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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doseeker Jul 28. 2022

이별의 다른 말

전시



요시토모 나라가 40대 시절 쓴 자전적 에세이 <작은 별 통신>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전시 준비가 끝나는 순간, 내 안에서는 그 전시회가 막을 내린다. 오프닝 날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개인전의 첫날 아침, 그리고 늦은 밤 떠들썩했던 오프닝을 뒤로하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 문장을 떠올렸다. 나 홀로 주인공인 전시를 열 때마다 그 규모가 크건, 작건 늘 요시토모의 그 짧은 고백을 생각한다. 내게 있어 모든 직업적 행복과 환희와 절정은 오롯이 나 홀로 모든 과정을 마주하는 작업실에 머물러 있을 뿐일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막상 전시를 열고 나면 어김없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기분은, 어쩌면 마치 애인을 빼앗기는 듯한 질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전시회란 내게 있어 결국 이별의 다른 표현이기에. 그럼에도 그 이별이 있기에 수많은 새로운 만남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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