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진실 사이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탈중앙화와 익명화로부터 출발했다.
맘에 안 들지만 그나마 있던 중앙(정부, 은행 등)이 없으니 서로(노드)가 서로(노드)를 불신하는 시스템이다.
A는 이전에는 중앙에서 정보를 받았지만 이제는 A와 연결된 피어, B와 C 피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B와 C의 정보로 판단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위험하다. 그래서 모두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정보 분산이 아니라 일의 반복이다.
모두가 다 같은 일을 하는 지구 상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회사에서 김대리에게 프로젝트를 시키고 김대리를 못 믿어 박 대리, 최대리, 정 과장 등 직원 모두에게 같은 일을 반복시키는 것이다.
그럼 이런 비효율적인 일을 왜 할까? 대부분의 일은 블록체인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채굴하려면 전기도 많이 쓰고 성능 좋은 컴퓨터도 있어야 하고..)
비효율적이지만 블록체인이 필요한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과다한 비효율을 감담하더라도 가치가 있는 분야가 있다. 중고차 이력관리, 환자정보 이력관리 등 다양하다. 공유해서 위변조 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좋은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목적성이다. 블록체인은 왜라는 목적성을 해결하는 기술이다. 목적성이 없으면 블록체인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 사업 검토를 하다 보면 모두 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 그럴듯하게 쓰지만 90% 이상은 왜 블록체인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못한다. 비행기의 바퀴와 자동차의 바퀴가 비슷하다고 해서 비행기와 자동차가 같다고 할 수 없다. 그들은 서로 다른 속성과 목적성을 가진다.
블록체인은 초창기 A 계좌에서 B계좌로 이체할 때 나의 개인정보(이름, 계좌번호 등)가 노출되는 것에 대해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개발되었다. 익명성이다.
지금은 블록 하나 생성하는데 십 분이 걸린다. 시간이 갈수록 블록 생성, 채굴하기 어렵다. 이전보다 노력과 시간과 돈이 갈수록 많이 투여된다.
이경우 우리는 채굴자에게 이전과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하는가?
모든 노드가 정보를 똑같이 공유한다. 민감한 군사정보를 블록체인화하자고 모 국회의원이 주장했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 말은 군사정보를 모두에게 오픈하겠다는 말과 같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도 "디지털화"로 하면 될 말을 블록체인으로 말한 듯 쉽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라고 하지만 설계하는 사람, 지분 증명에서 블록이 생성될 때마다 새로운 리더가 나오듯이 또 다른 권력자가 있는 구조이다. 컴퓨터가 난수를 발생할 수 없듯이 잘 짜인 블록체인은 보안도구가 아니라 사고가 난 후에 모두 확인할 수 있는 탐지 도구이다. 그리고 앞으로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 차츰 중앙화를 선호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결국은 어디에 활용될 것인가? 본인만의 정의가 있어야 하며 왜 필요한가? 무엇에 대한 문제 해결인가? 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가치는 리스크 레버리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비용대비 도입을 결정해야 함은 물론이다.
* 블록체인에 미들맨은 없다??
중재를 하지 않을 뿐 중개(릴레이)는 존재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보상체계, 지불방법을 정교하게 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탈중앙화란 용어에 현혹되지 말자. 커다란 정부나 기관이 없을 뿐 또 다른 빅브러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