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시사항 파헤치기 - 2) 특, 상, 보통 등급
등급은 고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쌀 포장지에도 반드시 표시하게끔 표시 사항 규정이 있으나 등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만 해도 쌀을 살 때 특 등급이면 제일 좋은 거겠다고 생각하거나 보통 등급이면 좋은 건 아니지만 대충 먹을만한 게 아닐까 했던 것 같다.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 채.
쌀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위와 같다. 쌀 외의 싸라기와 기타 이물, 도정을 하면서 손상되는 쌀의 비율을 따져 등급을 선정한다. 완전미 비율이 94% 이상의 경우 특 등급으로 표기되며, 상 등급은 약 85%, 보통 등급은 65% 정도 선이다. (완전미 비율이 96% 이상인 경우, '특' 외에도 '완전미'로 표기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완전미는 품종 고유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는 완전한 미(米)이다. 즉, 외부의 힘 혹은 열에 의해 손상된 쌀은 고른 밥 맛을 내기 힘들다. 품종이 가진 고유의 맛을 저해한다고 보면 된다. 쉽게 말하면 꼬들한 밥이 좋아 밥 물을 적게 잡아 밥을 해도 완전미 비율이 떨어진 쌀로 밥을 짓는다면 꼬들한 쌀알들 사이로 깨어진 작은 쌀들이 푹 익은 채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의도했던 밥맛을 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마트에 가서 먹고 싶은 품종의 특 등급 쌀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재배해서 도정해 포장할 당시에는 '특' 등급의 쌀 마트에서 팔리는 순간에는 유통 과정과 판매 보관 과정에서 '상' 혹은 '보통'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속에 걸리거나 표시 사항 기재 불법 적발로 과태료를 무는 농부들이 불안해서라도 특 등급 쌀을 재배해놓고 상 혹은 보통으로 표시해 판매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유식을 하는 아이가 있거나, 성장기 청소년을 자녀로 둔 엄마들은 안다. 어떤 쌀이 좋은 쌀인지. 그래서 가능하면 따져 골라 쌀을 산다. 좋은 쌀, 맛있는 쌀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표시 사항은 최소한의 거름망 정도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 간에는 등급 검사를 하지 않고 미검사로 표기하여 판매할 수가 있었다. 위에 말했던 '괜한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많은 농부들이 미검사로 표기해서 판매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품질 고급화를 위해 정확한 등급 표시를 강조하고 표시 사항 규제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사실 유통 과정이나 판매 환경을 변화하고자 하는 대안은 없다. 또, 농부들에게 짐을 지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답답한 일이다.
현식이의 호기심
유통과 판매 환경을 변화해주면 한 해동안 정성스럽게 재배한 특 등급의 쌀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등급보다 중요한 건 어쩌면, 등급을 유지하는 것.
현대 생활식서 by 현식이
단순히 살기 위해 먹는 시대에서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식(食)'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식(食)'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잘 먹기 위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가볍게 때론 진지하게 고민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