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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Nov 03. 2022

이곳은 어떤 위험이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태원 참사로 숨진 고인들과 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그들의 잘못이 아닌 우리 사회의 잘못입니다. 이와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래의 글을 적습니다.  

   

지난 일요일 아침입니다. 문자 벨이 울렸습니다. 교육청에서 보내온 문자였습니다. 주요 내용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참여한 학생을 조사하여 보고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소 TV와는 담을 쌓고 살아서 무슨 내용인지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급히 리모컨을 찾았습니다.   

  

아! 이게 무슨 날벼락일까요? 세월호 아이들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될 비극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이 사회 어른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TV를 볼 수 없었습니다. 내 아이, 친구 아이가 세상을 등진 것처럼 착잡했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아이들의 안전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안전하지 못한 상황을 만나면 우리 뇌는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다리가 후둘 거립니다. 숲속 길을 걸을 때면 작은 소음 하나에도 집중합니다. 수영을 아무리 잘해도 깊은 바다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뇌에서 생명이 위험하다는 사이렌을 계속 보내주기 때문입니다.    

 

뇌의 최우선 목적은 생명 유지입니다. 위험이 닥치면 공습경보를 발령하여 즉각 도망을 가거나 싸우도록 명령을 내립니다. 이러한 것들은 뉴런에 프로그램화 되어 유전이라는 방법으로 후손에게 전달이 되어 왔습니다.      

뇌의 이러한 속성에 비추어보면 이태원 참사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많은 수의 인파가 모이면 뇌는 위험하다는 경고를 마음과 신체에 보내야 합니다. 이곳을 빨리 벗어나라는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그랬으면 이런 압사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겠지요.  

   

이태원 참사에서 뇌는 왜 위험 경고를 보내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뇌의 기록 때문입니다. 뇌는 수백만 년을 진화해 왔습니다. 유전 대부분은 초기 인류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에는 이처럼 많은 사람이 살지 않았지요. 당연히 많은 인파가 모인 곳에서 어떤 위험이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습니다. 

    

우리가 좀 더 안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뇌의 속성을 인지해야겠지요. 교통, 시설물, 인파 등 현대 문명의 위험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유전적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좀 더 안전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일한 방법은 안전 습관입니다. 양치질하듯이 안전 의식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가족과 함께 식당에 갔습니다. 첫 번째로 하는 일은 메뉴를 고르는 일입니다. 메뉴를 고르기 전 안전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생각해 보면 안전 습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식당은 어떤 위험이 있을까?”라고 아이에게 질문하면 되겠지요.  

   

자동차, 놀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자동차에 올라타면 “자동차는 어떤 위험이 있을까?”라고 질문하면 좋겠지요. 놀이터에 도착해서 “이곳 놀이터는 어떤 위험이 있을까?”라고 질문하는 것입니다. 이어진 대화에서 위험 요소를 직접 찾으면 더 좋겠지요. 

    

‘이곳은 어떤 위험이 있을까?’라는 질문은 우리 가족의 행복입니다. ‘이곳은 어떤 위험이 있을까?’라는 질문 10번을 받으면 안전 의식이 꿈틀꿈틀 일어납니다. 30번을 받으면 안전 습관이 만들어집니다. 놀이, 여행, 식사 등 약간의 위험이라도 내포된 장소, 시설물을 만나면 ‘이곳은 어떤 위험이 있을까?’라고 질문하여 보세요.     

‘이곳은 어떤 위험이 있을까?’라는 질문이 당신과 당신의 아이를 지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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