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의 쪼갠 조각을 ‘대쪽’이라고 합니다. ‘대쪽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대나무를 쪼갠 듯 성미, 절개 등이 곧은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아이들에게 ‘대쪽 같은 부모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얼마 전 모 방송에서 소개된 배우 추자현 님의 육아가 ‘대쪽’을 닮았습니다. 배우 추자현 님은 여섯 살 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빠는 내 거다. 너 아빠에게 잘해”
“차렷. 눈물 닦아. 반성하고 눈물 그칠 때까지 가만히 있어”
대쪽 육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 대니엘 카너먼의 이야기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대니엘 카너먼은 우리 뇌의 작동 방식을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설명합니다. 시스템 1은 힘들이지 않고 반응하는 뇌의 작동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2+2의 계산은 반사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빈 도로에서 운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별다른 수고가 필요없습니다.
이에 반해 시스템 2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27×42를 계산하려면 한참 동안 뇌의 수고가 필요합니다. 혼잡한 도시에서 자동차 운전도 그렇지요. 뒤와 옆에서 오는 차에 주의를 잘 기울여야 사고가 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스템 1이 시스템 2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2+2를 모르는 친구가 27×42를 할 수 없습니다. 빈 도로에서 운전을 능숙하게 할 수 있어야 복잡한 도로에서도 운전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1의 작동 방식을 교육에서는 기초․기본이라고 합니다. 읽기, 셈하기, 쓰기 등은 학습의 기초․기본입니다. 실내에서 작은 소리로 말하기, 식당에서 예절 지키기, 선생님 가르침 존중하기, 친구에게 피해 주는 행동 삼가기, 신호등 지키기 등은 생활에서 기초․기본입니다.
생활에서 기초․기본은 고민하고 생각해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반사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교육되어야 합니다. 뇌에서 시스템 2가 아니라 시스템 1이 작동할 수 있도록 훈련 되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쪽 같은 육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주말에 자녀를 데리고 식당을 찾았습니다. 아이가 식당에서 뛰기 시작합니다. 주위 손님들의 눈살이 따갑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책에서 배운 육아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식당에서 뛰고 싶구나. 식당에서 뛰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단다.
이게 과연 맞을까요? 아이가 식당에서 뛰고 있는데 ‘식당에서 뛰고 싶구나.’라는 부모의 공감이 필요할까요? 신호등을 지키지 않는 아이에게 ‘신호등을 지키고 싶지 않았구나.’라는 공감 언어가 필요할까요? 시스템 1 즉 기초․기본을 지키지 않는 아이에게는 추자현 님 같은 대쪽 육아가 필요합니다. 식당에서 뛰는 아이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 주어야 합니다.
‘너 식당에서 뛰면 지금 바로 집으로 갈 거야.’
이렇게 말했는데, 다시 뛰면 어떡할까요? 식당 비를 지불하고 바로 집으로 가야 합니다. 아이는 다음에는 절대로 식당에서 뛰는 일이 없겠지요. 시스템 1에서 만들어진 세 살 버릇이 평생을 갑니다. 시스템 1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사랑하는 내 자녀의 미래가 달라집니다. 자녀 성장에는 공감이 중요하지만, 가끔 대쪽도 필요합니다. 그것이 부모의 자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