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기가 시작된 걸까?

by 래연





이젠 우기가 시작된 걸까?

6. 28.


지난 다섯 달, 매일같이 모리를 먹이고 돌보는 일에는 일정 정도의 스트레스와 리듬이 섞여 있었다. 그 일정한 힘듦이 나를 잡아두었던 면도 있다.

그날들이 다 지나가고, 이윽고 모리가 떠나가고서 일주일이 지났다.


살면서 보통은 나의 변화를 스스로 눈치채지 못해 방치하곤 했었다. 그런데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니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면증이 재발한 듯 아침까지 잠이 오지 않아, 이전에 먹고 남겨두었던 항불안제를 꺼내 먹고 잠들기를 지난 일주일 사이에 세 번. 무언가가 심장을 누르는듯한 상태가 계속되는가 하면, 간헐적으로 공포심이 일곤 했다. 가만 있다 공격받을 것 같고 무언가가 나를 죽을 때까지 괴롭힐 것 같은, 몸이 떨리기도 하면서...


작년부터는 좀 나아져서 그래도 평온해졌다고 믿었던, 마음의 지층 아래 힘든 상념들이 역류하며 진해지기도 했다. 이런 마음의 움직임은, 차라리 가족이 없느니만 못한 나 같은 사람에게 고양이들은 어떤 존재였던가? 라는 물음표하고도 맞물려 있다.

공황 상태다. 하지만 다시 신경정신과에 가서 약을 타 먹고 싶지는 않다.

예전에 좀 많이 사둔 감식초병들을 보다가, 식초가 혹시 신경 안정 효과가 있지나 않을까 생각이 들어 검색을 해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스트레스를 케어해 준다는 보조제의 존재를 알게 되어 일단은 주문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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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요일.

모리가 간 지 일주일이 지나 같은 날이 되자, 마음이 역류했다. 모리가 앉아 있던 자리, 마지막으로 쓰러져 있던 자리를 보며 눈물이 났다.

모리가 갓 숨을 거두었던 시점 이후 어제 제일 많이 울었다. 베란다 해먹 속에 누워 울다가 살짝 잠들기도 했다.


그러다 깨어나자, 이전에 살던 동네에 다시 가 걷고 싶어졌다. 떠나간 모든 고양이까지 네 마리 모두와 함께 지내던 시절,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에 살던 곳. 내 삶의 가운데 토막 같은 구간을 보내던 곳.

여기서 걸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이다. 겨우 한 정거장 거리의.



나서자 얼마 안 되어 머리 위로 한 방울 뚝, 몇 걸음 걷자 또 한 방울 뚝, 이러던 빗방울이, 시장을 통과할 무렵에는 어느 정도 몸을 가격했다,

그 동네로 가는 골목, 두 마리의 매 동상이 세워진 공원을 지날 때는 꽤 내리게 되었다. 가방 속에 우산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작고 가벼운 휴대용 우양산에 불과했다.

예전 살던 집터엔 이제 힐스테이트가 들어서 있다. 예전 살 땐 귀가 때마다 2층 창문에 내 고양이 로리가 앉아 있곤 했었다.

아직도 옛날 집 맞은편의 방앗간은 건재하다!



곧 비가 거세어졌다.

이 방앗간 오른편 골목을 따라 돌아가는 사이, 비는 형언할 수 없는 폭포가 되었다. 급기야,

막아줄 지붕이 있는 주차장으로 기어들어 갔다. 내가 다시 걸을 수 있을 만큼 비가 옅어질 때까지 거기 머물렀다.

머무는 동안,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이 제목은 참 잘 지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어제의 운동화를 말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