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물건을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쓰자는 나름의 지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도저히 안 써지는 물건도 있기 마련이다. 나의 살들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작은 옷(옷을 살 때는 입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육감적인 몸매를 담기에는 옷이 많이 버거워했다.), 또 내게 맞지 않는 건강식품(분명 홈쇼핑을 볼 때는 먹어질 줄 알았지만 나의 초딩 입맛은 몸에 좋은 것을 거부하는 편이었다. ), 또는 이제는 더 이상 읽지 않는 한 번 읽은 책 또는 한 번도 읽지 않은 책(내 아이의 독서력을 키워보고자 심사숙고하여 샀지만 아쉽게도 아이는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 것을 좋아했다. ), 사은품으로 받은 물건(내 취향의 사은품이 아니었으나 그 물건은 필요했기에 부득이 딸려온 사은품을 버릴 수는 없는 일). 세탁소에서 주는 옷걸이(다시 돌려주고자 했으나 세탁소 주인은 받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런 의미에서 당근마켓은 내게 참 좋은 앱이었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세탁소 옷걸이 등)를 제외하고는 무료 나눔을 하지 않는다. 최소 2천 원은 붙여서 낸다. 몇 년 전만 해도 소소한 것들의 경우 나는 무료 나눔을 하였다. 그런데 점점 본전 생각으로 나의 꼬인 인성이 살살 꿈틀거렸다. 내 수고를 들여 물건 사진을 찍어 올리고, 물건에 대한 정보 글도 쓴다. 그리고 여러 번의 챗을 통해 약속을 잡고, 만나는 시간을 비운다. 그렇게 마음과 시간을 들여서 전해주건만 받는 사람들은 특별한 고마움의 표현도 없이 자연스럽게 가져가는 것이다. (사실, 대단한 물건이 아니기에 딱히 고마울 일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무심하게 가져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의 머리 위에 속좁음의 신이 강령했다.
그래서, 일단 공짜라면 뭐든 가져가겠다는 사람을 피하면서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그리고 나 또한 약간의 보상을 받는 기분을 느끼는 방향으로 선택한 것이 당근에 무료가 아닌 이, 삼천 원을 걸게 되었다. 여러 번 거래해 본 결과 이 방법은 나쁘지 않았다. 일단 큰돈이 아니니 올리고 잊어버리고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연락이 온다. 그러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되어 자원은 순환되고 내 손에는 붕어빵 한 봉지를 살 수 있는 돈이 놓이게 되는 것이다.