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가 낮아도 자신감이 높으면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였다.
어린 시절, 겨울이 되면 재미있었던 놀이 중 하나가 눈덩이 굴리기였습니다. 조그만 눈덩이를 언덕 아래로 굴리는 놀이입니다. 가장 크게 눈덩이를 굴리면 이기게 되는 놀이입니다. 친구들은 언덕 위로 올라가서 조그마한 눈덩이를 만듭니다. 하나, 둘, 셋 신호에 의해 눈덩이를 언덕 아래로 굴립니다. 조그만 눈덩이가 언덕을 내려가면서 주변 눈들이 차곡차곡 달라붙습니다. 결국 언덕을 다 내려오면 커다란 눈덩이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눈덩이 효과’라고 하는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자주 사용하는 개념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의 성공은 재투자 효과의 산물이다. 재투자는 눈덩이처럼 작용한다. 아주 일찍 시작하거나 아주 오래 살아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재투자와 시간입니다. 일찍 재투자를 시작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겠지요.
눈덩이 효과는 교육에도 적용됩니다. 유치원에서 ‘아! 내가 해냈다’라는 성취감은 1학년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어진 학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치원에서 성취감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배움을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유치원에서 ‘나는 잘하는 게 없어’라는 실패 경험은 악순환 구조에 의해 초등학교 생활을 어려움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 IQ가 낮아도 자신감이 높으면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였다.
‘아! 내가 해냈다’라는 성취감은 ‘자신감’이라는 감정을 잘 자라게 합니다. 성취감이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지름길이라는 의미입니다. 자신감이란 개인 능력에 대한 확신이나 신념을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면 축구의 페널티 킥 상황에서 슛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능력과 믿음을 말합니다. 이런 자신감은 학업성취도에도 크게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영국 킹스 칼리지 로버트 플로민 교수의 연구를 보면 자신감이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로버트 플로민 교수는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추적 관찰을 하면서 질병, 학업 성취도 등을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그는 쌍둥이들을 7살에 한번, 9살에 한번 IQ 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그 외 수학, 작문, 과학에 대한 학업성취도를 평가했습니다.
그런 다음 쌍둥이들에게 각 과목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는지 스스로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연구팀은 학업성취도에 있어서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IQ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IQ가 높아도 자신감이 낮으면 학업성취도에서 낮은 결과를 보였고, IQ가 낮아도 자신감이 높으면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였습니다.
우리나라 연구도 찾아볼까요?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상훈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공부 잘하는 학생은 덜 불안하고 자신감이 높은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학업성취도가 높은 집단으로 서울의 의대생 102명, 비교군으로 서울 소재 대학생 120명의 성격 특성, 회복탄력성, 자신감 등을 측정했습니다. 연구 결과 의대생은 비교군에 비해 완벽주의가 덜하고, 덜 불안했으며 자신감이 높았다고 합니다.
⇒ 성취감이 IQ보다 중요하다.
로버트 플로민 교수의 연구처럼 자신감이 IQ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자신감을 기르는 성취감 축적이 IQ보다 중요합니다. 그 이유를 ‘신경 가소성’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신경 가소성’은 최근 교육학, 심리학, 신경과학 등에서 많이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사람의 뇌가 고정적이지 않고 지식, 경험이 쌓이면서 변한다는 이론입니다. 찰흙을 손으로 주무르면 모양이 변하듯이 뇌의 모양이 변한다는 것이죠.
신경 가소성을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수학 문장제를 공부하는데, 철수는 4개, 영희는 6개, 수연이는 9개의 뉴런이 연결되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수학 문장제를 공부하는데 영희가 가장 많은 뉴런이 연결되었습니다. 세 명 친구 중에 수학 문장제를 제일 잘할 가능성이 높겠지요.
뉴런과 뉴런의 연결은 2가지 조건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첫 번째 조건은 반복입니다. 모든 학습은 반복을 통하여 장기 기억됩니다. 영어 단어를 반복하여 외우면 영어를 잘할 수 있고, 피아노, 테니스 등도 반복해야 기능이 향상됩니다. 위 그림에서 누가 수학 공부를 반복하여 실시했을까요? 당연히 영희입니다.
뉴런과 뉴런 연결의 두 번째 조건은 감정입니다. 반복하지 않아도 아주 좋거나 나쁜 감정이 동반되면 동아줄처럼 튼튼하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첫사랑 이름을 떠올려 보세요. 기억 나시나요? 초등학교 시절 나를 힘들게 했던 친구 이름도 떠올려 보세요.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도 얼굴 모습이라도 떠오를 것입니다.
⇒ 자신감이 자존감보다 학업 능력을 훨씬 잘 예측한다.
IQ보다 성취감이 중요하다면 자존감은 어떨까요? 2014년 노르웨이 베르겐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자존감은 이 순간 자신을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느냐를 말해줄 뿐, 나중에 무엇을 얼마나 잘 해낼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합니다. 베르겐대학교에서는 10대 2천 명을 대상으로 ‘자신감과 자존감’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는데, 자신감이 자존감보다 학업 능력을 훨씬 잘 예측했다고 합니다. 결국 학업 능력에서도 자존감보다 자신감, 즉 성취감이 중요함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성취감은 행복한 감정을 동반합니다. 어찌 보면 첫사랑과 비슷한 감정입니다. 첫사랑을 생각하면 설렘이 부풀어 오르듯 ‘아! 내가 해냈다’라는 성공을 경험하면 자신감이 들썩거립니다. 그 자신감은 배움을 갈망하게 만들며. 새로운 배움에 도전하는 용기가 됩니다. 성취감 즉 자신감이 IQ보다, 자존감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