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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Nov 29. 2018

274 『모데라토 칸타빌레』 - 마르그리트 뒤라스

정희경 옮김, 문학과지성사, 문지 스펙트럼


⭐⭐⭐⚡
p97
그 사내의 감긴 눈꺼풀 위에는 바람만이 머물고, 만질 수는 없지만 강렬한 목련꽃 향기가 바람에 실려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져간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이 소설이 비워놓은 공간, 결국 헤어지는 안(Anne)과 쇼뱅의 관계의 결과가 설명하거나 답하지 못하는 과정의 잔향을 뒤쫓게 만든다.

p112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쇼뱅이 말했다.
"그대로 되었어요." 안 데바레드가 말했다.

이 책의 제목처럼, 피아노 레슨에서 그 제목을 말하지 않거나 말하지 못하는 안의 아들의 심정처럼.

p64
"보통 빠르기로 노래하듯이."

모데라토 칸타빌레, 보통의 빠르기와 노래가 어떻게 모두에게 하나의 기준으로 가능하련가. 

밀려왔다 사라져가는 어떤 감정, 그건 오롯이 나만의 경험이며 긴장이다. 격정의 연애 끝에 썼다는 이 소설이 내게는 아직 건조하게만 느껴지는 것이 작가가 비워뒀다는 미지의 영역이 반증하는 나의 실존일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갈수록 예민해진다. 비워둔 영역으로 나를 들춰내고 비추는 반증의 과정은 사실 나를 날카롭게 일어서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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