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글이든 써보자(8월). 내보여도 보자(11월).
일단은 다짐을 적어보았습니다.
무슨 글이든 써보자.
아주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쓰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에 밀려, 현실에 치여, 게으르고 싶은 스스로에게 잡혀,
글을 쓴 적이 없었습니다.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만 되돌아보면 일기가 되었든 블로그가 되었든 그냥 버린 낙서가 되었든 글을 쓰지 않은 날은 없었네요.
글로 써보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엄마와 단 둘이 다녀온 유럽 여행기도, 제주에서 놀 듯이 살다 온 두 달간의 여행 같던 생활기도, 소설이 될지 에세이가 될지 그냥 글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이야기들이 참 많더라고요.
무슨 이야기든 일단 시작을 해보려 합니다.
운이 좋아 많은 분들이 읽게 되고 책이라도 나온다면 제 인생의 꿈이 이루어지는 거겠지요.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이 기쁠 테지요.
그렇지만 사실은, 아주 적은 사람만 읽게 되어도 좋습니다. 저 혼자만 읽어도 좋습니다. 어쨌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습니다.
어쩐지 거짓말 같은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보며, 다짐합니다. 무슨 글이든 써보자.
여태 작가의 서랍에 담겨만 있던 8월의 다짐이자 내 첫 브런치 글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글을 공개하는 걸 꺼렸다.
심지어 위에 언급된 엄마와 다녀온 유럽 여행기는 아주 잠깐 나왔다가, 다시 서랍으로 들어갔다. 아주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지만 그건 어느 정도 더 쓴 다음에 공개할 예정.
그렇지만 얼마 전부터 역시 글을 꺼내놓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고, 오늘은 뭔가를 발행해보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
글을 써서 칭찬을 받았던 건 학생 시절 백일장 같은 때였지만 사실 글을 써서 내놓아서 좋았던 기억은 2000년대 초반, 어느 작은 블로그 커뮤니티를 쓸 때였다.
나는 그냥 아무 생각이나 내 이야기를 종종 적었고 몇 안 되는 이웃들이 들러 읽고 반응을 하곤 했다. 물론 나도 그들의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가서 읽고 반응했고 그 작지만 끈끈한 소소한 관계들이 참 좋았다.
글을 공개하기 꺼렸던 이유 중 하나는, 그 작은 블로그의 운영이 위태해져서 좀 더 큰 블로그로 옮겨보려다가 공격적인 반응을 두어 번 받았던 거였다.
한 번은 정말 그냥 말도 안 되는 인신공격이었고, 두 번째는 '번역투가 심하다, 이런 글을 쓸 거면 너나 잘하라'는 이야기였다.
내 글이 자주 번역투가 되는 걸 알지만 나는 그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데다가 싫지도 않다. 번역된 책을 많이 읽은 탓도 있겠고 영어를 좀 해서 가끔 문장 자체가 영어로 생각나면 그걸 바꿔 쓰는 탓도 있을 거다.
물론 연구를 하고 체계적으로 배워서 완전한 문장을 쓸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이 글들은 그런 목적이 아니다. 8월엔 꿈도 크게도 언젠가 책도 낼 수 있다면... 같은 소릴 했지만, 그건 그냥 '로또 1등!'같은 거지.
여기 올라올 글은 그때의 작은 블로그 커뮤니티에서처럼, 가끔은 '싸이에 쓰고 포도알이나 받으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 같은, 일기에 가까운 내 생각들일 거다. 주로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 흘러갈 거다.
그래서 묶을 매거진 제목도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 글 대잔치'로 정한 거고.
사실 매거진 주소는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나 아무 글 대잔치(anywriting feast) 같은 걸 하고 싶었는데, 둘 다 글자 수가 많아서 잘렸다.
그래서 any writing까지만. '무슨 글이라도 써보자'던 8월의 다짐과도 어울리는 것 같고.
어쨌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의식의 흐름', 그리고 '아무 글'이다.
그리고 이제, 뭐라도 내보내야지. 뭐, 하다못해 미래의 나라도 읽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