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란
경력이 어느 정도 쌓였고 칭찬과 인정도 받았고, 조언을 구하는 이도 많았다. 일을 하면서 고객사와 협력사의 관계도 좋았다. 하지만 조직은 답답했고, 원하지 않는 일도 많이 해야 했다. 조직이 나를 평생 지켜주지 안(못)을 것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일하고 싶을 때까지 일을 하는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팀원 2명의 인건비와 유지비, 그리고 외주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약 1년 정도 유지할 수 있는 예산이었다.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해볼까? 그리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휴식을 넉넉히 갖자고 생각했다. 프로젝트를 무사히 수행하고 1년 여정도 휴식을 가졌다.
다시 에너지가 채워져 이제 진짜 내 회사를 해보기로 했다. 주변에서는 대단하다며 응원해주었다. 고객사의 담당자들도 밀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고객사의 내부 시스템이 바뀌니 나처럼 작은 회사를, 나의 경력을 아는 상태에서도 회사와 회사라는 조건을 채우지 못하니 마음은 가득하지만 나를 도와줄 수가 없었다.
안 해보던 경쟁 PT를 해야 했다.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면서 발표를 하고 운이 좋게도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경쟁 PT는 나에게 맞지 않았다. 지금에서 보니 그 당시 나는 그것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였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나는 잘하는 부분에 에너지를 쏟겠다며 이전에 알던 사람들에게 소문을 냈다.
'회사를 차렸으니... 일 좀 주세요.'
안테나를 늘 세우고 다녔다. 초기에 그 노력으로 저절로 일이 들어왔다. 그렇게 1년을 버티고, 또 1년을 버티고...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용을 버느라 늘 바빴다. 막연하게 이렇게 해서 내가 몇 년을 버틸까...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문제를 정의하기가 어려웠다. 주변에서는 모두 이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주변 지인들은 회사가 망하지 않고.. 빚이 없는 것, 프로젝트 단가를 낮추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를 하고 있는 것들을 지켜보며 대단하다고 했다. 특히나 단가를 낮추지 않고 버티는 것은 여전히 경쟁력 있다는 반증이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대안을 찾을 동안의 대체품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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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경쟁력이 낮아졌고 재정이 어려워져셔야 내 문제가 정의되었다.
사업은 지속성장을 하면서 생존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속했던 조직에서 아주 작은 조각으로 떨어져서 경력을 이어나가는 것뿐이었다. 바위가 쪼개져 돌멩이가 되고 그 돌멩이가 가루가 되고 먼지가 되면 사라지는 것처럼.
그와 정반대로 작은 회사는 '먼지' 상태에서 에너지를 모아 서둘러 '가루'를 만들어 돌멩이가 되어야 그나마 형태를 보이는 '바위'가 될 수 있었다. 그래야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조차 못했다. 그냥 경력의 연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