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 카페의 즐겨 앉던 커피 로스팅 기계 옆. 샤를르빌 버전 '다이소'에서 2유로에 산 무지갯빛 노트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몇 번을 풀러가며 공들여 떴던 저 모자는 몇 번 빨자 이상하게 줄어들어 거의 쓰지 않지만, 버리지 않는다.
이 책은 10년 전에 쓰였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몰랐다.
이 글들이 10년 뒤의 나에게 타임캡슐처럼 다시 도착할 줄은.
오늘, 그 책을 다시 펼쳤다.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남긴 편지를 받는 기분이다.
글이란 결국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타임캡슐인지도.
《양들의 친목》, 그때 아주 보통의 하루가 남긴 선물상자는
10년 만에 다시 열어본 나의 시간상자가 되었다.
어떤 글은 쓴 그 순간보다 훨씬 더 나중에 진짜 말을 건넨다.
그땐 그저 이 문장들이, 그때의 '오늘의 하루'를 통과할 수 있게 해주기를 바라며 썼다.
하지만 지금, 그 문장은 '지금 여기의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10년 전의 나로부터,
이건 작은 불멸이다.
여러분은 10년 전, 어떤 말을 써두셨나요?
혹은 지금, 10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의도한 것은 아닌데, 이 책은 세상에 나온 시기의 자연의 빛깔을 담고 있다.
'양들의 친목'을 검색하면, 늘 양 갈비 집만 즐비하게 나와서 제목을 다른 걸로 하려고도 했었다.
게다가 주변의 누군가는, '양들의 침묵'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우선 겹쳐 떠오르기 때문에
좋은 제목이 아니라고도 했었다.
그러나 처음 생각난 것에 머무는 정이란 똑 떼어내기 힘든 법이라,
설령 제목 때문에 책이 덜 팔리더라도를 감수하고 원래의 제목으로 고정했다.
아무튼, 오늘도 양 갈비만 검색되겠지? 하고 검색어 넣었다가
웬걸, 새벽별 님의 리뷰 발견!
스타트를 끊어주셨다.
읽고 있으면, 어딘가 램 카페처럼 아늑해지는
초록 초록한 리뷰, 감사합니다!
양들의 친목, 하래연 작가 카페 산문집, 청신.. : 네이버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