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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롱 Aug 27. 2019

자취와 요리, 로망과 현실

자취 9개월 차, 자취초보의 일기



첫 자취를 시작하게 되면서 나는 내가 자취요리의 대가가 될 줄 알았다. 그 예상은 처참히 무너졌고, 난 맛있는 음식 자체를 좋아한 것이지, 요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가 차려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만드는 것은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1) 자취에 드는 초기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든다. 
 

특히 자취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어렵고 시작할 때 첫 돈이 많이 든다. 일단 첫 자취를 시작하고 알게 된 점은, “집에 없는게 왜 이렇게 많아” 였다. 아니 소금, 설탕, 이정도만 있으면 집 아닐까? 라고 생각했던 게 오산이었다. 우리 집에는 케찹도, 마요네즈도, 간장도, 식초도, 베이킹 소다도 그냥 집에 당연히 준비되어있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누군가 마트에서 다 사왔던 것들이었다. 조리 도구도 집에는 당연히 있던 것들이 자취방에는 없었다. 모든지 다 새로 살 것들 투성이었다.





2) 자취요리를 할때는 준비할 것이 아주-! 많다

자취 요리를 할 때, 또 한번 깨달은 것은 재료손질만 해도 한바가지라는 것이다. 난 감자껍질을 벗기고 나면 그렇게 많은 양의 껍질이 나오는데 고작 감자는 한 알뿐이라는 사실에 매우 분개하곤 했다. 치울건 너무 많은데! 포도는 왜 껍질이 달린채 나오는가. 자취하고 포도를 끊었다(?) 음식 하나 먹기 위해서는 부산물들이 너무 많았다. 또한 그럴듯한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사와야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예를 들어 된장찌개만 하더라해도, 두부, 애호박, 감자 벌써 필수적으로 들어가야할 재료가 3개다.(된장 제외)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다 사야했다. (세상에) 게다가 1인 가구 특성상 한번 많이 사면, 기간 내에 먹으려면 같은 메뉴만 주구장창 먹거나 혹은 냉장고에서 썩어가야했다. 요즘 그래도 껍질도 다 벗겨서 나오는 것들, 그리고 소량만 분배해서 나오는 것들이 많아지는 추세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런것들은 가격이 비쌌다. 




3) 내 요리 실력은 생각보다 형편없음을 알게된다

내 요리실력은 생각보다 형편없다(..) 또한 인덕션은 생각보다 다루기가 어려운 놈이라서, 금방 뜨거워지는데 잘 안식어서 첫 요리를 망치기에는 딱 좋았다(?) 그리고 어렵게 어렵게 만든 요리라 해도, 당연히 쉐프가 아니기에 내가 한 요리는 자극적인 외식에 비해서 밍밍했다. 물론 내 요리라서 그럭저럭 먹었지만(식당에서 이 퀄리티였다면 다시는 그 집에 발길을 돌리지 않았겠지만) 이 고생을 하느니 그냥 돈을 더 벌어서 맛난 요리를 먹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다. 




4) 그래도 해먹는 요리는 돈이 은근 절약된다

자취 요리는 생각보다 많은 돈을 절약할 수도 있다.(어느정도, 초반 준비가 잘 구비가 된다는 전제하에) 집에서 해먹는다는 것은 외식에 비해서 손이 아주 많이 가고, 그리고 뒷정리까지 해야하는 귀찮음이 존재하지만, 여러 번 해먹을 수 있어서 돈이 굉장히 절약 된다. 게다가 하나의 재료로 하나의 요리만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특히 계란의 경우, 무궁무진하다) 여러가지로 돌려쓰기가 가능하여 돈이 꽤 절약된다. 자취와 요리를 함께하면, 편의점 소비가 확실히 줄어든다. 기숙사 생활할때는 걸핏하면 편의점에 가기 일쑤 여서 편의점 알바생 만나기 조차 민망할 지경(?)으로 편의점을 자주 이용했지만, 자취를 하고나서는 집에 있는 것을 어떻게서든 꾸역꾸역 먹어치우거나(아니면 썩거나 다 버려야하기 때문), 애초에 집에 밥이 존재하기 때문에 편의점 갈일이 많이 줄었다. 



총평


총평 : 자취와 요리를 병행하면서 느꼈던 점은 

1) 평생 주부는 못해먹겠다. (하루종일 집안일에 갇혀 살 자신따윈 없어)

2) 엄마는 위대하다 (엄마 미안하고 사랑해) 

3)남이 해준 요리가 제일 맛있다. (괜히 쉐프라는 직업이 있는게 아냐)

4)요리해서 먹으면 생각보다 엄청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8개월 좀 더 이상 자취를 하면서 지금까지 배달음식 시켜먹은 횟수는 2회밖에 되지 않고, 그마저 1회는 친구가 우리집에 올 때 짜장면을 시켜먹은게 전부이며, 나머지 1회는 너무 아파서 손 까딱 할수 없어서 시킨게 전부다. 물론 많은 시간동안 내가 늘 집밥만 해먹은 건 아니고, 당연히 외식도 많이 했지만, 혼자 자취를 시작하게 되면서 나에게 한가지 약속한건 무분별하게 배달음식의 노예가 되지 않을 것(자취하고 배달앱을 일부러 설치하지 않는다), 라면만 주구장창 먹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는 듯하다. 아직까지 초보 자취생에 불과하지만, 나름 인터넷에 나온 쉬울법한 요리들을 전부 도전해봤고(많이 실패도 했지만^^), 지금은 적어도 김치찌개, 된장찌개, 떡볶이, 미역국, 카레, 파스타 등의 간단한 요리 정도는 손쉽게 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래는 밥도 할 줄 모르는 인간이었던 걸 감안하면 대단한 발전이다) 



2019년에 시작한 첫 자취는 녹록치는 않았지만 그렇게 난 또 새로운 세계를 열게 되었다. 처음 자취를 했을 땐, 룸메마저 없는 자유도 좋았지만, 때론 외로운 순간들도 많았고, 늦은 밤 집에 들어올 때 골목길은 언제나 움츠러든채, 긴장 바짝하고 들어왔다(아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요리에 실패도 해보고, 집 안에 벌레와의 사투도 벌여보고(..) 집 청소를 일주일간 미루다가 엄청나게 후회도 해보면서, 나름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 자취에 대해서 묻는다면, 꼭 해봤으면 하는 경험임에는 분명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생각보다 배울 수 있는 점들이 많으며,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당연한 명제를, 몸소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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