.

생후 2년도 채 안된 아기 코끼리를 어미 코끼리와 떼어내고 거의 움직이지도 못할 작은 우리에 넣고 야생성을 말살시킨다는 명목으로 찌르고 학대하고 고문을 한다. 말을 들을 때까지 말이다.


코끼리를 훈련하기 위해 길들이는 과정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저렇게 인간이 잔인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베트남 퐁냐에서 나는 트립어드바이저에 올라와 있는 버팔로를 탈 수 있는 체험코스의 후기가 너무 좋아서, 오토바이를 타고 진흙길을 넘고 넘어갔다. 베트남 시골 가족이 키우는 버팔로를 타고 5분 동안 버팔로 위에서 사진도 찍고 논을 걸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SNS에 올리고, 여행하다 만난 친구들에게 심지어 추천도 해줬다. 색다른 경험이니 한 번 체험해보라고.


정말 무지했다.


그 주인이 버팔로를 학대하거나 잔인하게 길들였는지는 알지 못한다. 사랑으로 키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원래 버팔로를 타고 다녔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버팔로를 타야 할 이유가 없었다.




손잡이가 달려 있던 신기한 기차


시간이 돼서 우리는 아유타야로 가는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는 더럽지도 그렇다고 깨끗하지도 않다. 좌석은 따로 배정이 되어 있지 않아서 그냥 남는 자리에 앉으면 된다.

형형색색의 널려 있는 빨래조차도 매력 있던 방콕의 시외를 넘어서 달리고 달려 도착한 아유타야.


방콕 시내를 벗어나면서 보이던 풍경들, 빨래가 귀엽다 내 눈엔


많은 사람들이 아유타야에 내렸다. 다들 같은 목적지를 향해서 자전거를 타고, 또 걷고, 누군가는 스쿠터를 타고 사원으로 향했다.

우리도 스쿠터를 빌려서 사원을 구경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는 건 자연이 만들어낸 아니 사람들이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신기한 장면들


나무가 먼저 생겼을까 아니면 저 부처님의 머리가 먼저 저기에 자리를 잡고 있었을까?


저 나무 안에 있는 부처님 머리상은 누가 어떻게 만들어 놓은 걸까?

부처님 상을 타고 나무가 자란 것일까 아니면 자라나는 나무 사이에 누군가 저 불상을 가져다 놓은 것일까?


불교국가인 태국에서 사원, 불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유타야는 많은 사원들이 있고, 또 규모가 큰 부처님 상도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아유타야 사원을 둘러보면 머리가 없는 부처님 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옛날 전쟁 때, 불교국가인 태국 사람들을 좌절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머리상을 다 잘라놓았었다.

지금도 사원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드리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그 옛날에도 지금도 태국 사람들에게 종교는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목이 잘려나간 부처님상과 제대로 보존이 된 불상
아유타유를 둘러보면서 아유타야 라는 의미가 사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았던 사원들


오전에까지만 해도 나는 코끼리 라이딩에 관심이 없었다.


사원에 가는 길에 커다란 코끼리가 도로를 점령하고 걸어가고 있다. 그 위에는 붉고 금장으로 장식된 천위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악습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코끼리 위에 앉아 있는 저 사람들은 어제의 나처럼 코끼리가 어떻게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앉아 있을 수도 있다.


내 글을 보는 사람들 중에 이미 코끼리 타기에 대한 악습을 알고 있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어린 코끼리들이 부모님과 강제적으로 떨어져 정신을 잃을 때까지 본인이 왜 이러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을 놓이지 않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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