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tori Aug 07. 2024

다양한 색 속에 살고 있는 우리

동남아 배낭여행 - 태국, 코창(3)


섬 투어를 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수영복에 반바지만 걸치고 나섰다. 아무리 이른 아침이라고 해도 장사하는 상인들은 있을법한데도 론리 비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거리가 한산하다.

북적거리는 거리나 한산한 거리나 구경거리는 거기서 거기일 텐데도 한산한 거리를 구경하는 건 왠지 심심하다.  지프차가 올 때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그냥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찰나, 저기 작은 가게에 현지인들이 줄지어 밀가루튀김을 사간다. 

배도 안 고픈데 괜히 나도 쭈뼛쭈뼛 줄을 서고 하나 샀다.

특별할 거 없는 밀가루 튀긴 거 (요우티아오처럼 국물에 찍어먹는 튀김 같았다)에 연유를 주는데, 왜 이렇게 맛있는 건지. 역시 건강하지 않은 건 맛이 좋다.

연유에 풍덩 담가서 밀가루 튀김을 먹고 있는데 저 멀리 나를 태울 지프차가 온다.



삼삼오오 앉아있는 커플, 가족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지프에서 내려 배로 가는데 양쪽에 늘어선 바다색이 벌써 아름답다.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엔진 소리에 맞춰 배 난간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내려다본 바다색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색을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한참을 바다색을 표현하기 위해서 머릿속으로 곱씹고 있는 와중에도 시시각각 바다의 색은 바뀌었다.

넘실거리는 물결은 하늘색에 반사되어, 해가 비추는 방향에 따라서 쉴 새 없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여러 포인트에 멈춰서 스노클링을 하기를 여러 번, 어느 섬 근처에 배를 세우더니 저쪽에서 분주함에  바삐 움직이는 모습에 궁금해 다가가 보았다.

갑자기 ‘펑!’ 하더니 커다란 미끄럼틀이 설치가 된다. 

너나 할 것 없이 미끄럼틀에 줄을 섰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갈 때, 안전직원들이 파란 바가지에 비누거품이 가득한 물을 함께 시원하게 뿌려준다.

안 그래도 빠른 미끄럼틀에 가속도가 붙어 시원하게 미끄러져 바다로 다이빙을 한다. (날아간다 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물에 시원하게 빠지고 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얼굴에 웃음이 넘쳐난다.


미끄럼틀 배를 처음 봤을 땐 놀람 그리고 처음 탔을 땐 너무 짜릿한 흥분감을 잊을 수 없다

모두가 즐거웠던 투어가 끝나고, 오후가 되어 섬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마치고 거리로 나왔다. 혼자 다니는 모든 여행자들이 같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일몰을 보러 나온다. 

매일 지는 해를 보러 왜 가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매일이 다른 모습이다. (여행 초반 나 역시도 일출이나 일몰을 따로 보러 다니는 건 상상도 못 했다. 그냥 해가 뜨는구나 지는구나였을 뿐. 아, 해가 뜨는 건 자주 보지 못했다.)

구름이 잔뜩 끼는 날은 일몰을 볼 수 없다. 또 어느 날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해가 하늘을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배스킨라빈스의 코튼캔디 같은 핑크빛이지만 또 연보랏빛이 핑 도는 일몰을 볼 때는 괜히 내 마음까지 간질거린다.


이렇게 크고 동그란 해를 볼 때면 내가 영화 속에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행 전의 삶의 나는 눈뜨면 회사 갈 준비를 하고 땀을 줄줄 흘리며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자리가 나면 얼른 앉아서 눈을 질끈 감고 도착지까지 간다. 휩쓸리듯 계단을 올라 사무실에 도착해서 점심시간만을 기다리다 점심을 먹고 또 퇴근시간을 기다리다 집으로 향한다.

매일이 똑같이 반복되는 변함없는 일상이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매일 다양한 색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저 하늘을 올려다볼,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을 뿐이다.

이 여행이 끝나고 난 뒤에도 매번 일몰 스팟을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해가 질 무렵 하늘을 한 번씩 올려다본다. 

그럼 오늘의 내 하루가 여행자로 마무리되는 기분이 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늘색


매거진의 이전글 마마 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